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전야

한가위

by 전윤선

< 추 석 전 날 >


송편을 조금 샀다

이젠 음식 할 기운도 없다

전냄세, 나물냄세가

윗집 아랫집에서

허락도 없이 침범 하지만

속수무책이다.

장애가 점점 더 진행되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남이 해준 음식 먹거나

사다 먹어야 한다.

몸을 움직여만 하는 일들을

하지 못할 때의 상실감을

많이 슬프다

예전같으면 전도 붙이고

송편도 만들고

나물도 볶고 무치며

와글와글 부쩍 이며 보냈을텐데

이젠, 그럴 여력이 없다

내가 하지 못하는걸

타인의 손을 빌려 한다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명절엔

사다먹거나 배달음식 먹는거로 맘 접었다

편한 세상에 산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참 씁쓸한 명절이다

부모 돌아가시기 전에 효도 하란 말처럼

몸 움직일 수 있을 때

명절음식 하는 것도 복인거 같다

할 수 있는데 안하는거랑

할 수 없어 못 하는거랑은 천지 천지 차이다

한 ,때 명절에 음식 안하고

여행지에서 보내면 얼마 좋을까 했다

몇 번은 그런 적도 있었다.

근데, 여행지에서도

명절날 아침은 밥 먹을 곳이 없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명절은 집에서 보내는 것이 젤 좋다 생각했다

내 입맛대로 음식 만들고

식구들과 함께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는 게 좋았다

이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이 되니

투덜대며 명절음식 하던 때가 그립다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가 버리고

몸이 기능은 점점 더 떨어져

움직여지지 않는 명절 전야

해마다 더 움직이지 못 하겠지....



#추석

#한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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