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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Jul 21. 2020

영원히 기억될 이모 랩의 전설, Juice WRLD

장르 인사이드 #힙합

지난 2019년 12월 세상을 떠났던 이모 랩 음악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Juice WRLD의 첫 사후 앨범 [Legends Never Die]가 2020년 7월 10일에 정식으로 공개되었다. [Legends Never Die]는 대중의 공감을 사게 만드는 Juice WRLD의 호소력 가득한 목소리와 음악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앨범은 공개된 지 단 이틀 만에 이미 40만~44만 장의 유닛 판매량을 기록하며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일찌감치 달성했다. 더불어 발매 1일 차에 약 9,100만 회의 스트리밍 횟수를 기록하며 올 한 해 하루 동안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앨범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다. 세상을 떠났지만, Juice WRLD의 여전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하지만 21곡이나 되는 앨범의 긴 러닝 타임 때문에 어떤 곡을 먼저 들어야 할 지 아직 고민에 빠진 리스너들이 더러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Legends Never Die]에서 반드시 들어봐야 할 트랙을 꼽아 소개하려 한다. 


Juice WRLD [Legend Never Die]


글 | 힙합엘이 


Life's A Mess

'Life's A Mess'는 우울하기 그지없는 무드의 프로덕션과 함께 Juice WRLD 특유의 구슬픈 싱잉 랩을 들을 수 있는 곡이다. 곡에서 Juice WRLD는 이전의 나쁜 경험과 슬픔을 토로하고, 그런 경험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지금의 연인에게 진심으로 애정을 표한다. 곡의 피처링에는 생전 'Without Me' 리믹스 트랙을 통해 함께 호흡을 맞춘 Halsey가 참여했다. Halsey는 트랙의 출시일에 맞춰 곡의 타이틀과 "999"란 숫자를 자신의 손에 타투로 새긴 사진을 SNS에 올렸다. 


사실 999는 Juice WRLD의 상징과도 같은 숫자로, 악과 부정을 뜻하는 666을 뒤집어 긍정적인 의미로 만든 것이다. 또한, 게시물에는 Halsey의 Juice WRLD에 대한 추모 글이 함께 담겨 있었다. 그는 Juice WRLD를 가장 훌륭한 예술가로 꼽았으며, 많은 이들이 외롭지 않도록 대중에게 사랑을 전하고 공동체를 함께 만들 수 있게 했던 아름다운 영혼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리하여 두 아티스트의 멋진 합을 들을 수 있는 'Life's A Mess'는 현재 빌보드 싱글 차트 74위에 있다.



Come & Go

오래 전부터 공개된 정보에 의하면, 이번 사후 앨범에는 프로듀서 Marshmello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왔었다. 이 둘의 작업물은 2018년 Marshmello의 트위터에서 Juice WRLD의 목소리가 담긴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다. 이렇게 알려진 'Come & Go'는 Juice WRLD의 2019년 미공개 곡 대규모 유출 사태에서도 공개되었지만, 마침내 이번 사후 앨범에 수록되며 세상에 정식으로 발매되었다. 


트랙은 곡 구성에서 여러모로 재밌는 지점을 찾을 수 있어 흥미롭다. 우선 Juice WRLD는 인트로에 도입된 잔잔한 기타 사운드 위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이후 곡은 리듬과 베이스 파트가 얹혀지다 펑크 록 기타 사운드가 흘러나오며 곡 분위기를 전환함과 동시에 청자에게 몰입감을 안긴다. 더불어 곡의 하이라이트 부분에는 묵직한 킥 사운드와 EDM 리듬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Come & Go'는 컬래버의 모범답안이라 할 수 있을 만큼, Marshmello와 Juice WRLD의 음악 세계가 멋지게 어우러진 곡이다.



Conversations

Juice WRLD는 본인의 노래에서 악마란 단어를 즐겨 쓰는 편이다. 이는 Juice WRLD의 불안정한 내면과 삶을 암시한다. [Legend Never Die]에서도 내면의 악마와 싸우는 그의 모습을 자주 확인할 수 편이다. 이 중에서도 'Conversations'는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는 모습을 내면의 악마가 본인에게 대화를 거는 거라 비유한 노래다. 곡에는 Kanye West의 앨범에 참여하며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고 있는 Ronny J가 트랙의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트랙은 침잔된 무드의 신스 사운드 덕분에 Juice WRLD의 불안한 내면세계에 빠져드는 느낌을 준다. Juice WRLD는 첫 벌스에서 자신의 고통과 불안함을 없애기 위해 약물을 복용하고 애써 행복해지려 노력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이런 Juice WRLD의 음악과 가사는 각박한 사회 속에서 우울증과 부정적인 감정을 얻게 된 현대인들의 공감을 샀다. Juice WRLD의 성공은 불안한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음악 역시 이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을 수 있음을 많은 음악가에게 알려주며, 전 세계에서 이모 랩 음악이 하나의 흐름을 이루게끔 했다.



Hate The Other Side

Juice WRLD의 출신지는 바로 시카고. 시카고는 힙합 팬들에게 Kanye West를 비롯한 음악가들을 배출한 한 곳으로 익숙하나, 사실 "Chi-Raq"란 별명을 가지고 있을 만큼 높은 범죄율로 악명높은 도시다. 2010년대 초 시카고의 힙합 음악가들은 당시 유행하던 서던 사운드에 시카고의 삭막한 삶을 랩으로 풀어냈다. 이것이 Drill 음악의 탄생이었다. Drill 음악은 영국으로 건너가 UK Drill을 탄생시켰고, 다시 UK Drill이 미국 브루클린으로 넘어와 BK Drill이란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 


물론, 시카고에서도 Drill 음악을 구사하는 신인들은 지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Polo G는 Lil Tjay와 함께 한 싱글 'Pop Out'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주목할 성적을 거두며 랩 스타로 거듭난 인물이다. 특히 Juice WRLD는 SNS에서 Polo G를 언급하며 그의 재능을 높게 평가했다. 이번 사후 앨범에서는 'Hate The Other Side'란 트랙을 통해 둘의 합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곡의 피처링에는 생전 Juice WRLD의 멘토링을 받았던 신예 래퍼 The Kid Laroi가 참여했다.



Wishing Well

'Wishing Well'은 사후 앨범의 수록곡 중에서도 빌보드, 롤링스톤 등 비평지들의 찬사를 가장 많이 받는 트랙이다. 이유를 들라 하면 우선 곡에 담긴 Juice WRLD의 자신의 내면을 토해내는 듯한 보컬 퍼포먼스 덕분인 걸로 보인다. 프로덕션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곡은 기타 사운드로 시작하는 인트로를 지나, 트랩 리듬과 함께 Juice WRLD의 보컬이 흘러나오며 청자에게 확연한 포인트를 안겨준다. 


가사 역시 백미다. Juice WRLD는 약물의 잘못된 사용으로 인해 서서히 망가져 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The Fugees의 'Killing Me Softly'의 한 구절을 빌려 비유한다. 더불어 자신은 약물이 없었으면 이 자리에 없었을 거라 토로하지만, 동시에 벗어나지 못하고 반복되는 약물 복용에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곡에 담긴 메시지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뮤직비디오에서도 드러난다. 영상에서 Juice WRLD는 다양한 이모지를 통해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고, 전화 통화를 하며 심리 상담을 받기도 한다. 이렇듯 Juice WRLD는 음악 내외적으로도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줬기에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이 더욱 허망하고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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