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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은영 Sep 24. 2018

숲과 나, 알아가는 단계

숲학교 과제를 위해 집앞 숲에서 꺾어온(쏴리...) 들풀들. 낙상홍, 나팔꽃, 팥배나무, 아까시, 쑥부쟁이, 밤나무의 꽃과 잎들이다.   


숲과 나는 현재 이제 막 호감을 갖고 알아가는 단계.

이기적인데 수동적인, 체력보다 지구력이 더욱 저질인 내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생태계와 지레 나가떨어지는 일 없이 이 마음을 버닝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다 러브 숲이랑.


요새 유행인 서울대 김영민 교수의 '추석이란 무엇인가'란 컬럼식으로 요약하자면 숲에 간다는 것은 등산화를 신고 문을 나서면서부터가 아니라 숲이 어떤 곳인지 파악하는 데서 출발 할 거다.  덧붙여 무엇을 안다는 것은 또 그것을 알아보는 것부터가 아니라 나와 타인 또는 사물을 구분할 줄 아는 지성과 인식을 갖추는 것에서 시작하겠지. 그니까 내가 지금 숲학교에서 강의 몇 번 들으면서 끼적이는 소회들은 훗날의 실전에 비추어 먼지 같을 일이라는 뜻. 또한 갈길이 겁나 멀 거라는 뜻. 


그래도 즐거운 건 즐거운 거다. 들풀의 이름을 듣고 생김새에 눈맞추는 일이, 나무의 등허리를 만지면서 와락 솟아나는 대견한 마음이, 열매와 꽃과 가지들의 놀라운 생존전략이, 삼라만상과 소통해온 도저한 세월이 알면 알수록 신이나고 뭉클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과연 그렇다. 잡초라 여겼던 고사리이파리, 달개비들을 밟지 않으려고 애쓰다보니 산책시간이 늘어나버렸지만 더 알아서 더 늘리지 못하는 게 애석할 뿐 즐거운 건 즐거운 거다. 즐거워야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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