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알라딘이 내가 사는 시골에 중고서점을 열었다면?

중고서점에 대한 대중들의 수요는 꽤 있는 편입니다. 일단 가격이 싸고, 책의 질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책은 소장용으로 기능을 하지만 집의 공간적 여유가 받쳐주지 않으면 짐짝으로 전락하고 말기 때문에 책을 내다파는 공급양도 꾸준히 있는 편입니다. 또 신간들이 쏟아져나오는 마당에 같은 책을 두번 이상 읽는 경우는 드물기도 하고요.

저는 2-3년 전만해도 전자책 신봉자였습니다. 종이책은 소멸단계로 접어들게 될 것이고, 언제나 가벼운 사이즈로 휴대 가능한 전자책이 무조건 그 가치를 입증하게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이런 저의 생각이 깨지는 데는 오래걸리지 않았습니다. 침대 주변에 이북 리더기를 뒀다 액정을 밟아 파손한 사건을 시작으로, 스마트폰이든 아이패드든 리디북스 앱에 저장된 책을 읽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머리 속에는 당최 들어오질 않아 앱을 껐다 켰달 반복했습니다. 이북을 읽기 시작한 것이 2012-2013년부터인데 개인적으로는 수년간 숱하게 도전했고, 토지를 비롯해 수십만원을 지출했지만 이를 깨지는 못했습니다.

일본의 비판적 지성 우치다 다쓰루 선생은 종이책이 가진 물리성이 때문에 전차책이 이를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이전에는 이런 이야기를 구시대의 이야기라 치부하고 말았는데, 제가 구시대 사람이 된 것인지 모르지만, 다쓰루 선생의 분석에 동감하는 바입니다.  

물론 디지털 표시로 ‘몇 페이지 남았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우리는 페이지를 일일이 체크하면서 ‘이제 몇 페이지가 남았으니 읽는 방식을 바꾸어야겠군' 하는 귀찮은 방식을 취하지 못합니다. 실제로는 손으로 받쳐든 책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감촉이나 무게감, 손바닥 위의 균형 변화 같은 요소, 즉 주제의 측면에서는 의식하지 못하는 시그널에 반응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읽기 방식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입니다. 이 작업은 지나치게 섬세해서 책을 읽는 자신도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미처 깨닫지 못합니다.     p. 65

저자는 이를 바로 ‘리터러시’라고 합니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문자화된 기록물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저자는 책을 읽는 행위를 밥을 먹는 것과 같다고 비유합니다. 얼마가 남았는지, 고깃점을 집어 먹을 때가 됐는지, 그걸 알아야 먹는 행위가 의미가 있다고 말이죠.

그는 책과 눈이 맞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저자 이름도 모르고, 내용도 모르고, 서평도 읽지 않았는데 책과 눈이 맞는 순간, 슬쩍 손에 쥐어보고 페이지를 넘기다보니 뜻밖에 그곳에는 자신이 읽고 싶다고 생각한 글이 쓰여 있었던 거죠. 이는 책이 가지고 있는 ‘물질성’을 언급합니다.

작가가 온 힘을 다해 글을 쓰고, 편집자가 온 힘을 다해 편집하고, 표지 디자이너가 온힘을 다해 표지를 만들고, 영업사원이 온힘을 다해 영업을 하고, 서점 직원이 온힘을 다해 책을 배치합니다. 그런 책에는 책장에 꽂힐 때까지 영유해온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p.70


독자는 소비자와 다소 다르다고 말합니다. 서점을 유유자적 거니는 사람은 소비자의 눈으로 눈을 부라리고 다니지 않는다고 말하죠. 책이 보내오는 ‘시그널’을 감지하려고 숙명의 만남을 기다리며 센서의 감도를 올리고 있다는 거죠.

9권의 주옥 같은 책을 사가셨습니다.

지난 주말에 경기도 모처에서 오신 50대 부부께도 이 같은 책과 눈맞음을 하기 위해서는 책방을 와야한다 역설했습니다. 두 분 모두 맞장구를 치셨죠. 그러고는 눈 맞은 책 9권을 사가셨습니다. 다음에 올 땐 다 읽고 다시 파시겠다면서요. 저도 흔쾌히 그러시라 말씀드렸습니다.


다시 중고책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중고책방을 6개월 가량 운영했습니다. 시골에 차리다보니 절대적 수요가 부족해 초반에는 애를 먹었습니다만, 최근에는 서울 경기권 손님들이 관광차 오셨다가 들르셔서 그나마 수입이 좀 잡히는 편입니다(월세 낼 수준....).

청주에서 좋은 책을 얻어왔습니다. 약1천권. 책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제가 책방을 독립서점이 아닌 중고책방을 내게된 건 바로 마진율 때문이었습니다. 독립서점들이 3개월도 안되는 시점이 폐업을 하게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책을 많이 팔아도 마진율이 낮은데 그나마 독립서점은 많이 팔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중고책방을 주목한 것은 그나마 책을 좋아하는 제가 취미든 생업이든 생계를 유지하면서 할 수 있는 방식 중 하나라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저의 결정에 확신을 준 건 알라딘 중고서점의 행보였습니다. 서울에 강남역, 홍대, 잠실 등 거점 지역에만 있는 줄 알았으나 살펴보니 어지간한 서울 수도권 지역에는 중고서점을 다 열었더라고요.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동시에 가져가며 수익 극대화를 하는 알라딘의 방식은 영리해 보입니다. 실제로 제가 사는 동네에도 알라딘이 들어오려고 동네 지인께 접촉한 이야기를 직접 듣고는 알라딘의 ‘촉’은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희 동네 문호리에 테라로사, 나인블럭, 하우스 배이커리, 스타벅스(부동산을 통해 땅 매입 소식을 들었.....)까지 대형 카페 4파전 양상을 보일 정도이니 알라딘의 시장 분석이 틀린 건 아닐 것입니다. 테라로사 주말 방문객 숫자가 하루평균 4천명이라고 하니, 이 또한 놀라운 일입니다.


자, 저희 문호리책방은 과연 이런 공세 속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책방 사장은 하루하루, 그저 할 '뿐'입니다.  


굳세어라 문호리책방!


작가의 이전글 시멘트 가루가 코끝을 스치우자 나는 에폭시를 칠했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