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세상 어려운 잔금 받기
인테리어의 꽃은 뭘까요?
조명? 타일? 컬러?
사장으로서 인테리어의 꽃은 '잔금'입니다. 잔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길고 힘든 동굴을 드디어 나왔는데 밝은 세상이 아닌 다시 또 다른 동굴인 기분입니다.
물론 잔금을 다 주지 않는 고객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잔금을 받고 나면 나 몰라라 할까 봐 염려되고 걱정되시겠죠. 또한 좋지 않은 업체의 경우로 인해 피해를 보신 분들도 계시겠지요.
하지만 인테리어의 생태계 상 모든 과정에서 각 과정이 끝나면 임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철거가 끝나면 철거비를 바로 드려야 하고 목공이 끝나면 바로 목공비를 드려야 합니다.
나의 돈으로 미리 지불하여 실질적으로 마이너스인 상태인데 잔금이 다 들어오지 않으면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잔금 앞에서 왜 이렇게 소심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공짜로 일하기로 한 사람처럼 그렇게도 그 말이 어렵습니다. 늘 저에겐 돈 이야기가 어렵습니다.
공사하는 중간중간 의외로 추가되는 비용들이 있습니다. 가스관 철거나 견적보다 의외로 많이 나와버린 경우 5만 원, 20만 원 이런 식으로 현장마다 추가되는 비용 말입니다. 이런 것을 하나하나 고객에게 청구하기는 어렵습니다.
더구나 요즘처럼 자재와 인건비가 하루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상황에서는 정말 어려움이 많습니다. 다들 공사 계약은 공사 한 달 또는 그 이상 전에 견적을 받으시고 계약을 하시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고객에게 그 사이 견적이 이렇게 올라 버렸다고 올려서 청구하기는 또한 어려운 일입니다.
극소심한 제가 가장 '난 사업과 맞지 않는 걸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그 순간입니다. 사업가라면 사장이라면 돈 이야기를 두려워하면 안 되는데 왜 이렇게 저는 돈 이야기가 어렵고 어색할까요.
영업상 많은 마진을 남기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잔금을 남기고 입금하겠다는 이야길 들으면 힘이 쭉 빠지고 의욕이 바닥 저 아래로 처박히는 기분입니다.
나는 최선을 다해 그 집을 예쁘게 해드리고 싶어서 노력했는데 어째서 그걸 몰라 주시는 걸까요. 서운함과 속상함만이 남습니다. 그럴 때는 강단 있게 잔금을 다 입금해 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난 또 '예, 그렇게 하십시오'하면서 AS사항을 받아 적습니다. 이럴 땐 그저 나의 극소심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고객과 감정싸움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고객.
사장을 사장으로 만들어주는 바탕이자 사업의 기본이라고 믿습니다. 아직은요. 다들 그저 불안한 거지요. 워낙 큰돈이 오가는 일이다 보니까요. 지금까지 잔금을 다 못 받은 고객은 한 분 빼고 없습니다.
잔금을 못 받은 단 한 번의 경우는 제가 포기한 경우입니다. 고객의 요구에 다 응할 수 없어 제가 남겨놓은 잔금을 받지 않고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잔금으로 마무리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되니 그렇게 하시라고 하고 물러났습니다. 제가 부족한 탓이지요.
그 후로 잔금에 더욱 소심해졌습니다. 그리고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어떡하나 더 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도전에 가뜩이나 움츠러드는 소심쟁이인데 그 한 번의 실패가 저를 더욱더 소심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인생이 어떻게 성공만 있고 쉽고 편한 일만 하겠습니까. 다시 도전해서 극복해내는 것. 그것만이 저를 다시 살아가게 하고 다시 용기를 얻게 하겠지요.
그리고 언젠가는 돈 이야기도 술술술 하게 되는 사장다운 사장이 되어 있겠지요. 지금처럼 어렵고 거북해하지 않고요. 내 노동의 대가로 당당하게 잔금 이야기를 하는 그날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