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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엔 수도가 동파되면, 포클레인이 온다

문호리이야기3

전원주택으로 이사온지 이제 3개월로 접어듭니다. 다른 집의 동파 소식들을 들으면서도 남의 얘기이겠거니 했는데 결국 저희 집도 동파를 피해가기 어려웠습니다. 몸이 찌뿌둥하여 찜질방을 다녀온 어느 날, 저녁에 집에 물을 틀었더니 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오호통재라. 단순히 얼었겠거니 하여 보일러를 틀고 집 벽난로로 집안을 덥혔습니다(나중에 보니 하나도 도움 안 되는 짓이었습니다). 

시간 맞춰가야해요. 주말엔 안 열어요.

다음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여전히 싱크대에 틀어놓은 물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 오늘 수업 있는데 어쩐다' 씻기는 씻어야 했기에, 동네 목욕탕(주민 복지 차원에서 요금은 2천 원)으로 향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집에 샤워시설이란 없는 것 마냥 목욕탕으로 모두 피신하여 세신을 하고 있었습니다. 탈의실에 옷장이 다 동날 정도로. 여기가 마치 디스토피아인가 하는 물음마저 떠오르는 광경이었죠. 


수도계량기는 동파되지 않았는데....이렇게나 평온해 보이는데....


집으로 돌아와 다급한 마음에 계량기를 열어봅니다. 수도는 열려있는 상태고 계량기 주변엔 보온재인 솜이 구석구석 계량기 겉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습니다. 호오.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학원에 있는 5m짜리 멀티탭을 가져옵니다. 주차장 외부 콘센트에 꼽고 온풍기를 가져와 봅니다. 보온재를 다 덜어내고 온풍기를 쏘여 줍니다. 웽웽-- 잘 돌아가는 듯하더니 멈춥니다. 너무 뜨거워서 지가 차단했나 봅니다. 드라이기를 가져옵니다. 왱왱-- 


이렇게 해서 풀릴 거였으면 얼지도 않았다, 는 듯 역시나 꿈쩍하지 않습니다. 


부인께서 양평 수도사업소에 전화를 겁니다. 내일 출동한다고 합니다. 페이스북에서 동파 소식을 많이 봤던 터라, 아 녹이는 기계를 가지고 오시겠군, 하고 생각했습니다. 30분... 1시간.... 시간이 지나도 싱크대 수도꼭지는 잠잠합니다. 가끔 끄억, 하는 소리가 나지만 물은 나오지 않습니다. 바깥에서 쿵쿵 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옆집 신축공사 현장 소음이겠거니 생각합니다. 밖을 나가 봅니다. 어이쿠. 포클레인이 저희 집 진입도로를 뚫고 있습니다. 

두두두두두두.....

"고객님, 겨울에 지상은 영상으로 올라가도 땅은 영하 20도까지 내려갑니다. 동파되지 않게 물 '똑똑' 틀어주세요." 


이런 놀라운 광경이라니. 오늘도 시골살이 초보는 또 배웁니다. 


상쾌하게 집에서 샤워를 하고 안방에서 잠을 청해봅니다. 이전엔 없던 배경음악이 들려오네요. 


부엌에서 부릅니다.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동파야. 물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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