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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교육

교육에 대한 책 출판을 앞두고

by 김준식

교육에 대한 책 출판을 앞두고


학교를 떠나면 학교가 보일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난다. 나는 아직 학교를 떠나지 못한 모양이다. 여전히 학교는 보이지 않고 그저 이런저런 조각 들이 레고 블록처럼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하기야 9월 1일 자로 퇴직이니 아직은 당연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오늘 오후에는 교육에 대한 나의 새로운 책을 출판할 편집인을 만났다. 내 삶의 대부분을 바친 학교를 떠나며 생각했던 교육적 의제들을 모은 책이다. 물론 책의 내용은 최근 4~5년 동안의 일들이 대부분이지만 그 속에는 오랜 시간 교사로 살아온 나의 고민과 방향, 그리고 미래에 대한 전망이 들어있다.


미리 나의 원고를 정리하여 보냈고 그것을 본 편집인께서는 몇 가지 의견을 제안했다. 나는 그 의견에 100% 동의하면서 책을 보완하겠다고 약속했다. 편집인의 제안 중에 몇 가지는 충분히 수긍은 가지만 나의 책 속에서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편집인이 제시한 내용들 중에 혁신학교 이야기가 내내 마음에 걸린다. 사실 경남형 혁신학교인 행복학교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지만 내 책에서는 가능한 이야기 하지 않았다. 행복학교의 성과나 과제는 지극히 표면적인 것일 수 있다. 현재도 여러 학교에서 행복학교의 취지에 동의한 교사, 학부모들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이나 첨언은 그분들에게 예상할 수 없는 공격으로 다가갈 가능성이 있다. 아무리 선한 의지라 하더라도 결과 값이 선하지 못하면 사전에 그 일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내 책에서 다루지 않았는데 편집인은 이제 그런 내용을 말할 때가 아닌가 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나는 내가 선택한 주제를 설명하는 글 속에서 가능한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면서 이야기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그 노력이 편집인에게는 너무나 일반론으로 읽힌 모양이다. 이를테면 나의 의지를 뺀 객관적 서술이 독자인 편집인에게는 일종의 성명서나 보도자료처럼 읽힌 모양이다. 나는 가능한 나의 주관을 제거하는 것이 이런 글쓰기의 기본적인 태도라고 여겼는데, 그것이 너무 지나쳤던 모양이다. 나의 의지로 또 나의 선택으로 글들이 쓰였다는 것을 글 속에서 감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편집인의 요구사항이었다.


우리나라만큼 교육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높은 나라가 없다. 교육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 기대가 채워지지 못하면 매우 심각한 비난가능성과 마주한다. 교육에 대한 글도 마찬가지다. 나는 솔직히 그 비난 가능성이 두렵다. 하여 나의 글은 외줄 타기를 한다. 기대 가능성도 동시에 비난 가능성도 덜한 주제와 내용을 통해 슬며시 이야기하려는 나의 의지를 간파한 편집인은 약간의 비난 가능성을 감수하는 편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나는 수용한다는 의사표시를 했는데 그것이 내 글에서 구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기는 하다. 앞으로 보름 정도 원고를 대대적으로 수정하면 올해 안에 나의 교육적 의견을 담은 책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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