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평일에만 내리던 눈을
사무실에 앉아 원망했었다.
딱히 눈 오던 날의 애틋한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직도 눈이 내리면 마냥 기분이 좋다.
이날은 정말 오래간만에 쉬는 날이었다.
설 명절이 끝난 이후부터 15일간을
연달아 출근하고 야근을 했다.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그냥 쉬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왠지 마지막일 것 같아 서둘러 나섰다.
예쁘게 내리던 눈이었는데...
눈은 밖으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강한 바람과 함께 폭설이 되어 휘날렸다.
들고 있던 우산은 고장이 나버렸다.
이렇게까지 많이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눈은 두어 시간 지나자 점차 잦아들고
더는 내리지 않았지만
물건들이, 나무들이, 건물들이 그 몇 시간의 요란스러움을 정돈해서 쌓아두었다.
누군가는 그새 추억을 만들고 떠났다.
실컷 맞고 실컷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지막일 것 같았지만,
왠지 한번 더 내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그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