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나의 첫 부서에서부터 첫 퇴사까지.
신생아중환자실 신규 시절은 너무 짧은 필름 한 조각이었다.
*프리셉터 기간만 채우고 퇴사했고
사실 지금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여기서 프리셉터 기간이란?
쉽게 말하자면, 사수 밑에서 배우는 기간. 병원마다 부서마다 기간이 다른데 2~3개월 정도이다.
이 기간을 다 끝나면 방생이 되어 혼자서 일을 해야 된다.
혼자서 일을 하게 되는 날이 간호사 언어로 ‘독립’이다.
하지만
그건 기억이 난다.
부서를 둘러보던 첫날.
“선생님 왜 이렇게 긴장하고 있어요. 긴장 좀 푸세요~”
웃으며 내 양쪽 어깨를 잡으신 수선생님,
허허. 썩은 미소를 짓고 있는 노랗게 뜬 내 얼굴.
그렇다.
X도 못 눴다.
화장실 갈 시간이 없어서 그랬냐? 아니다.
너무 긴장하면 누고 싶은 X도 안 나온다는 걸 경험했다.
X 누고 싶은 생각이 안 든 게 아니라
누고 싶은데 몸이 안 따라주는 거다...
(여담이지만 한 4일 정도 지날 때쯤에 성공했다 후훗)
더러운 이야기였지만
나의 신생아중환자실 첫 느낌을 생각하면
저게 가장 먼저 떠오른다 ㅎㅎ...
성격도 원체 긴장을 많이 하는 성격이다.
따뜻한 반김을 받아도 안면근육이 살짝 뒤틀리는 사람인데
차갑디 차가운 병원에서는... 모든 것이 너무 어려웠다.
특히,
병원 선생님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그게 제일 어려워서 더 긴장한 것 같았다.
병원 실습 나갔을 때도
날카로운 선생님들은 항상 날카로웠고,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나에게 상처를 줬었다.
(간호학과는 3, 4학년 때 병원 실습하러 갑니다.)
3학년 무렵이었다.
그때도 중환자실 안이었고 환자 체온을 재기 위해서 고막 체온계를 들었다.
고막 체온계로 체온을 재려면 꼭 이어 캡(쉽게 말해서 꼭지)이 끼어져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었다. 찾으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녔지만 실패했다.
'하... 진짜... 선생님께 여쭤봐야 하나. ‘근심 가득한 얼굴로 수십 번 고민하다, 결국 근처에 계시는 선생님께 말을 걸었다.
"선생님... 정말 죄송한데 혹시 이어 캡이 어디 있는지 아실까요?"
날 흘긋 보며 인상을 찌푸린다
"그걸 왜 아냐고 물어봐? 내가 그걸 몰라?"
정말 신선한 답변이었다.
순간 벙쪘다가 죄송하다고 했고
선생님은 한숨을 쉬며 저기 있어요라고 나에게 장소를 가리켰다.
저 날에는,
내가 질문하는 방식이 잘못됐나?
어떻게 했어야 됐을까?라는 생각이 가득 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인성이 살짝 금 가신 ^^ 분을 선택했던 게 잘못한 거 같다ㅎㅎㅎ
-우리 강아지는 물어요. 개 조심-
이 표식이 어디에 작게라도 적혀 있었을 텐데
내가 그걸 못 본 거다. ㅎㅎ
뭘 하든 으르렁거리고 무는 멍멍이한테 내가 뭘 바라겠어.
저런 멍멍이를 찾을 수 있는 눈치를 기르는 게 답이지.
그렇다고 저런 선생님만 만난 건 아니다.
진짜 천사 같은 선생님들도 많이 만났다.
(엔젤 그 자체인 선생님도 계신다)
그리고,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는 틈에서
신규 간호사 선생님의 힘겨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병동은 중환자실과 다르게
카트를 끌고 병실 안으로 들어간다.
(카트는 컴퓨터가 붙여진 커다란 서랍 같은 것이다. 서랍 안에는 환자들이 복용해야 하는 약들이 정리되어 있다.)
그 카트 앞에 신규 간호사 선생님이 서 계셨고
2~3명 간호사 선생님이 그 선생님을 둘러싸서 rap을 하고 있었다.
1대 3으로 하는 디스전.
디스전은 주고받기라도 하지. 이건 일방적인 몰매인데.
중간에 있는 신규 선생님 어깨가 점차 위축되어 쪼그라졌고,
그와 반대로 디스전의 말소리는 점차 커졌다.
“그래서 너는 제대로 해놓은 게 뭔데? 말이라도 해봐!”
말소리가 점차 커지자 저 말 한마디가 내가 있는 곳까지 들렸고,
신규 선생님의 눈에 닭똥 같은 눈물이 흐르자, 디스전은 종결되었다.
흔히들 말하는 태움을 봤다.
실습하는 동안에 저렇게까지 대놓고 하는 걸 보는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지나가는 말이었지만,
독립한 지 5개월 정도 되었는데 아직도 일을 못 해서 그런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불쌍했다.
하지만 난 지금,
신규 간호사 선생님에게 연민을 느끼고 있는 과거의 나에게 말하고 싶다.
"야 너가 그 쌤보다 더 심해. 너 독립한 지 7개월 돼도 일 못했어 자식아."
말하면서 컴퓨터 활용 1급(애증이다) 필기 책을 건네줄 거다.
그렇게,
부서로 향하는 두 번째 출근길은 나의 실습 시절을 회상하게 된다.
개 조심 선생님은 어떻게 대해야 하지? 흑흑
내가 봐왔던 신규 간호사 선생님처럼 될 거 같지만…. 열심히 하자! 열심히 하면 될 거야!!
내 머릿속에는
인사이드아웃처럼 슬픔이가 개 조심 선생님을 들면서 울고 있고
머리 꽃밭 행복이는 ‘열심히 하자!’ 구호를 열심히 외치고 있다.
대환장파티 그 자체.
혼란한 머릿속에서 문뜩,
신의 계시가 내려온 것처럼 한 가지가 떠올랐다.
[힘든 신규 시절, 개 조심 선생님을 최대한 피하거라.]
맞아, 적극적으로 피하고 눈에 띄지 말자.
라며 두 번째 부서 출근을 하였고,
노랗게 뜬 얼굴로 개 조심 프리셉터 선생님께 인사를 드렸다.
그렇다.
나의 프리셉터 선생님은 부서 일진이었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