그저께 낮에 옥상에서 걷기 중에 한 환자 아주머니가 다가왔다.
뇌경색으로 반신이 마비되고 지팡이 의지해 간신히 걷는 아주머니.
언젠가 그 아주머니가 물 뚝뚝 떨어지는 비닐봉지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이 빨래 좀 짜줘요. 내 팔이 힘을 못써요”
그 속에는 여자팬티랑 속옷, 양말 등이 담겨 있었다.
무심코 꺼냈다가 빨래를 보고 민망했다.
‘체면도 부끄럼도 없나? 여자 속옷을 남자인 내게 짜달라다니...’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고 잠시 짜증도 났다. 좀 심하다 싶어서.
그런데 그분은 내게만 그런 게 아니었다.
나중에 병실로 와서 다른 간병인 아주머니에게 말했더니
나도 너도 다 겪은 일이라며 병동 사람들에게 늘 그러고 산단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 빨래를 다 짜서 담아주었다.
‘다른 아주머니들에게 말하면 편할걸 왜 나를 물고 늘어지나?’
이상하게 생각도 했지만 뇌경색 오면서 인지기능도 좀 문제가 생겼단다
그래서 거절하다가 싸움 비슷하게 되기도하고 성질도 낸다니...
그 분은 보호자도 가족도 없는지 혼자 지낸다.
그 일 뒤로 또 걸릴까봐 멀리서 오면 피했다.
그날도 멀리 떨어져 걸으면서 빨래를 널고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는데...
느리게 지팡이에 의존해 다리를 끌며 엘리베이트로 걸어간다.
울컥! 공연히 속상했다. 슬픔과 분노가 뒤엉킨 묘한 감정이 솟았다.
저 상태로 몸이 망가졌는데 저렇게라도 생명을 유지하고 살아야하나?
남에게 대접 받을 가능성도, 평생 나아질 가망도 없어졌는데도.
혼자 속옷을 물에다 대충 밟아서 남에게 내밀고
그걸 옥상 빨래줄에 말려 갈아입으며 살아야하는 생존이라니...
그러고도 살아가면 무슨 의미가 있나?
날이 간다고 무슨 희망이?ㅠㅠ
그러다 문득 나는? 아내는? 뭐가 다르지? 저 아주머니와...
오십보 백보 도토리 키재기지? 그 생각에 미치자 털썩 앉고 싶어졌다.
그러고 내려왔는데 그 장면 그 기분이 종일 나를 점령했다.
콱 죽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신나게 살지도 못하는 소속없는 생명!
세상에서 좀비같은 상태가 되어버린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하나?
무얼 붙잡고 무엇에 자부심 가지고? 언제까지?...
결국 그날밤 잠 못자고 뒤척여도 안풀렸다.
무슨 아인슈타인의 방정식보다 더 어려운 느낌으로 막막한 질문,
정말 어려운 숙제처럼.
겨우 얻은 소득 하나는... 그런 상태에 몰린 이들에게
절대 묻지말라. 입밖에 내지도 말라. 해서도 들어서도 안되는
‘왜 사냐?’ 라고 묻는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