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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가루가 코끝을 스치우자 나는 에폭시를 칠했다

시골 생활은 어지간한 건 셀프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런 셀프 시공을 별로 해본 적이 없습니다. 손재주도 별로 없다고 지레 피한 것도 그런 이유였습니다. 1인 가구로 살다 결혼을 하고 나니 소소하게나마 셀프 시공을 해야 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쓰시던 구형 아반떼 XD에 틴팅과 오디오 시공을 땀 흘려 가며 직접 시공해보고 난 뒤에는 이케아에서 가구들 가지고 와서 조립하고, 아기 침대 설치하고, 이런 일들을 반복하다 보니 점점 재밌어하는 제 자신을 보며 신기해했습니다.


양평으로 이사 오고 나서 겨울은 정말 추웠어요. 그래서 밖에 나갈 생각은 못했고, 꼼짝없이 집에만 있었어요. 봄이 오니 슬슬 밖으로 눈을 돌릴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중에 집 주차장이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학원-책방 인테리어 사장님이 보시더니 시멘트 가루가 몸에 안 좋을 수 있다며 '자갈' 같은 걸 깔라고 하시더라고요.


저희 책방 로비 바닥입니다. 에폭시 시공을 했죠. 전문가께서 하는 거만 봤는데 제가 할 줄은 몰랐네요. 힘들지만 재밌었어요. 언제 제가 에폭시 시공을 다 해보겠어요?!


음. 자갈을 어디서 구하지.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책방 로비를 '에폭시' 시공을 한 게 떠오르더라고요. 카페를 하는 지인 왈 에폭시가 바닥 느낌도 좋고 청소를 좀 덜해도 티가 잘 안 난다고 하더라고요. 주차장 시멘트 바닥은 빗자루로 쓸 때마다 먼지가 얼마나 날리는지, 물청소를 해봐도 영 탐탁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에폭시를 해볼까? 무작정 그렇게 생각하고 유튜브를 뒤져서 에폭시 공사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비도 오고 해서 한 3주 정도 걸려서 한 것 같네요.


1. 에폭시 공사는 청소가 가장 중요합니다.


바닥 청소를 먼저 해야 합니다. 빗자루로 쓸어서 먼지를 먼저 제거해야 합니다. 물론, 업계에서는 전문적인 기구를 씁니다. 에어가 나오는 건을 쏘기도 하고요. 진공청소기로 먼지를 흡입하기도 합니다. 오염 물질이 있다면 끌 같은 걸로 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청소를 말끔하게 하지 않고 그냥 시공해버리면 오염된 것들을 그대로 작품처럼? 박제되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2. 에폭시는 하도 2번, 상도 1번 총 3회 이상 발라야 합니다.


저는 에폭시를 한 번만 바르면 될 줄 알았습니다. 빨리하고 끝내려고 했는데, 집을 지은 건축주께 들어보니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더라고요. 최소한 하도 2번을 발라야 마지막 상도를 발랐을 때 반짝반짝 빛이 난다는 거예요. 하도란 밑에 바르는 페인트, 상도는 위에 바르는 페인트를 말합니다.

3L짜리 바른 주차장입니다. 티도 안나죠? 붓칠 자국만 ㅋㅋ

에폭시 칠을 쉽게 생각했고, 평수 또한 잘못 계산한 나머지 처음에는 말도 안 되게 적은 양을 시켰습니다. 3L짜리를 시켰는데 칠하고 보니 시멘트가 다 흡수해버렸어요. 하도 칠을 어느 정도 해야 되냐면 마른땅에 물을 부었을 때 촉촉하게 나올 때까지 들이부어야 된다는 거였어요. 3L짜리를 붓으로 칠하고 나니 애들 장 냔마냥 붓칠 한 거 같이 돼버리더라고요. 실패죠. 그래서 다시 유튜브로 살펴보고 하도만 16L짜리 2개를 시켰습니다.

이렇게 그냥 갖다 들이부어야 합니다. 16리터=이른바 '말통'이라고 합니다.
하도 2회째 칠하는 중. 밑에 칠한 하도보다 위에가 더 진하죠?

3. 해놓으면 좋은 점? 가루 안 날립니다

하도 2회 완료!
그리고 하도 위에 상도 얹기

물청소를 하니 이전에는 시멘트 바닥에 엉겨 붙어서 잘 나가지 않던 먼지와 각종 잡초들이 마찰력이 적어지니 쭉쭉 나가네요. 당연히 가루도 안 날리고 바닥 인테리어 느낌도 나고요. 저는 상도를 '투명'으로 시공했지만, 취향에 따라서 여러 가지 색깔로 분위기를 낼 수 있습니다. 보통 주차장은 회색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4. 옷 다 버려요. 장비 다 착용하고 하세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죠. 처음에는 마스크도 잘 안 쓰고 했어요. 그랬더니 신나 냄새가 장난이 아니네요. 쓰고 했더니 또 엄청 덥네요. 그래도 쓰고 해야죠. 첨엔 못 모르고 신던 신발도 안 갈아 신고 막 했는데 에폭시 페인트가 신발에 다 튀네요. 없어지겠거니 했지만 한 두 달이 지나도 그대로네요. 작업용 신발이 돼 버렸네요. 팔 토시도 준비하셔야 해요. 저는 많이 구매했더니 사은품으로 줘서 끼고 했는데 긴팔에 팔 토시 없이 했던 제 FC 바르셀로나 잠바는 에폭시 자국이 아주 선명하게 방울방울 나버렸습니다. 흑흑.

1도 모르고 했다가 이제 글로 적을 정도는 됐네요. 하하. 다음에는 옥상 방수에 대해서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4월부터 나무에 바르는 오일 스테인 페인트를 바르고 방수 실리콘까지 쏘고 있는데 도저히 안 잡히네요. 끝장을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근데 이거 잡을 수 있을까요? 하하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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