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은 예고 없는 폭풍처럼 삶을 덮친다. 한순간 무너진 일상엔 견딜 수 없는 공허가 드리운다. 숨 쉴 때마다 그 사람이 떠오르고, 찰나의 순간마다 부재의 아픔이 날카로움으로 파고든다. �
오래전, 코살라국의 끼사 고따미는 어린 아들을 잃고 미칠 듯한 슬픔에 잠겼다. 죽은 아이를 안고 거리를 헤매던 그녀에게 부처는 '아무도 죽지 않은 집의 겨자씨를 가져오라'는 과제를 주었다. 마을을 돌던 그녀는 마침내 깨달았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진실이며, 삶의 일부라는 것을. 이 이야기는 『테리가타(Therigatha, 장로니의 게송)』 주석서에 전해진다. �
슬픔은 바다의 파도와 같다. 때로는 잔잔히, 때로는 거세게 밀어닥친다. 그러나 파도가 바다로 돌아가듯, 우리의 마음도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간다. 이는 망각이 아니라, 삶을 받아들이는 숙연한 과정이다. 슬픔의 깊이가 곧 그 사랑의 깊이였음을 인정하는 순간이다. �
상실의 숲을 지나는 동안,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 혹독한 겨울을 견딘 오래된 나무가 새로운 나이테를 새기듯, 고통은 우리 안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고 강인함의 증표가 된다. �
때로는 죄책감이 그림자처럼 찾아든다. 왜 막지 못했는지, 왜 더 잘해주지 못했는지. 그러나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후회는 현재의 고통을 가중시킬 뿐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떠난 이를 기억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끼사 고따미가 부처의 제자가 되어 수행의 길을 걸었듯, 우리도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가야 한다. �️
사랑하는 이의 부재는 깊은 강물과 같다. 처음엔 두렵고 막막하지만, 시간 흐르면 그 물결 위에 잔잔한 달빛이 비추듯 고요한 평화가 스며들기도 한다. � 끼사 고따미의 깨달음이 시대를 넘어 전해지는 것은, 인간의 근원적 고통이 보편적 경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홀로가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 상처는 아물지만, 완전한 치유나 망각이 아니다. 다만 그 상처와 함께 사는 법을 배워간다. 떠난 이는 우리 안에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 따뜻한 기억으로,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
인생은 계속된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떠난 이들이 진정 바랄 것이다. 가끔 멈춰 서서 그들을 깊이 생각하고, 그 순간만큼은 마음껏 그리워해도 좋다. 상실의 아픔 속에서도 삶은 멈추지 않는다는 지혜를 되새기며, 오늘의 발걸음을 내딛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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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조우성 변호사(로펌 머스트노우) / law@mustkno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