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이 없다면 '창조'하라: 분할, 연합, 신규 시장

by 조우성 변호사

대안이 없다면 '창조'하라: 분할, 연합, 신규 시장


길은 여기서 끝났다. 당신은 벼랑 끝에 서 있다. 눈앞의 ‘갑’은 유일한 동아줄이다. 그 줄을 놓으면 추락뿐이라는 공포가 당신의 목을 조인다. 그래서 당신은 모든 부당함을 감내한다.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스스로를 기만한다.

그것은 현실 인식이 아니다. 전략적 태만의 고백일 뿐이다. 협상 테이블에서 ‘대안 없음’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가진 패가 하나뿐인 도박꾼은 상대의 허세를 꿰뚫을 수 없다. 판돈을 올리지도 못한다. 그저 상대가 판을 끝내주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많은 이들이 대안은 주어지거나, 운 좋게 ‘발견’하는 것이라 착각한다. 아니다. 대안은 찾는 것이 아니다. 창조하는 것이다. 힘의 균형추가 상대에게 완전히 넘어갔다고 판단될 때, 전사는 길 없는 황야에 새로운 길을 낸다.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대안 창조의 기술이야말로, ‘을’이 장착해야 할 가장 공격적인 무기이다.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세 가지 길


대안 창조의 길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첫째는 ‘분할(分割)’이다. 당신의 모든 것을 한곳에 바치지 않는다. 당신이 제공하는 서비스나 제품을 잘게 쪼개, 일부는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100% 의존하던 관계에 의도적으로 10%의 균열을 낸다. 그 작은 틈이 갑에게 ‘당신이 나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서늘한 인식을 심어준다. 전부를 잃을 수 있다는 공포에서 벗어나, 일부를 지키기 위한 싸움으로 전장을 바꾸는 전략이다.

둘째는 ‘연합(聯合)’이다. 홀로 선 약자는 각개격파(各個擊破)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 늑대는 무리를 지을 때 비로소 사냥꾼이 된다. 당신과 비슷한 처지의 다른 ‘을’들과 손을 잡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몸집을 불리는 행위가 아니다. 갑이 독점해왔던 정보의 물줄기를 트고, 리스크를 분산하며, 공동의 목소리로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고도의 술수이다. 어제의 경쟁자가 오늘의 동지가 되는 순간, 갑은 더 이상 한 마리의 양이 아닌, 늑대 무리를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셋째는 ‘개척(開拓)’이다. 기존의 판 자체를 떠나는 가장 대담한 선택이다. 이 우물이 오염되었다면, 다른 샘을 파야 한다. 좁은 내수 시장을 벗어나 망망대해 같은 해외로 눈을 돌리거나, 당신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산업군으로 영토를 확장하는 것이다. 이는 가장 많은 자원과 용기를 필요로 하지만, 성공한다면 갑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힘의 원천을 확보하게 된다. 의존 관계의 종식을 넘어, 새로운 판을 짜는 주도자가 될 수 있다.

각 전략은 저마다의 날카로움과 무거움을 지녔다. 분할은 신속하지만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연합은 강력하지만 배신의 위험을 내포한다. 개척은 가장 근원적인 해결책이나, 실패의 대가가 크다. 당신은 당신이 선 전장의 지형과 가진 병력의 규모를 냉정히 판단하여, 가장 적합한 칼을 뽑아 들어야 한다.


전장(戰場)의 기록: 뭉쳐서 살아남은 늑대들


중소 부품사 B의 이야기는 연합의 힘을 서늘하게 증명한다. B사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A사에 핵심 부품을 독점 공급했다. 독점이라는 지위는 달콤한 독과 같아서, 안정적인 매출을 보장하는 동시에 B사의 목을 서서히 조이는 족쇄가 되었다. A사는 해마다 단가 인하를 압박했고, 무리한 개발 요구를 서슴지 않았다. B사는 저항할 수 없었다. A사와의 거래가 끊기면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웠기 때문이다. 그들은 독점 계약이라는 감옥에 갇힌 죄수였다.

벼랑 끝에서 B사의 대표는 이대로 죽을 수 없다고 결단했다. 그는 A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다른 비경쟁 분야의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은밀히 연락을 취했다. 처음에는 모두가 경계했다. ‘을’끼리의 연합이란 전례 없는 일이었고, 갑의 귀에 들어갈 경우 닥쳐올 후폭풍이 두려웠다. 그러나 고사(枯死) 직전의 고통은 두려움을 이기는 법이다. B사 대표는 각개격파 당할 것인가, 뭉쳐서 판을 흔들 것인가의 선택지를 던졌다. 마침내 다섯 개의 ‘을’이 하나의 연합을 결성했다. 어제의 경쟁자 혹은 무관심했던 타인이, 생존이라는 절박함 아래 피를 나눈 형제가 된 것이다.


그들은 공동으로 A사의 내부 정보를 교환하고, 시장 동향을 분석하며, 법률 자문을 구했다. 그리고 연합의 이름으로 A사와의 다음 협상에 임했다. A사 구매팀은 여느 때처럼 오만하게 단가 인하 서류를 내밀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B사 대표는 다섯 회사의 공동 요구안을 조용히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귀사의 요구는 시장 원리에도, 공정거래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이 조건은 우리 다섯 회사 모두 수용할 수 없다.”

A사 담당자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더 이상 힘없는 중소기업 하나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었다. A사 생산 라인의 각기 다른 혈맥을 쥐고 있는 다섯 손가락이 하나의 주먹으로 뭉쳐 자신을 겨누고 있음을 직시해야 했다. 한 회사를 내치는 것은 쉽지만, 다섯 곳을 동시에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협상 테이블의 공기가 바뀌었다. 힘의 저울추가 미세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날, 그들은 처음으로 단가 동결과 합리적인 개발 일정 조정을 얻어냈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것이다.


지도를 그리는 자가 영토를 지배한다


기억해야 한다. 대안은 찾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당신의 서비스를 ‘분할’하여 의존도를 낮춰라. 당신과 같은 처지의 약자들과 ‘연합’하여 힘의 균형을 바꿔라. 그것도 아니라면, 낡은 전장을 떠나 새로운 영토를 ‘개척’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사업 전략이 아니다. ‘을’이라는 자기 인식의 감옥에서 탈출하려는 의지이며,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기를 거부하는 투쟁이다. 힘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만드는 것이다. 대안을 창조하는 행위는, 갑이 그려놓은 지도 위에서 길을 찾는 행위를 멈추고, 스스로 영토를 개척하고 새로운 지도를 그리는 첫걸음이다.

이 책은 당신에게 위로가 아닌 무기를 쥐여주기 위해 쓰였다. 이제 당신은 길 없는 황야에 서서, 스스로의 지도를 그릴 준비를 해야 한다. 그것이 약자가 칼을 벼리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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