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mbiz - man(인간)과 machine(머신)을 연결하는 비즈니스
16년 전인 2000년 소유(Possession)의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접속(Access)의 시대가 지배할 것이라 예견한 책(원제는 ‘The Age of Access’이고, 번역명은 ‘소유의 종말’이다)이 세상에 나오자 세간의 주목을 받았었다. 이런 미래 트렌드를 주장한 사람이 바로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물이나 대상을 소유(Possession)하는 것으로부터 접속(Access)하는 것으로 세상이 바뀌고 있음을 강조했다. 소유는 산업자본주의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품을 자신만의 것으로 소유하기 위해서 비용을 지불했고, 기업들은 판매 위주의 비즈니스를 추구했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업체는 제품을 판매하고 사람들은 제품을 구매했다. 즉 소유가 최선의 목적이고 가치였다. 그런데 최근 시장에서의 가치가 소유에서 접속으로 바뀌고 있다. 접속은 네트워크 경제를 의미한다. 제품 생산에서는 기술이 중요했지만, 접속에서는 문화가 중요하게 대두됐다.
그렇다면 당시 리프킨의 예언은 적중했고 16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할까?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첫째는 이 책이 지금도 새로운 독자들을 만들고 있는 것이고(지금도 신간이 꾸준히 팔리며 벌써 50쇄를 넘긴 스테디셀러다), 둘째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크가 지배하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그가 책을 쓸 당시에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세상에 나오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미래에는 사람들이 서로 접속하고 소통하는 세상이 될 거라 예견한 리프킨의 통찰력과 혜안은 마치 신의 경지를 보는 듯하다.
리프킨이 주장한 소유의 종말과 접속의 시대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소유는 무언가를 물리적으로 반영구적으로 갖는 것이다. 여기서 물리적이란 말은 실체(Reality)가 있음을 말한다. 즉,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상과 같다. 이에 반하여 접속은 남의 것을 일시적으로 갖고 있거나(일정 기간 동안 사용하는 대여나 렌털 서비스), 눈에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는 허상으로 가상(Virtual)을 말한다. 예를 들어 물건을 진열하고 파는 장소를 시장이나 상점이라고 하는데, 가상 세계에서의 시장이나 상점은 실체가 아니고 가상이다. 즉 인터넷 쇼핑이나 인터넷몰, 인터넷 샵 등이 그것이다. 홈쇼핑도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이제는 마트나 시장에 직접 방문하여 장을 볼 수 없는 워킹맘이나 독신자들을 위한 가상 마켓이 문을 열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지하철 역 벽에 상품 사진을 전시하고,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코드를 찍고 주문하면 집으로 배달까지 해 준다. 이런 구매방식은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여러 기능과 부서를 가지고 있기에 이에 비례하여 수많은 직원들을 채용해야 했다. 그런데 인력관리나 인건비 지출로 인해 상당한 비용이 지출되고 노조와의 갈등 해결 등으로 골머리를 앓게 되자, 상당 부분의 팀이나 부서를 없애고 아웃소싱을 시작했다. 나이키는 디자인과 마케팅을 남기고는 모든 것을 아웃소싱 한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마케팅과 디자인, 개발 등 핵심기능만 내부에 남기고 부수적인 모든 것은 외주업체와 협업한다. 그래서 제품 생산을 위한 공장을 소유하지도 않는다. 모든 것이 하청업체를 통해서 생산된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도 애플이 직접 생산하지 않고 아웃소싱 한다.
접속에는 체험(Experience)이 중요하다. 가상 세계에서의 접속은 본인이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실제 세계에서는 직접 참여하지 않고 눈으로만 보거나 들어도 그것이 경험이 될 수 있지만, 가상 세계에서는 직접 체험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의 경우, 말로만 듣거나 눈으로 남들이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관련된 기사만 읽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감조차 얻기 어렵다. 그래서 본인이 직접 체험하고 경험해야 한다.
