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큰롤 명예의 전당, 2021년 헌액자 여섯 팀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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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권 대중음악인들에게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가장 큰 영광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그래미어워드 수상이 아닌, 로큰롤 명예의 전당(Rock & Roll Hall of Fame) 헌액일 것입니다. 이것이 말 그대로 대중음악사에 유일한, "명예의 전당"이기 때문입니다.
"로큰롤"이라는 이름 때문에 종종 오해를 받고는 하지만, 역사적으로는 "대중음악"의 시작점을 로큰롤의 태동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로큰롤이라는 이름을 유지하는 것일 뿐, 기실 영미권 "대중음악" 전체를 포함하는 개념의 전당입니다. 1986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역사가 이어지고 있지요.
최고의 영예인 만큼 기준도 까다롭습니다. 이 전당에 오르기 위해서는 일단 첫 앨범 발매일로부터 최소 25년이 지나는 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합니다. 이 기준에 부합해야만 겨우 "후보"에 오를 수가 있습니다. 대중음악 역사에서의 영향력을 기리는 자리이기 때문에, 약력이 쌓이지 않은 아티스트라면 아예 초대 자체를 받지 못하는 것이죠.
이후에는 해당 후보가 음악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까다로운 심사와 검증 작업을 거칩니다. 그리고는 전세계 음악전문가들의 투표를 거치는데, 여기서도 과반수 이상 득표를 해야만 헌액이 결정됩니다. 밴드일 경우는 전성기 이전 멤버라거나, 기여도가 적다고 판단되는 멤버일 경우는 헌액 리스트에서 제외되기도 합니다. "명예의 전당"이라는 영예는 이렇게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허락됩니다.
이 전당에 헌액되는 네 가지 카테고리 중 으뜸은 바로 현시대의 음악가들을 기리는 "퍼포머" 카테고리입니다. 시상식으로 친다면 본상 개념에 해당하는 카테고리인데요. 2021년에도 열 여섯 팀이 후보로 올랐지만, 그 중 단 여섯 팀만이 이 영광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섯 아티스트가 누구인지, 그 면면을 살펴볼까요?
Tina Turner
우선 파워풀하고 허스키한 보컬로 80년대를 풍미한 가수, Tina Turner가 개인 자격으로 헌액자 명단에 올랐습니다. 이것이 특별한 이유는, 그가 이미 1991년 Ike & Tina Turner 활동으로 이 전당에 헌액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그룹으로도, 개인으로도 이 리스트에 오르는 영예를 얻게 된 것이죠.
6070 시대에 Ike & Tina Turner 부부 활동으로, 또 'River Deep Mountain High' 같은 명곡으로 시대를 풍미하긴 했지만, 그의 대중적인 전성기는 사실 1980년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때문에 그가 기록한 빌보드 히트곡도 대부분 80년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의 이름을 몰랐던 리스너들이라도, 막상 노래를 들어보면 익숙할지도 모릅니다. 'What's Love Got to Do with It' 같은 곡은 최근 Kygo와의 새로운 리믹스도 있었기 때문에, 이 곡을 통해 먼저 듣고 "이 목소리였구나"하는 분들도 꽤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Tina Turner – What's Love Got To Do With It
Kygo, Tina Turner – What's Love Got To Do With It
JAY-Z
힙합계 레전드 아티스트 JAY-Z도 리스트에 오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는 [Reasonable Doubt]로 데뷔한 이래 Nas와 비프전을 벌이며 경쟁하고, [The Blueprint] 같은 역사에 남을 명반을 남기는 등 수많은 전설을 만들어냈습니다. 특히 [The Blueprint]의 경우, 아직 무명에 가까웠던 Kanye West를 프로듀서로 발탁해 그의 이름을 알린 계기로도 작용했습니다.
"로큰롤 명예의 전당"이기 때문에 힙합 아티스트들은 무시당한다는 음모론도 있지만, 앞서 말했듯 기준 자체가 첫 앨범으로부터 25년이 지나야 하고, 힙합이라는 문화는 1990년대에 꽃을 피웠으니 2010년대부터 헌액자가 나오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JAY-Z의 첫 정규앨범도 1996년에 발매된 바 있지요.
참고로 2020년에는 Notorious B.I.G.가, 2017년과 2016년에는 2Pac과 N.W.A가 이 전당에 헌액된 바 있습니다. 힙합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지금인 만큼, 앞으로는 더 많은 힙합 아티스트들이 이 리스트에 오르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Foo Fighters
Nirvana의 또 다른 핏줄, Dave Grohl이 결성한 Foo Fighters도 이번에 최초로 헌액이 되었습니다. 1995년에 첫 앨범이 나왔으니, 자격을 갖추자마자 이 전당에 오른 것과 같습니다. 오랜 기간, Foo Fighters는 록 음악계의 신인급 밴드들과 (레전드급)선배들 사이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도맡아 왔습니다. 시간이 지나 이제는 그들도 어엿한 선배 밴드의 위상을 차지하게 된 듯 하네요.
이로서 Dave Grohl은 Nirvana 활동으로 2014년 헌액된 이후 두 번째로 이 리스트에 포함이 되는 영예를 누리게 됐습니다. 모든 커리어를 레전드로 갱신 중인 Dave Grohl, 앞으로도 열심히 달려주기를 바라봅니다.
The Go-Go's
아마 이번 리스트에서 Todd Rundgren과 함께 국내 팬들에게 가장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가 아닐까 싶은데요. 1980년대 "뉴웨이브"라는 조류를 이끈 밴드이기도 하지만, 이들에 더 눈길이 가는 점이 있다면 바로 멤버 전원이 여성인 "여성밴드"라는 점일 겁니다. 맞습니다. The Go-Go's는 "여성 밴드"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밴드입니다.
현시대에 활동하는 Haim과 같은 여성 밴드를 말할 때, 음악적으로는 접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는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Head Over Heels"도 이들의 노래를 이야기로 엮은 작품이니, 현시대에서 그 의미가 더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Carole King
James Taylor 버전의 'You've Got a Friend'를 들어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Carole King을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 곡의 원작자가 바로 Carole King이기 때문입니다. 이 곡은 Carole King의 명반으로 손꼽히는 [Tapestry]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싱어송라이터로도 유명했지만, 사실 그의 음악적 강점은 "작곡" 자체에 있습니다. 자신의 노래는 물론 타 아티스트의 노래들을 포함하면, 그가 평생 작곡한 빌보드 싱글차트 진입곡만 무려 118곡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 중에는 Aretha Franklin의 '(You Make Me Feel) A Natural Woman' 같은, 아티스트의 대표곡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Carole King – You've Got A Friend
Todd Rundgren
2016년 Ringo Starr의 내한공연을 기억하시나요? 당시 함께 온 그의 All Starr Band도 레전드 세션맨들이 모인, 말 그대로 "올스타 군단"으로 명성이 자자했는데요. 당시 방문했던 멤버 중에도 Todd Rundgren이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없지만, 나름 내한공연도 왔던 셈이죠.
그는 대부분의 곡을 작곡하고, 직접 연주하며 싱어송라이터로서 기질을 십분 발휘한 [Something/Anything?]이라는 더블앨범 외에도 Utopia라는 프로그레시브 밴드 활동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단 이번 명예의 전당 헌액은 Utopia가 아닌 Todd Rundgren 개인 자격으로 주어졌기 때문에 리스트에서는 그의 이름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Todd Rundgren – I Saw The Light
Todd Rundgren – A Dream Goes On Forev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