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박과 A.I.

by 김준식

교사로서 보내는 마지막 방학... 오전 보충 수업을 마치고 오후 시원한 교무실에서 다시『장자』를 읽는다. 문득 이런 내용을 발견한다.


나도 자주 사용하는 A.I.지만 쓰면서도 늘 두렵다. 내 영혼이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지점을 자주 발견하고 흠칫 놀란다.


2600년 전 인간 ‘장자’에 의해 시작되어 여러 사람들에 의해 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자』에는 멀지 않은 미래에 A.I.가 우리에게 가할 위협에 대해 예견한 대목이 있다.(매우 주관적인 나의 견해지만)


『장자』 천지 제11장에 있는 그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면 ‘기계가 발달하게 되면 사람이 기계에 지배당할 수도 있다.’ 이다.


실제 내용은 이러하다.


“吾 聞之吾師 有機械者 必有機事 有機事者 必有機心 機心 存於胸中 則純白 不備 純白 不備 則神生 不定 神生 不定者 道之所不載也”(“오 문지오사 유기계자 필유기사 유기사자 필유기심 기심 존어흉중 즉순백 불비 순백 불비 즉신생 부정 신생 부정자 도지소부재야”)


“내가 나의 스승에게 들으니 기계를 갖게 되면, 반드시 기계로 인한 일이 생기고, 기계로 인한 일이 생기면 반드시 기계로 인한 욕심이 생기고, 機心이 가슴속에 있으면 순수 결백 함이 갖추어지지 못하고, 순수 결백 함이 갖추어지지 못하면 신묘한 本性이 안정을 잃게 된다. 神生이 불안정하게 된 자에게는 道가 깃들지 않는다.”


여기서 내 스승은 아마도 노자일 것이다. ‘기계로 인한 일이 생기고’라는 말은 기계를 사용해야 할 일을 말 함이고 ‘기계로 인한 마음이 가슴에 있다’ 라는 말은 모든 일을 기계의 기준에 맞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순수 결백함’이란 인간의 본성, 즉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순응하는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본성을 말함이다. 그런데 사실 여기서 그 기계는 별 대단한 것이 아니라 두레박(橰고)이다. 요즘 말로 하면 물을 끌어 올리는 장치 정도다. 지금의 A.I.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것이지만 당시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어쨌거나 우리는 A.I.가 모든 것을 장악하는 세상에 살아갈 가능성이 짙다. 이미 우리 삶에 너무 깊이 들어온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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