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즈매니아 마지막 일기 (2019.12.29)
1.
아이들과 함께하는 태즈매니아 생활일기로는 마지막 포스팅이다. 일기 소재는 무궁무진하지만, 지난 4월3일부터 12월 말까지 꾸준히 기록을 남기면서 내 노동강도는 두 배가 되었다. 스페인 600km 걷는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기록을 남겼는데, 그로 인한 수면부족으로 몸이 축났다. 스페인 가기 전이나 다시 12월1일부터 기록을 이어가는 “즐거운” 노동은 주로 새벽3~4시에 끝났다.
즉흥적으로 써내려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내 스타일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머릿속에서 개요를 짠 다음에 타이핑을 한다. 동영상은 스맛폰의 기능을 알게 되면서 가능했지만, 이 또한 긴 시간이 필요했다.
하나로 모으지 않았지만 스페인 36일 동안 일기가 220쪽 한권이 나온 걸 보면 전체 분량은 상당할 것이다.
결과물이 대가 없이 만들어지겠는가. 몸이 너덜너덜해진 느낌이다. 다행히 정신줄은 팽팽하다. 자부심을 느낀다. 무엇보다 태즈매니아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꼭 아름답게 마무리를 짓고 싶다는 마음에 일기 작성은 그만 두기로 마음 먹었다. 아이들에게 집중하려면 몸도 다시 팽팽해져야 한다.
2.
일기는 하나로 수렴되는 걸 나중에 알았다.
“아이들이 스승이다”
이 문장을 마음에 새기려고 달려온 10개월(작년 3월2일부터~)이다.
3.
“왜 아빠없는 하늘이 아니고 엄마 없는 하늘 아래인가요?”
시하가 물었다.
슬픔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가, 내가 겪은 슬픔의 기억을 말하게 됐고, 재빨리 기억창고를 뒤지니까 <엄마 없는 하늘 아래>가 떠올랐다. 국민학교 저학년 때 서대문의 어느 극장에서 봤고, 엉엉 우는 수준의 눈물바람이 났던 기억만 있다.(인터넷에서 기록을 뒤지니까 아마도 <저 하늘에 슬픔이>였던 듯. <엄마 없는~>은 1977년 내 중1 때 작품이다) 내용은 부모 없이 여러 형제를 건사해야했던 맏이의 고생기 정도로만 남아있다.(이것 또한 기억의 오류) 나는 아이들에게 말하면서 각색을 넘어 창작 수준으로 이야기를 지어야 했다.
“아빠는 암으로 돌아가시고, 엄마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셔서 졸지에 고아가 된 다섯 남매가 있었지. 맏이는 초등5학년이야. 너희들 나이 아니겠니. 동생들은 배고프다고 울지, 쌀이나 라면 살 돈도 없지, 할 수 없이 이웃집에 구걸을 하면서 동생들을 먼저 먹이고 자신은 물로 배를 채우던 5학년 어린이가 지쳐 쓰러져 누워서 쳐다본 하늘을 향해 중얼거리지. 엄마.... 엄마.... 힘들어 엄마.... 나도 엄마 옆에 있고 싶어. 영화를 보다가 선생님 뿐만 아니라 영화관의 모든 남녀노소 관객들은 눈물을 흘리고 말았던 거야”
여기까지 얘기하다가 그만 코 끝이 매워지더니 아이들 모습이 흐려지고 실루엣이 흔들렸다. 당황한 나는 차라리 작전을 바꾸자 마음 먹고 영화 주인공 아이 연기를 하는 척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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