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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Dec 19. 2015

관대한 당신이 지치지 않고 열정을 유지하려면(종합편)

Beyond Reading(2)


'기브 앤 테이크’ 중 관대한 당신이 지치지 않고 열정을 유지하려면      


와튼스쿨 조직심리학교수인 애덤 그랜트의 ‘기브 앤 테이크’는 남들에게 잘 베푸는 기버(Giver)가 오히려 성공 피라미드의 최상층부에 있음을 다양한 실험과 사례로 논증하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애덤 그랜트와의 가상 대담을 통해 확인해 봅니다. 
이처럼 인터뷰를 통해 책을 이해하는 방식을 ‘Beyond Reading‘이라 부르겠습니다.          


조우성(이하 ‘조’) : 교수님의 책에는 기버(Giver ; 남들에게 베푸는 데 더 열정적인 사람)가 성공 피라미드의 최상층부와 최하층부에 모두 존재한다고 설명되어 있더군요. 즉 남들에게 잘 베푸는 사람은 사회생활에서 성공하는 케이스와 실패하는 케이스 모두 존재한다는 거죠?          




애덤 그랜트(이하 ‘그랜트’) : 네, 다양한 실험과 관찰에 따르면 그렇게 나옵니다.          


조 : 그럼 어떤 기버는 성공하고 어떤 기버는 실패하고 마는 걸까요? 오늘은 그와 관련해서 말씀 나누겠습니다.  솔직히 기버로서의 삶을 살다보면 어느 순간 지치는 때가 오는 것 같습니다. 세상모든 자원이 그러하듯 마음속의 고귀한 열정도 무한정 샘솟는 건 아닐 테니까 말이죠.     


그랜트 : 맞습니다. 극단적으로 동료와 주위사람들에게 베풀기만 하는 사람은 자신의 에너지를 소진하게 됩니다. 생산성도 떨어지게 되구요. 결국은 지쳐서 ‘내가 왜 이러고 살았나’는 자책을 하는 경우를 발견하게 됩니다.          


조 : 성공하는 기버들은 남들에게 베푸는 일을 하면서도 지치지 않는 어떤 비결이라도 있는 걸까요?          


그랜트 : 이와 관련하여 관심을 가질 만한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제레미 프라이머(Jeremy Frimer)와 래리 워커(Larry Walker)는 캐나다에서 가장 권위 있는 봉사상인 ‘캐나다 봉사상(Caring Canadian Award)’ 수상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습니다.          




1) 우선 수상자들과 비교되는 비교집단(수상자들과 비슷한 연령과 환경이었지만 봉사와 기부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들)을 조성했습니다.     


2) 그리고 수상자들과 비교집단을 대상으로 ‘나는 ~을 하고자 노력했다’라는 문장을 내주고 인생 목표 10개를 작성하게 했고, 다양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조 : 흠... 수상자들과 비교 집단 간에 의미있는 차이가 발견됐겠군요.          


그랜트 : 우선 수상자들은 자기의 목표나 인생을 이야기하면서 봉사와 기부에 대한 목표나 말들을 비교집단보다 훨씬 많이 언급했습니다.          


조 : 그건 뭐 당연히 그럴 것 같군요. 그 부분은 그리 놀랍지 않은데요.          




그랜트 : 놀라운 대목은 여기부터입니다.      


수상자들은 타인의 이익을 위한 언급 못지 않게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한 목표’에서도 훨씬 높은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즉, 수상자들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권력이나 성취와 관련된 목표를 비교 집단보다 두 배 가까이 자주 언급했습니다. 인생의 목표 목록을 작성할 때도 그들은 영향력과 명성을 얻고 개인적인 성취를 이루는 것과 관련된 내용을 20퍼센트 더 많이 기록했습니다.          


조 : 오, 재미있군요. 얼핏 생각하기에 기버같은 이타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에 대해서는 가벼이 생각하거나 크게 고려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말입니다.       


그랜트 : 네, 그래서 이 실험이 의미가 있었지요. 


성공을 거둔 기버는 단순히 동료보다 더 이타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데도 훨씬 적극적이었다는 겁니다. 성공한 기버는 테이커(taker ; 자신의 것을 챙기는 것에 밝은 사람)나 

매처(matcher ; 주는 것과 받는 것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사람) 못지않게 야심이 컸던 겁니다.          


조 : 오호~ ‘이기적인 것’과 ‘이타적인 것’을 대립되고 양립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뜻으로 보입니다. 이거 참 재미있군요. 성공한 기버는 타인의 이익 못지않게 자신의 이익, 욕망에도 깊은 관심과 열망을 갖고 있다....     


