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휘웅 Jun 21. 2024

수입와인시장이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징후

시장이 매우 어려운 상황인 것은 2022년 말부터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2023년 여름에 정점을 찍었던 것으로 본다. 그러나 큰 지진 이후 여진이 있고, 자동차도 최고 속도로 달리다가 급정거를 하면 그만큼 탑승자에게 여파가 있듯 시장에도 그 최악의 여파가 전달되고 있다. 일단 2024년 1월~5월까지 통계를 바탕으로 보면 수입물량은 183천 헥토리터, 병 수로는 2400만 병이 수입되었다. 금액 기준으로는 1.81억달러다. 1~5월 누적 기준으로 연도별 비교를 해본다면 물량은 2023년 대비 -18.1%, 금액은 -16.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2022년에서 2023년 금액과 물량 감소폭인 –17.8%, -10.8%에 비해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전체적으로는 시장 규모가 2020년보다 약간 나은 상태라 할 수 있는데, 금액 기준으로는 상당부분 늘어났고, 물량 기준으로는 시장의 평균 성장 추세선에 비해 못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

1~5월 연간 누적 물량/금액 추세(파란선: 물량/헥토리터, 붉은선: 금액 추세(금액 미표시))


2024년 시장은 원래 예상대로라면 1분기에 어느 정도 회복의 조짐을 보였어야 하나, 수에즈 운하 문제라는 복병으로 인해 유통 물량 등에 있어서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이 것을 태평양 권역의 국가들(미국, 칠레, 뉴질랜드, 호주, 아르헨티나) 권역과 유럽 권역(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포르투갈)으로 나누어 살펴본다면 2월에 큰 영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고급시장이나 여러 시장 형태에 무형의 영향을 주고 있는데, 특히 수입사들이 시장 상황이 어려워짐에 따라 고급 와인들의 재고도 상당부분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이에 대한 물량을 줄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차트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2024년 2월 이후에는 물량이나 금액이 증가되거나 안정화 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비수기인 여름이 걱정되기는 하나 일단 전체적인 흐름이 일부 반등의 조짐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2년간 월별 권역별 통관 금액/물량 비교(유럽권(상단)과 태평양권(하단))


다만 5월의 경우 물량은 일부 회복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금액은 줄어들었는데 이는 유럽권이나 태평양권 모두 해당이 된다. 이 추세를 보고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연초의 정세 불안에 따른 공급망 위기는 어느 정도 회복된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금액 추세는 일부 조정되는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데 고급 와인의 시장내 재고가 상당히 쌓인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셋째, 칠레 와인의 물량이 2024년 23.46%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칠레와인 재고가 상당부분 소진되었고 시장 유통 기본 물량이 들어오고 있으며, 중저가 와인에 대한 유통은 여전히 소비자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다만 칠레의 경우에는 2024년 1~5월까지 누적 물량이 2020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서 시장이 회복된다 하더라도 칠레 와인의 위상은 상당히 축소되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차트에도 보는 것처럼 기본적인 성장 추세를 고려한다면 2023년 정도의 물량이 되어야 하나 이보다는 줄어들었고 2020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2020년 수준을 넘어서는 실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칠레 와인은 그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1~5월 연간 누적 물량/금액 추세 – 칠레(파란선: 물량/헥토리터, 붉은선: 금액 추세(금액 미표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샴페인의 성장세가 강한 조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수에즈 운하의 영향이 상당히 컸다는 것은 사실이기에 2023년 대비 물량은 –36.8%, 금액은 –20.3% 감소했다. 여러 영향이 있기는 했으나 명확한 점은 시장에서 고급 와인의 경우 종합적으로 판단해볼 때 5,200만 대한민국 소비층이 소비할 수 있는 적정 규모의 공급 물량이 정점에 도달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현재 시장은 바닥을 찍고 조심스럽게 반등을 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시장이 과연 성장할 것인가? 일반적으로 시장이 성숙하게 되면 무조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과 감소 폭이 줄어들면서 안정적인 시장으로 변모하게 된다. 즉, 와인 수요는 일정 부분 계속 남아있고, 소비자들의 혁신적인 변화가 없는 이상 전체적인 흐름에는 변화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고급화라는 것도 한계가 있고, 그 안에서 다시 세분화된 시장이 나타날 것이다. 과거에는 그냥 좋은 와인 수입해서 시장에 출시하면 브랜드 이름이나 시음회, 물량 밀어내기 행사 등으로 영업이 수월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시장의 난이도가 월등하게 높아졌다. 위스키와 같은 다른 주종과의 관계, 소비자의 트렌드, 고급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 경제 흐름 등 복합적인 요인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과거의 와인 판매 전략이나 마케팅 전략이 전혀 통하지 않을 수 있다. 여전히 전통적인 와인 판매 전략이 유효하기는 하나, 이제는 성장이 아닌 제한된 시장 내에서 성공 공식을 쓰기 위해서는 훨씬 적극적인 전략 수립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모든 이들의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4년 1분기, 악화되는 시장 상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