요즘 한창 화두가 되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핵심은 가상화(Virtualization)다. 씬클라이언트(Thin Client)나 데스크톱 가상화(VDI , Virtual Desktop Infra)의 핵심도 역시 가상화다. 즉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움직인다. 이런 것들은 기업이나 개인이 소유할 수 없고, 접속과 경험을 통해서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기술(Technology)은 뒤로 숨어 들어가고, 문화(Culture)와 디자인(User Interface)이 전면에 부각된다. 그런데 문화와 디자인은 접속과 경험을 통해 가치가 나타난다. 문화(Culture)는 실제가 아니고 가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문화는 체험이고 느낌이다. 그래서 문화는 미래 사회로 갈수록 더욱 중요해지고, 사회의 중심 속으로 가까워질 것이다. 또한 가장 큰 영향력과 파급력을 가질 것이다.
출판의 경우, 기존에는 종이책을 만들어야 했기에 출판사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었다. 책을 저술하는 저자나 작가들이 이런 것까지 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e북과 같은 전자서적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출판사의 위상은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미래에는 책을 저술하는 저자나 무형의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주도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종이책은 실상이고 e북은 가상이다. 종이책은 소유할 수 있지만, e북은 접속하는 것이다.
결국 자산과 부의 중심은 문화와 같은 무형의 자산을 만드는 개인이나 조직에 의해 지배될 것이다. 이런 미래의 트렌드를 읽고 미리 준비하는 사람만이 살아 남고 승리자가 될 것이다.
비즈니스에서 접속의 대표적인 모델은 공유경제로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Uber)와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Air B&B)를 들 수 있는데, 차량이나 숙박시설이 필요한 고객은 그대로이지만, 이것을 제공하는 공급자는 차량 회사나 호텔이 아닌 보통 사람들로 바뀐 것이다. 기존 비즈니스 경쟁자들만의 치열한 전쟁에서 매우 강력한 신규 공급자가 나타난 것이다.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가치는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를 연결하고 접속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창출된다. 그리고 비즈니스가 성장하고 지속되려면 수요와 공급의 니즈가 계속해서 발생해야 하는데 이동의 기회나 필요성은 증가하고 있어 우버의 미래는 밝고, 서로 다른 지역으로의 여행이나 출장도 급격히 증가하여 에어비앤비의 경쟁력과 성장도 매우 긍정적이다. 이와 같은 접속과 연결, 공유를 통한 비즈니스는 소비자의 경험과 고객가치가 관건이기에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지속적인 혁신과 변화를 통해 고객 서비스와 고객 경험의 차별화에 가장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사용자와 공급자 사이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개발하여 성공한 유니콘 기업인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각각 현대자동차와 힐튼호텔과 유사한 기업가치를 가진 기업이 됐다. 우버는 자동차를 단 한 대도 소유하지 않고, 에어비앤비는 단 한 채의 숙박시설도 없다. 그런데도 기업가치는 상상을 불허한다. 그들의 가치는 공급자와 사용자의 경계를 편리하고 유용하게 연결시켰기 때문이다.
이들은 처음에 자본도 없이 단순한 아이디어만 가지고 창업했고,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성공했다.
지금도 세상에는 수많은 산업과 기업들, 영역, 비즈니스 방식들이 존재하는데, 이들을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를 연구하고 방법을 찾으면 된다. 막대한 자본이나 획기적인 기술이 없는 보통 사람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찾으려면 기존의 산업 세계인 레드오션으로 직접 뛰어드는 건 성공하기 불가능하다. 대신에 레드오션 안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산업, 기업, 영역 사이의 경계나 접점에 관심을 갖고 세심히 관찰하고 연결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찾으면 된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불만이나 나쁜 경험을 한 고객들이 한 번 외면하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다른 경쟁자보다 먼저 해당 영역을 선점하여 고객들을 유치하는 효과가 매우 중요한데, 이유는 하나의 플랫폼을 선택하여 사용하는 사용자가 다른 경쟁 플랫폼으로 이전하려면 그동안 구축한 리소스를 모두 포기해야 하는 손실을 감수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것은 기존에 사용하는 플랫폼에 실망하거나 나쁜 경험으로 인하여 과감히 손실을 감수하기 때문이다. 고객이나 사용자를 우리 플랫폼으로 유입시키기도 어렵지만, 그들을 오랜동안 유지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래서 고객 경험과 고객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플랫폼 제공자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혁신해야 살아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