그랜트 : 네, 자신의 이익과 타인의 이익을 2분법적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조사결과 테이커(taker ; 받기를 좋아하는 사람)는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내용에서는 높은 점수를 기록한 반면, 타인의 이익에 관해서는 낮은 점수를 기록합니다. 그들은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성공만 극대화하려 합니다.

그런데 기버들은 타인의 이익에 관한 내용에서는 항상 높은 점수를 기록하지만, 자신의 이익에 대해서는 점수가 나뉩니다.     




조 : 흠. 자신의 이익에 대해서 관심 있는 기버와 관심 없는 기버 간에는 분명 큰 차이가 있겠군요?     


그랜트 : '이기심 없이' 베풀기만 하는 기버는 타인의 이익을 중시하지만 자신의 이익은 하찮게 여깁니다. 그들은 자신의 욕구를 돌보지 않고 타인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바치는데 결국 그 대가를 치릅니다. 이를 두고 "자신의 욕구를 해치며 병적일 정도로 타인에게 초점을 맞춘다"라고 표현할 수 있겠죠.     


조 : 결국 그렇게 되면 본인도 어느 순간 지치고, 후회하지 않을까요?     


그랜트 : 물론 그렇죠. 그들은 남을 도우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해를 끼칩니다. 병적으로 베푸는 성향이 있는 대학생은 학기를 거듭할수록 학점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처럼 이기심이 전혀 없는 기버는 "친구의 문제를 해결해주느라 수업을 빼먹고 공부할 시간도 빼앗겼다"고 시인했습니다.     


조 : 말은 쉬운데 타인의 이익과 본인의 이익을 둘 다 잘 챙기는 것이 가능할까요?     


그랜트 : 제가 직장에서 동기부여 요인을 연구한 결과, '자신의 이익'과 '타인의 이익'은 서로 독립적인 동기로 나타났습니다. 즉, 우리는 이 두가지를 다 가질 수 있다는 거죠.    

 

빌 게이츠는 세계 경제포럼에서 "인간에게는 이기심과 타인을 보살피고자 하는 두 가지 강한 본성이 있다" 고 말한 바 있는데, 그 두 가지 동력이 뒤섞인 사람이 가장 큰 성공을 거둡니다.     




학자들이 연구한 캐나다 봉사상 수상자들은 자신의 이익과 타인의 이익을 상충하는 것으로 보지 않고 그 둘을 융합하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덕분에 그들은 좋은 일을 하면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었지요.     


조 : 말씀을 듣다보니 경우의 수에 따라 매트릭스 구조를 그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랜트 : 네, 이런 모양이 되겠죠.     



조 : 이 표를 보니 더 명확해 지는군요. 테이커는 타인의 이익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실패한 기버는 이기심이 부족하다면, 성공한 기버는 타인과 더불어 자신의 이익도 잘 챙길줄 안다.. 이런 결론이 되겠군요.     


그랜트 : 네, 성공한 기버들은 남을 이롭게 하는 데 관심이 있지만, 또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야심찬 목표를 세우는 부류의 사람들입니다. 

또한 그들은 받는 것보다 더 많이 주되 자신의 이익을 잊지 않으며,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게 베풀지 신중하게 선택한답니다.          




조  : 같이 일하는 후배 변호사들 중에도 그 성향을 살펴보면 기버, 테이커, 매처로 구분이 됩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기본적으로 의뢰인을 걱정하고 도와줘야 하기에 기버 성향들이 일도 잘하고 의뢰인과의 관계도 좋은 편입니다. 하지만 기버 성향의 변호사들이 더 빨리 지치고 힘들어 하는 면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감정 소비가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랜트 : 변호사도 어떤 면에서는 감정노동을 하고 있는 거군요.          


조 : 마음이 따뜻한 기버 성향의 변호사들이 쉽게 지치지 않고 잘 버텨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언이 있을까요?          


그랜트 : 참고가 될만한 사례가 있습니다.          


조 : 아, 그래요? 궁금합니다.          


그랜트 : 10여년 전, 어느 대학 콜센터 책임자가 제게 요청을 해왔습니다. ‘직원들이 초심을 유지하게 하는 방법을 강구해 달라’는 내용이 있지요. 그 직원들은 대학 졸업생들에게 전화해서 기부금을 내달라고 부탁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조 : 쉽지 않은 일이군요. 거절을 많이 당하겠는데요?          


그랜트 : 그들은 전화를 끊기 전에 세 번씩 기부금을 부탁하지만 90퍼센트 이상이 거절을 당한다고 합니다. 어느 직원이 그러더군요. “전화를 걸기가 극도로 어렵습니다. 전화를 받는 사람 중 상당수가 처음 두 마디를 끝내기도 전에 말을 자르고 기부할 생각이 없다고 말합니다.”          



조 : 그런 직종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기버 성향, 테이커 성향이 다 있겠지요?     


