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구팽의 법칙 : 1등 공신은 왜 항상 버려지는가

by 조우성 변호사

<사마천, 당신의 무기가 되는 순간> 토사구팽의 법칙 : 1등 공신은 왜 항상 버려지는가


월요일 오전 10시, 신사업TF 결과 보고 회의실. K부장은 굳은 얼굴로 앉아 있다. 그는 5년 전 이 회사가 작은 스타트업일 때 합류했다. 밤샘과 주말 근무를 밥 먹듯 했다. 그의 헌신으로 회사는 시장에 안착했다. 오늘 보고하는 신사업도 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것이다. 모두가 불가능하다 할 때, 그는 밀어붙였다. 결국 성공했다.


그러나 분위기가 이상하다. 3개월 전 C레벨로 영입된 최 상무가 회의를 주도한다. 그는 유려한 영어와 PPT로 성과를 재정의한다. K부장의 ‘감’과 ‘투지’는 ‘데이터 기반의 체계적 관리’라는 말로 대체된다. K부장의 이름은 보고서 초반에 작게 언급될 뿐이다. 회의가 끝나고 사장이 최 상무의 어깨를 두드린다. K부장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K부장은 혼란스럽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곳이다. 성과도 분명하다. 그런데 왜 자신의 자리는 점점 사라지는가. 공로는 증발하고 역할은 축소된다. 이것은 배신인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가. 이런 상황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 조직의 계절, 개인의 시간


이 상황의 본질은 배신이 아니다. 타이밍의 불일치다. 문제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가치의 변화다. 창업기의 투쟁과 안정기의 관리는 다른 역량을 요구한다. 황무지를 개척하는 능력과, 잘 닦인 밭을 경작하는 능력은 별개다. 조직의 계절이 바뀐 것이다. 둘째, 권력의 속성이다. 새로운 권력은 새로운 기준으로 자신의 정당성을 증명해야 한다. 과거의 영웅은 그 자체로 새로운 질서에 대한 도전이다. 그의 존재가 과거를 소환하기 때문이다. 셋째, 역할의 고착화다. 개인은 자신이 성공했던 방식에 머무르려 한다. 그러나 조직은 이미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개인의 시간과 조직의 시간이 어긋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 천하의 명장, 한신의 마지막


사마천은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에서 가장 극적인 타이밍의 비극을 기록했다. 한신은 한나라의 모든 전투를 승리로 이끈 천재였다. 그의 군사적 재능은 누구도 넘볼 수 없었다. 유방이 항우에게 쫓겨 다닐 때, 한신은 북쪽의 위, 연, 조, 제나라를 차례로 정벌했다. 해하 전투에서 항우의 초나라 군대를 섬멸하며 천하 통일의 마침표를 찍은 것도 그다.


“과연 사람들의 말대로다. 교활한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를 삶고, 높이 나는 새가 없어지면 좋은 활은 창고에 처박히며, 적국이 격파되면 모신은 망한다. 천하가 평정되었으니, 나도 이제 삶아져야 마땅하구나(信謂韓信曰, 果若人言. 狡兎死良狗烹, 飛鳥盡良弓藏, 敵國破謀臣亡. 天下已定, 我固當烹).”


전쟁이 끝나자 황제가 된 유방은 한신을 의심했다. 그의 병권을 빼앗고 초왕에서 회음후로 강등시켰다. 결국 여후의 계략에 빠져 장락궁에서 처형당했다. 한신은 죽음 앞에서 탄식했다. 그때 괴통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고 했다. 그는 전쟁의 천재였으나, 평화의 시대에 살아남는 법을 몰랐다.


# 쓰임의 시간, 그 너머를 보라


한신은 왜 죽었는가. 그가 무능해서가 아니다. 너무 유능해서다. 그러나 그의 유능함은 오직 ‘전쟁’이라는 특정 시기에만 유효한 것이었다. 통일 제국이라는 새로운 계절이 오자, 그의 존재 자체가 황제에게는 위협이었다. 그의 칼은 적이 아니라 주군을 향할 수 있는 무기였다. 유방의 입장에서 한신 제거는 배신이 아니라, 국가 안정화를 위한 정치적 필수 과제였다.


이것은 동서고금 권력의 본질이다. 한비자는 군주의 핵심을 ‘세(勢)’, 즉 권세와 위치를 지키는 것이라 했다. 아무리 뛰어난 신하라도 군주의 ‘세’를 위협하는 순간 제거 대상이 될 뿐이다. 한신의 비극은 이 원리를 망각한 결과다. 서양의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더 노골적으로 말한다. 군주는 국가 유지를 위해 때로 신의를 저버리고 비정해져야 한다. 용병대장의 숙청은 군주의 권력 유지를 위한 당연한 수순이다. 마키아벨리에게 도덕은 권력 유지라는 목적 아래의 수단일 뿐이다.


현대의 경영학 구루 피터 드러커는 이 원리를 ‘What got you here won’t get you there(당신을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이 당신을 저기로 데려다주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말로 정리했다. 조직의 성장 단계마다 요구되는 리더십과 역량은 다르다는 통찰이다. 스타트업의 ‘해결사’가 대기업의 ‘시스템 관리자’가 되기는 어렵다. K부장의 비극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여전히 창업기의 방식으로 일한다. 그러나 회사는 안정기의 시스템을 원한다. 그의 성공 방정식이 이제는 실패의 원인이 된 것이다. 그는 한신처럼, 자신의 쓰임새가 끝났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 당신의 두 번째 무기를 준비하라


중요한 것은 배신감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다. 조직의 계절 변화를 냉정하게 읽고 자신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것이다. 한신에게 군사적 재능 외에 정치적 감각이라는 두 번째 무기가 있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토사구팽은 법칙이다. 피할 수 없다면 이용해야 한다. 당신의 가치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그것을 지렛대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영원한 1등 공신은 없다. 다만, 영리하게 자신의 가치를 전환하는 전문가만 있을 뿐이다. 스스로 조직의 계절이 어디쯤 왔는지, 나의 시간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물어야 한다.


# 내일 실천할 3가지


1) 점검하라: 조직의 언어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회의나 보고서에서 새롭게 강조되는 키워드(예: 안정, 시스템, 효율, 데이터)를 3개 이상 찾아 기록하라. 이것이 조직의 새로운 계절을 알리는 신호다.


2) 질문하라: 신뢰하는 상사나 동료에게 “우리 회사의 다음 3년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일까요?”라고 물어보라. 당신의 현재 역할이 그 과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혹은 단절되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3) 학습하라: 당신의 현재 핵심 역량 외에, 조직의 다음 단계에 필요한 역량 하나를 정해 관련 온라인 강의나 서적을 1시간 이상 탐색하라. 당신의 ‘두 번째 무기’를 준비하는 첫걸음이다.


(작성 : 조우성 변호사)


* 요약 인포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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