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조각을 하나로 묶는 일은, 애초에 쉬울 리가 없다.
첫 번째 작품을 만족스럽게 마치고 자신감이 붙은 나는. 난이도 ‘중’ 도안을 골랐다. 이 도안 역시 연희동 바늘이야기 오프라인 매장에서 패키지로 구매했다.
‘도화지 약과 스퀘어 가방’
이 가방은 코바늘 6호와 도화지 실을 가지고 13장 모티브를 만든 후 연결해 가방으로 완성하는 구조다. 소담한 느낌의 디자인이 한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풍기는 듯했고 나는 바로 코바늘을 잡았다.
처음 시작은 역시나 얼렁뚱땅 엉터리 투성이었다. 역시나 풀고 다시 하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첫 번째 모티브 1장을 어렵사리 완성했고 한 장씩 늘려갔다. 생각보다 모티브 1장 완성하기는 정말 쉬웠다. 똑같은 작업을 반복하니 금세 익숙해지며 속도가 붙기 시작하고 더 완성도 높은 모양이 잡혀갔다.
7개쯤 만들었을 무렵, 슬그머니 권태로움이 찾아왔다. 완벽하게 똑.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것에 질려버린 것이다.
‘나에게 기쁨이 되었던 뜨개질 작업에도 권태로움이 찾아오다니. 그것도 이렇게나 빨리?’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나는 어떻게든 단조로움에서 시작된 권태를 이겨내기 위해 한 장, 한 장 모티브를 더 예쁘게 마무리하기 위해 애쓰는 방향으로 집중을 했고 가능한 빠르게 끝내고자 했다. 다행히 총개수가 13개뿐이라 빠르게 다음 파트인 ‘연결’로 넘어갈 수 있었다.
모티브를 연결하는 방법도 동영상을 통해 배웠는데, 생각보다 간단했다. 13개 조각들을 도안에서 안내하는 모양대로 올려두고, 조각과 조각이 만나는 면을 실이 연결된 돗바늘로 함께 엮어주면 되었다. 그렇게 모든 모티브를 연결하면 모티브 조각이 하나의 편물로 바뀐다.
모티브를 나란히 놓고 보니, 같은 도안으로 같은 사람이 만들었는데도 미묘하게 다 달랐다. 모서리의 장력이 조금씩 다르고, 한 줄이 삐뚤어진 것도 있었다. 완벽히 똑같은 조각은 하나도 없었다. 분명 똑같이 가운데 구멍 1개, 모서리마다 구멍 2개씩을 가진 구조라서 겹치면 완벽히 같아 보이는데. 펼쳐 두고 자세히 보면 각기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우리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스쳤다. 모두 엄마와 아빠를 통해 사람의 구조를 가진 채 태어나 서로 비슷하다고 느끼지만, 자세히 보면 완벽하게 똑같을 수 없는 전혀 다른 존재인 것처럼.
밀려오는 생각들을 뒤로하고 뜨개 여정을 이어갔다. 연결 작업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실의 장력이 조금만 달라도 틈이 생기고, 너무 당기면 형태가 틀어졌다. 모티브 단면이 어느 한쪽은 너무 튀어나와 있고 어느 한쪽은 쑥 들어가 있어서 균일하게 맞추기 어려웠다. 길이도 미세하게 달라 처음과 끝이 딱 맞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연결하는 만큼 편물 면적이 넓어지며 작업 시 생기는 불편함도 늘어갔다. 그 과정의 반복 속에서 알게 되었다. 서로 다른 조각들을 하나로 묶는 일은, 애초에 쉬울 리가 없다는 것을.
조각들이 서로 잘 맞지 않아서 짜증이 확 났다. 한쪽이 쑥 들어가 있어서 부족한 부분을 반대편 조각에서 당겨 채우려고 하면 어김없이 모양이 틀어졌다. 4개 조각이 만나는 지점을 더 꼼꼼히 연결하려고 꽉 조이면 전체 모양에서 그 부분만 유독 밀도가 높아져 도드라졌다.
마음에 안 드는 지점을 몇 번이고 풀어내 다시 작업하면서 적당히 연결했을 때 전체 모양에서 가장 이상적인 밸런스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 의아했다. 뭐든 꼼꼼하게 정렬하고 각에 맞추는 것이 최고의 예쁨을 만들 것이라 여기고 있었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다니. 적당히 느슨한 것이 가장 조화로운 균형을 만든다니.
“그렇게 꼿꼿하게 살다가는 뚝. 하고 한 순간에 부러져요.”
과거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가 나에게 했던 말이다.
“너무 애써서 아~ 하지 말고 적당히 아~ 해봐.”
학생 때 교정하던 치과에서 진료를 보던 원장 선생님이 했던 말이다.
옛날 생각이 스쳐갔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시간에서도, 나는 내가 대하는 모든 것들을 쫀쫀하게 당기고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 ‘적당히’가 없었다. 100이거나 0이거나. 관계를 맺거나 안 맺거나. 만족스럽게 하거나 안 하거나. 그러다 보니 내가 대하는 모든 것이나 관계들이 점차 힘겨움으로 바뀌어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연결의 힘을 불신했다. 뭐든 지 한 땀, 한 땀에 힘을 주고 당겨야 끊어지지 않고 튼튼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금세 풀리거나 벌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뭐든 지 적게, 소수로 했다. 내가 집중적으로 애쓸 수 있는 영역에 한계가 있으니까. 그러나 ‘연결’이 가진 힘은 대단해서 애써서 당기지 않아도 한 땀, 한 땀이 모여 아름다움을 만들고 오랜 시간에도 풀리지 않는 힘을 만들었다.
당김과 느슨함의 균형.
그 균형이 잘 맞았을 때 모티브 편물은 오히려 정갈해 보였다. 모든 조각들이 편안해 보였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이음새가 돋보이는 게 아니라 각 모티브가 돋보이고 전체가 하나로 보였다. 관계의 전체란 이런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세계 속 관계, 나와 연결된 사람들의 관계 그리고 세상과 나의 관계. 모든 객체가 하나도 똑같은 것 없이 모두 다 다르지만, 전부 당김과 느슨함의 균형 속에서 전체를 맺고 있다.
나는 아직도 연결이 어렵다. 아직까지도 두 번째 모티브 작품을 시작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여전히 너무 바짝 당겨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너무 무심해서 멀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돗바느질로 생기는 연결의 마찰은 각 조각들이 전체의 균형 속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서로를 느슨하게 허락하는 것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알려주며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모든 조각이 완벽히 맞지 않아도 그 자체로 괜찮다.
그 다름들이 모여 적당한 느슨함으로 조화로운 하나가 된다.
관계들도, 인생도 그렇다.
그저 서로를 허락해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