그랜트 : 네, 일단 각 직원들의 성향을 조사했지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열정적으로 일하는 기버(giver ; 베풀기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테이커(taker ; 베풀기보다는 받는 것을 더 선호하는 사람)들이 더 실적이 좋은 걸로 나타났답니다.          


조 : 이상하군요. 일의 성향상(기부유도) 기버의 실적이 더 좋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랜트 : 그러니까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됐습니다. 테이커들은 ‘어차피 기부하는 사람은 극히 제한적이야’라는 생각으로, 거절을 당해도 별로 상처를 받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기버들은 ‘이렇게 좋은 일에 왜 도와주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거절로 인해 상처를 크게 받고 있었습니다. 기버들에겐 보상이 필요했습니다.          


조 : 기버들에게 어떤 보상을 더 줘야 할까요? 돈?          




그랜트 : 테이커들은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점을 따지지만, 기버는 자기가 하는 일이 타인에게 얼마나 이로운가에 깊은 관심을 둡니다. 

그런데 정작 그 직원들은, 그들이 열심히 받아낸 기부금을 누가 받았는지, 그리고 그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던 겁니다.           


조 : 자기가 하는 일의 의미를 실감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버들이 힘이 빠졌다?          


그랜트 : 네, 그래서 일단 저는 직원들 덕분에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로부터 감사의 편지를 받아서 이를 직원들에게 읽게 했습니다.          


입학을 결정하기 전, 다른 주에서 온 학생들에게 부과되는 등록금이 매우 비싸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 대학은 제 혈관 속에서 피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이 대학에서 만나셨죠. 아버지와 삼촌 네 분도 이 학교에 다니셨습니다. 제 남동생도 이 학교 덕분에 태어났습니다. 이 학교가 NCAA 토너먼트에서 승리한 날 밤에 어머니께서 동생을 임신하셨으니까요.     

저는 평생 동안 이 학교에 다니기를 꿈꿨습니다. 그래서 장학금을 받았을 때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제가 얻은 기회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학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 이곳에 왔습니다. 이 장학금 덕분에 제 삶이 여러 가지 면에서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조 : 직원들이 그 편지를 읽고 나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그랜트 : 테이커는 그다지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기버들은 강렬하게 반응했습니다. 자신의 선한 영향력을 전보다 더 굳게 믿은 기버들은 일주일에 전화를 걸고 기부를 받아내는 양이 세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단 5분간 편지를 읽고 자신이 하는 일이 남에게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 알게 된 것만으로도 기버는 큰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조 : 즉, 기버들에게는 자기가 하는 일의 의미를 일깨우는 것이 인센티브인 셈이네요?          


그랜트 :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수혜를 받은 장학생들을 초청해서 직원들과 만남을 갖도록 유도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직원들은 장학금 수혜자를 직접 만나고 난 뒤 더욱 큰 힘을 얻었습니다. 

시간당 전화를 거는 평균 횟수와 주당 통화시간이 두 배로 껑충 뛰었습니다. 

기버직원들의 기부금 유도 금액(총액)이 무려 다섯 배나 올랐습니다.      

결국 이를 통해 저는, 기버의 정신적 에너지 소진(탈진)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베풂이 얼마나 피드백을 받느냐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 : 그런 피드백(이 장학금들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준다)은 사실 리더나 관리자가 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랜트 : 하지만 완전 느낌이 다르죠. 저희 실험 결과, 같은 메시지를 관리자나 리더가 전했을 때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직원들이 하는 일의 중요성과 자신이 장학금으로 어떤 혜택을 입었는지 경험담을 들려줄 수 있죠.      

기버의 정신적 에너지가 소진되어 갈 때는 그들이 제공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효과를 증언해 줄 고객, 소비자, 학생 그리고 기타 이용자를 통해 용기를 주는 것이 더 낫습니다.          




조 : 교수님 말씀 듣고 보니 저도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후배 변호사들이 사건을 대할 때 하나의 풀어야 할 숙제로만 이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의뢰인과의 직접적인 상담은 제가 진행하고, 저는 사건을 파일 형태로만 건네주곤 했거든요. 후배 변호사들은 육체와 영혼을 가진 의뢰인을 직접 만나는 것이 아니라 문서화된 파일로 사건을 접하곤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기가 하는 일이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의뢰인들의 인생에 얼마나 절실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피부로 실감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랜트 : 아까 위 사례처럼,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의뢰인을 초청해서 후배들과 같이 식사를 하면서 조변호사님 사무소가 얼마나 좋은 일,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 의뢰인의 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는데요.          


조 : 네, 그리고 가능하면 현재 진행 중인 의뢰인 회사를 후배 변호사들과 직접 방문해서 그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어려움이 어떤지를 눈으로 보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이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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