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이 죽을 것 같어."
전화기 너머로 울먹이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몸이 좀 안좋아서 같이 병원에 간다는 얘기만 들었는데, 몇 시간 뒤에 가망이 없다는 소식이 따라온 것이었다.
부여에서 멀리 떨어진 서울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기도를 했다. 믿는 신은 없지만 그래도 기도했다. 많이 아프실 것 같아서 고통스럽지 않으시기를 빌었다.
다음 날 아침, 삼촌이 하늘나라에 갔다는 카톡이 엄마로부터 와 있었다. 어제 내가 평안하시라고 기도를 해서 그런건 아닐까 괜한 죄책감이 들었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방금 눈을 뜬 반려인에게 선뜻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언제 이야기해야 할까... 망설이는 사이 아침 루틴이었던 성미산에 가자는 반려인을 따라나섰다.
한참 산을 오르니 떨어진 꽃송이가 보였다. 곱디 고운 분홍색 꽃이 참 아름다웠다. 나도 모르게 집어서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바라봤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나무 둥치 뒤편에 숨기듯이 꽃을 놓고 또 한번 기도했다. '삼촌, 평안하세요.' 기분이 좋아 보이는 반려인을 보며 언제 이야기를 꺼낼지 눈치를 봤다. 아무래도 더 숨겼다가는 나중에 반려인에게 잔소리를 들을 것 같아 불쑥 말을 꺼냈다.
"삼촌이 아침에 돌아가셨대."
"아이고, 왜 이제 얘기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한숨을 푹 쉬는 반려인을 보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작은이모 생각도 나고 큰이모 생각도 나고 할머니 생각도 났다. 할아버지 장례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아직 너무 젊으신데 어떡해... 민희, 괜찮아?"
"실감이 안 나네."
말없이 산을 내려와 산 밑으로 걸었다. 산을 감싼 연석 위에 달팽이가 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달팽이였다. 반려인이 우뚝 멈춰서더니 말했다.
"올려놓을까? 여기 있으면 말라죽을지도 몰라."
"......."
여기에 달팽이들이 있는 이유가 있을텐데 그래도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것도 그렇지만 달팽이가 너무 많았다. 하나, 둘 보이더니 뒷쪽으로 수십 마리가 보였다.
"...그래."
그래도 그냥 가려니 발이 안 떨어졌다. 삼촌 생각이 나서 그런걸까?
반려인이 달팽이 한 마리를 집더니 산쪽으로 던졌다. 나도 주춤거리며 다가가서 달팽이 한 마리를 손으로 집었다. 소름이 돋았다. 플라스틱 같은 죽은 물질에는 아무 감각도 못 느끼면서 살아있는 것에 왜 소름이 돋는거지? 맨질한 달팽이 껍데기가 너무 가벼웠다. 죽은걸까? 손에 살짝만 힘을 줘도 바스라질 것만 같아 조심스러워졌다. 10마리 정도를 숲으로 던지고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미 죽은거 아닐까?"
"그런가... 그만 가자."
모든 달팽이를 구하겠다는 사명감은 없었다. 신이 되고자 하는 오만함을 부릴 여유가 없었다.
다음 날, 부여에 가서 삼촌을 보내드렸다. 영정 사진을 봐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엄마와 이모들이 많이 울었다. 동생이, 오빠가 죽었다. 나이는 예순넷. 일만 하다가 죽었다. 사촌과 얘기하다가 삼촌이 나와 비슷하게 생라면을 좋아했고 속내를 잘 얘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 삼촌 닮았었네.
장지까지 모시기 위해 장례식장에서 하루를 자기로 했다. 불편해서 잠을 못잘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잘 잤다. 물론 몸 여기저기가 쑤셨지만 새벽에 깨지 않고 까무룩 잠이 들었다.
화장터에서 삼촌의 관이 안쪽으로 들어가며 멀어졌다. 엄마와 이모들이 울음을 터트렸다. 엄마의 어깨를 감싸쥐고 이제 안 아프실 거라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긴 이별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