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관리하고 도구로 부린 인재는 반드시 등을 돌린다

by 조우성 변호사

방천화극의 역설, 능력이라는 양날의 검


서기 192년 5월, 낙양 궁궐의 공기는 서늘했다. 한 시대를 호령하던 동탁의 숨통을 끊은 것은 적군의 칼날이 아니었다. 아들이라 부르며 아꼈던 당대 최고의 무사, 여포의 손에 쥐인 방천화극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권력 다툼이 아니다. 리더가 도덕적 정당성을 내팽개치고 오직 ‘능력’에만 매몰되었을 때 마주하게 되는 필연적인 파국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 능력에만 매몰된 리더십은 결국 자신이 키운 괴물에게 잡아먹히기 마련이다 /


정통성의 빈자리를 메운 냉혹한 실용주의


변방 출신인 동탁은 권력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뿌리가 약했던 그는 공포와 효율이라는 두 축으로 권력을 지탱했다. 그에게 인재란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여포가 전임 상관인 정원을 배신하고 넘어왔을 때, 동탁은 그의 과거를 묻지 않았다. 오히려 명마 적토마를 내주며 환대했다. 도덕보다 실용을, 충성보다 무력을 택한 동탁의 선택은 단기적으로는 성공한 듯 보였다. 여포라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음으로써 반대 세력을 단번에 제압했기 때문이다. / 정통성 없는 권력은 효율이라는 미명 아래 괴물과 손을 잡는다 /


사소한 분노가 부순 신뢰의 둑


하지만 동탁은 결정적인 사실 하나를 놓쳤다. 오로지 ‘기능’으로 맺어진 관계는 작은 ‘감정’의 균열에도 쉽게 무너진다는 점이다. 동탁이 사소한 화를 참지 못하고 여포에게 수극을 던진 행위는 단순한 폭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여포에게 자신이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소모품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한 계기였다. / 기능으로 맺어진 인연은 쓸모가 다하는 순간 원수가 된다 / 여기에 왕윤이 ‘대의명분’이라는 명목을 던져주자, 여포의 배신은 불의한 권력을 심판하는 정의로운 행동으로 포장되었다. 사람은 명분 없이 움직이지 않으며, 그 명분은 대개 개인적인 상처 위에서 피어난다.


오늘날의 조직에 던지는 서늘한 경고


동탁과 여포의 비극은 이천 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 사회에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성과 중심의 인재 등용은 조직을 빠르게 키우지만, 리더의 존중과 신뢰라는 안전장치가 없다면 그 에너지는 언제든 내부를 향해 폭발할 수 있다. / 충성은 돈과 권력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존재 가치를 인정하는 태도에서 나온다 / 리더는 지금 곁에 있는 인재를 기능으로만 소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의 불안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괴물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 내 손에 든 창끝이 나를 향하지 않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기술적 관리가 아닌 진심 어린 관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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