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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vid May 19. 2016

백수의 첫 번째 일상

스타트업

잘 나가던 대기업 10년 생활을 끝으로 모두가 반대하는 고난에 길로 뛰어들었다.

만약에 보직 해임이 안되었다면 아마도 50까지 버티다가 이 고민을 시작했으리라 본다.


42세 어정쩡한 대기업 간부 개발자, 연봉이 높아 중소기업에서도 싫어하고 실력은 없는데 말만 많이 한다고 하여 스타트업에서도 반기지 않는 대기업 간부 개발자. 아니, 개발자를 관리하는 대기업 관리자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이도 저도 안돼 타의든 자의든 시작하게 된 스타트업. 

뭐부터 해야 할지 쉬면서 생각하자 라고 마음먹고 나왔는데.

1년 치 생활비에 실업 급여로 2년을 버틸 생각에 나 혼자가 아닌 딸아이와 와이프 걱정에 너무 불안하여 쉴 수가 없다.

첫날부터 꼬인다.


이 짓거리도 혼자 거나 생활비가 보장되는 상황에서만 시작을 했어야 되나 하는 후회가 든다.

스타트업 지원도 앞에 꼭 '청년'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아니면 요즘 트렌드인 VR이나 Device와 연동된 혁신적인 제품만 투자가 따라붙는다.

나 같은 단순 S/W 성 아이템으로는 투자에  '투'자도 끼어들 수 없는 상황인 가 보다.


진짜 나이 들어서는 임대업 아니면 치킨집 아니면 카페인가.

임대업 하려고 대학 4년 전산과 나와 이렇게 달려온 게 아니었는데...


회사를 나오면서 약도 같이 끊었다.


그동안 챙기지 못했던 건강을 위해 혹은 혹시 모를 딸아이가 아빠가 회사 안 간다는 충격을 안 주기 위해

딸아이 학교 가기 전에 오늘도 산으로 출근을 한다.

점심은 산에서 내려오면 있는 식당에 들려서 해결하고 

오후는 무료로 운영 중인 코워킹 스페이스에 가서 노트북을 키고 아이템 고민을 한다.

내성적이라서 O2O 보다는 사람들 안 만나도 되는 그냥 Product성, 돈 드럽게 안 되는 S/W만 떠오른다.


그래서 회사 나온 걸 후회하냐고?

2년 뒤에 이상태 그대로고 생계에 지하방으로 이사를 하고 원치 않는 일을 하게 되어 아빠를 원망하게 되면 어쩌면..


아무도 신경 안 쓰는 개 똥 같은 나의 꿈을 위해 


철없는 백수 가장의 삶, 그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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