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뮤직 트렌드
Rihanna가 2023 슈퍼볼 하프타임쇼의 헤드라이너로 오릅니다. 슈퍼볼 하프타임쇼는 미국에서 어마무시한 인기를 끄는 스포츠 종목인 미식축구리그, NFL의 경기 중간에 진행되는 초대형 이벤트입니다. '하프타임'이라는 이름처럼 무대는 15분 남짓으로 아주 짧게 진행되지만, 그 시간 안에 막대한 자본력이 투입되기 때문에 '지구 최고의 무대'라는 명칭도 생겼죠. 아시는 분들은 아실 수도 있겠지만, 한때 유튜브를 뜨겁게 달궜던 Beyonce, Bruno Mars, Coldplay가 총출동한 그 무대가 바로 하프타임쇼입니다.
하프타임쇼는 워낙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는 이벤트이기에, 매년 쇼를 장식하는 헤드라이너에 대한 추측성 기사가 떠돌고는 하는데요. 올해도 몇 달 전부터 하프타임쇼의 헤드라이너에 대해 많은 추측이 오갔지만, Rihanna가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풋볼 공을 든 사진을 올려 이 추측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NFL 또한 공식 트위터의 소개란에 'National Football League' 대신, Rihanna의 뷰티 브랜드인 'Fenty'를 내세워 'National Fenty League'라는 소개말을 다는 재치를 보였고요.
Rihanna의 헤드라이너 소식이 더 반가운 이유는 이 무대가 자그마치 5년 만에 선보이는 Rihanna의 라이브 무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2018년 그래미 어워드에서의 무대를 마지막으로 브랜드 사업에 열중해오고 있죠. 더욱이 올해는 임신 소식이 알려지면서 활발한 음악 활동을 기대하기엔 어려웠고요. 하프타임쇼로 화려한 복귀를 알린 만큼, Rihanna의 음악 활동을 기다려 왔던 전 세계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입니다.
사실 Rihanna는 2019년에 이미 한 차례 하프타임쇼의 헤드라이너로 제의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출연을 고사했는데요. 이유는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백인 경찰의 흑인 오인 사살 사건이 화두가 되었죠. 이 사건에 부당함을 표하기 위해 미국 국가가 울려퍼질 때 무릎을 꿇었던 NFL 선수 콜린 캐퍼닉에 대한 지지와 한동안 그를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게 했던 NFL의 행보에 저항하기 위해 헤드라이너 출연 제의를 거절한 것인데요.
콜린 캐퍼닉 사건 이후, '무릎 꿇기' 퍼포먼스는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모든 이의 연대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스포츠계에서는 한 쪽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가 여러 차례 이어졌으며, 2020년 미국을 강타했던 Black Lives Matter 시위에서도 시위대가 같은 퍼포먼스를 진행했었죠. 콜린 캐퍼닉이 구단에서 퇴출당한 이후로 NFL에서는 무릎 꿇는 퍼포먼스가 암묵적으로 금기시되었으나, 올해 그 금기가 깨졌습니다.
바로 지난 2월 슈퍼볼 하프타임쇼에 섰던 Eminem이 무대 도중 한쪽 무릎을 꿇으며 인종차별에 대해 저항하는 신념을 표했기 때문이죠. (주최 측은 이 퍼포먼스에 대해 사전에 고지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부분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바베이도스 출신의 Rihanna 또한 인종차별에 대해 늘 저항하는 목소리를 내온 아티스트입니다. 따라서 한 차례 하프타임쇼의 출연 제의를 과감히 거절한 것이고요. 그러나 올해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된 것인데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하프타임쇼의 무대를 담당하는 곳은 바로 JAY-Z의 레이블, Roc Nation입니다. Roc Nation은 2020년부터 하프타임쇼와 파트너십을 체결해오고 있는데요. 덕분에 2021년에는 하프타임쇼 사상 최초로 캐나다인 아티스트 The Weekend가, 그리고 올해 2022년에는 Dr. Dre, Snoop Dogg, Eminem, Mary J. Blige, 50 cent까지 1990~2000년대를 주름잡던 힙합 스타들과 래퍼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Kendrick Lamar까지 한데 모일 수 있었습니다. 하프타임쇼와 Roc Nation이 손을 잡은 이후 비백인 아티스트들이 하프타임쇼 무대를 연속으로 장식했던 이 기세를 이어받아, Roc Nation은 Rihanna를 꾸준히 설득하였고, 고심 끝에 Rihanna가 헤드라이너로 출연을 확정 지었습니다. (여담으로, 위에서 언급한 올해 하프타임쇼는 전 세계에서 1억 2,000만 명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내년 하프타임쇼가 기대되는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기존 하프타임쇼는 펩시와 10년간의 스폰서십을 유지해왔죠. 그러나 올해부로 계약이 만료된 이후, 내년부터는 애플뮤직이 하프타임쇼의 새로운 스폰서로 자리하게 되었는데요. 이로써 애플뮤직은 내년부터 향후 5년 동안 하프타임쇼를 단독적으로 후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하프타임쇼의 무대에는 펩시의 로고 대신 애플뮤직의 로고를 볼 수 있습니다. 트레일러 영상에서 늘 콜라를 마시던 사람들도 내년부터는 에어팟을 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애플뮤직이 새롭게 스폰서로 나서는 첫해에 공식 헤드라이너로 선 Rihanna.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한 곡이 14개나 되는 세계적 아티스트인 만큼 어떤 음악들로 무대를 채울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데요. 개최도 전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2023 하프타임쇼는 2월 12일, 애리조나에서 열릴 예정이니 Rihanna의 팬이라면 일정을 미리 챙겨두셔야 하겠습니다. 지구 최고의 무대, 하프타임쇼의 무대에 섰던 역대 헤드라이너의 세트리스트는 하단에서 청취하실 수 있습니다.
SUPER BOWL 하프 타임쇼 세트리스트 (2010~2022)
사진 출처 | NFL 공식 유튜브 계정, Rihanna 공식 인스타그램 (@badgalriri),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