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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Jun 10. 2017

있을 때 베풀지 않으면 궁할 때 받을 것이 없다

조우성 변호사의 생활인문학

有而不施, 窮無與也 (유이불시, 궁무여야) 

있을 때 베풀지 않으면 궁할 때 받을 것이 없다.  

   

荀子(순자)에 나오는 제가 좋아하는 문장입니다.     






우리가 저축을 하는 이유는

평소 여유자금을 모아두었다가 나중에 유사시에 요긴하게 쓰기 위함입니다.     

어릴 때부터 저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하지만 돈을 저축하는 것 못지않게 인심을 저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축해 놓은 인심은 내게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빛을 발합니다.     


"흥! 내가 이렇게 까지 올라오는 데 당신들이 뭐 보태준 거 있어?"라면서 어깨에 힘을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오만한 태도는 주위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그래, 너 얼마나 잘 되나 보자!'라는 억하심정까지 낳게 합니다.     




언제까지나 잘 나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한 때 잘나가던 사람이 어딘가에 걸려 넘어졌을 때, 

그 사람이 평소 인심저축을 해 놓지 않아 인심계좌가 마이너스(-) 상태라면

주위 사람들은 오히려 그 불행을 통쾌하게 여길 겁니다.     




하지만 내 인심계좌 잔고가 충분하다면

내 어려움을 보고 주위에서 도움을 주기 위해 달려드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쟤는 복도 많아. 저 위기에서 도움을 받네?'라고 부러워하지만

실은 그 사람이 평소 주위에 저축해 놓은 결과일 가능성이 큽니다.     

꼭 돈이 아니어도, 필요할 때 요긴한 말 한마디, 작은 배려가 인심 저축의 중요한 내용이 될 수 있습니다.      



옛사람들이 착한 일을 하는 것을 두고 '선을 쌓는다(적선 ; 積善)'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적선지가 필유여경 ; 선을 쌓는 집안에는 남는 경사가 있다)     


현실적인 조언을 주는 채근담 한구절로 끝맺습니다.     


경로작처(徑路斫處)에 유일보(留一步)하여 여인행(旅人行)하고,

자미농적(滋味濃的)은 감삼분(減三分)하여 양인기(讓人嗜)하라.

차시섭세일극안락법(此是涉世一極安樂法)이니라.


좁은 길에서는 한 걸음 양보해 상대방에게 길을 열어준다.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3할을 덜어 남에게 나눠주고 함께 즐긴다.

이것이 한 편생을 살면서 가장 안락하게 사는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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