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를 버리고 나침반을 쥐다

by 조우성 변호사

지도를 버리고 나침반을 쥐다


아침, 사무실 책상 위에 기획서가 쌓여 있다. 한 치는 넘는다. 모두가 칭찬했다. 완벽하다고 했다. 그런데 프로젝트는 실패했다.

십 리 길을 가는 사람의 행낭과 천 리 길을 가는 사람의 행낭은 달라야 한다.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하는가. 천 리 길을 떠나면서 십 리 길 행낭을 백 개쯤 챙긴다. 그러면 될 거라고 믿는다.


# 두꺼운 계획서라는 환상


정교한 지도, 최고의 인재, 완벽한 자원. 모두가 완벽하다고 칭송했는데, 그 지도의 끝이 깎아지른 절벽이라면? 시장이라는 거친 땅은 단 한 번도 지도에 그려진 대로 존재한 적이 없다.

우리는 한 치 앞도 모르는 미래가 두렵다. 그래서 두꺼운 계획서를 붙든다.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 모든 변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착각. 너무 달콤하다. 거대한 조직의 서랍 속에 잠든 계획서는, 그래서 실패를 위한 알리바이가 된다. 그 묵직한 행낭의 무게는 이제 안정감이 아니다. 변화의 바람 앞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게 하는 족쇄다.

가장 정교한 지도는, 목적지 자체가 신기루일 때 가장 쓸모없는 종잇조각이 된다.


# 나침반과 사냥 기술


짧은 십 리 길에는 지도와 도시락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득한 천 리 길에는? 나침반과 사냥 기술이면 된다.

캄캄한 밤 길을 밝혀주는 나침반이란 무엇인가. 우리 조직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단 하나의 대답이다. 사냥 기술이란? 우리의 가장 단단한 믿음 중, 틀렸을 때 가장 치명적인 것은 무엇인가를 집요하게 묻는 용기다. 그리고 가장 작은 자원으로 그 믿음을 시험대에 올리는 지혜다.


테슬라를 보라. 진짜 힘은 밤새 차를 바꾸는 기술에 있지 않다. 수천 번의 용접을 거대 주물 하나로 끝내는 기가 프레스 공법. 거기 그들의 철학이 있다. 복잡성이라는 적을 근원적으로 제거해서 변화의 속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것. 사냥 기술의 진화다.


# 회의실의 공기를 바꾸는 법


이제 당신의 조직을 돌아보라. 회의실의 공기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보고하는 데 쓰이는가, 아니면 무엇을 알아낼 것인가를 토론하는 데 쓰이는가.

실패하지 않는 것이 돌파하는 것보다 중요한 문화. 그 속에서 재능은 질식한다. 수많은 거인이 바로 그 길을 따라 소리 없이 침몰했다.


그러니 이제 500페이지짜리 지도가 아니라, 당신 가슴속 나침반을 믿어라. 그리고 이번 주, 우리가 깨부숴야 할 가장 단단하고 위험한 가설 하나를 찾아 길을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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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리 길의 주인은 지도를 쥔 자가 아니라, 별을 읽는 자다. / 세상은 결국 지도를 외운 자가 아니라, 제 심장의 떨림으로 별의 길을 묻는 자에게 정복된다. / 위대한 여정의 끝에 남는 것은 빼곡한 지도가 아니다. 길 위에서 얻은 단 하나의 문신 같은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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