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뮤직 트렌드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잠시 곁에 머물다가는 찬바람처럼, 올가을에는 벌써 세 명의 뮤지션이 우리 곁을 떠나 아쉬움을 전했는데요. 갑작스러운 소식으로 대중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뮤지션도, 오랜 음악 생활을 마무리한 후, 편히 눈을 감은 뮤지션도 있습니다. 오늘은 이 세상에 주옥같은 음악을 남겨두고 떠난 세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지난 9월 14일, 래퍼 PnB Rock이 총격으로 피살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그는 LA의 한 레스토랑에서 여자친구와 식사를 하던 도중, 무장 강도의 습격을 받은 후 끝내 생을 마감했는데요. 강도들은 PnB Rock의 귀중품을 훔쳐 달아났기에 계획범죄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동안 수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사건으로부터 약 2주 후, 가해자 일당 세 명이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이 세 명이 한 가족이라는 점이 밝혀져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그들은 PnB Rock의 여자친구가 올린 인스타그램 위치 태그를 통해 사건 당일 그의 위치를 파악했으며, 이와 같은 범죄를 계획했음을 밝혔습니다.
최근 몇 해 전부터 래퍼를 대상으로 한 총격 범죄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2018년 우리 곁을 떠났던 XXXTENTAXCION도 무장 강도 네 명의 습격을 받아 숨졌으며, 재작년 세상을 떠난 Pop Smoke 또한 본인의 집 주소가 담긴 사진을 실수로 올려 강도들의 총격으로 사망했던 일이 있었죠. 끊임없이 일어나는 비극에, 동료 뮤지션들의 애도가 잇따랐습니다. 위 세 뮤지션 모두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유망주들이기에,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더욱 안타깝게 들릴 수가 없습니다.
PnB Rock – I'm Chosen (feat. Yung Fazo)
Pop Smoke – What You Know Bout Love
PnB Rock에 이어 최근 또 한 명의 힙합 뮤지션이 숨을 거뒀습니다. 강렬한 갱스터 랩을 선보이며 1990년대 힙합계를 주름잡았던 래퍼, Coolio입니다. 캡 모자 위로 비쭉 솟은 선인장 머리가 그의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하죠.
1995년 발매한 앨범 [Gangsta's Paradise]로 전성기를 누렸던 Coolio. 동명의 수록곡 'Gangsta's Paradise'는 범죄와 마약이 난무하는 빈민가에서 살아가는 흑인 소년의 삶을 다룬 음악으로, 욕설이 들어가지 않은 서사적인 가사로 큰 인기를 끌었으며, 당해 빌보드 핫 100에서 1위를, 또 그 해 빌보드 연말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Coolio는 지난 9월 28일, 지인의 집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Coolio의 지인에 따르면 발견 당시 그는 욕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으며, 급히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결국 사망했다고 하는데요. 구체적인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로 추정하고 있으며, 타살 가능성은 낮게 보고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음을 전했습니다.
Coolio – Gansta's Paradise (feat. L.V.)
컨트리 음악의 전설, Loretta Lynn이 향년 90세로 작고했습니다. Loretta Lynn은 1960년대~1970년대 컨트리 음악계를 대표했던 여성 아티스트이자 페미니스트로,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 가사로 많은 여성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해주었습니다.
Loretta Lynn은 1960년 'I'm A Honky Tonk Girl'을 발매해 이름을 알렸는데요. 이 음악이 당시 빌보드 컨트리 음악 차트에 14위까지 오르며 단숨에 컨트리 음악의 유망주로 떠올랐습니다. 이후 Lynn은 생애 총 60장의 음반을 발매했으며, 열여덟 차례에 이르러 그래미 어워드의 후보에 올라 세 차례 수상을 하는 등 컨트리 음악의 여왕이 되었죠.
Loretta Lynn – I'm A Honky Tonk Girl
Lynn은 1976년, 자신의 일생을 다룬 자서전 '광부의 딸'을 펴냈는데요. 이 작품은 1980년 스크린으로 옮겨져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미국에 사는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려낸 이 영화를 통해 Loretta Lynn을 연기한 배우 시시 스파이섹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기도 했죠.
연차가 찬 시점에도 왕성하게 활동했던 Loretta Lynn. 그는 일흔이 넘었던 나이에도 색다른 음악적 도전을 삼았는데요. Lynn은 한 차례 은퇴를 발표했지만, 올 11월에 내한하는 Jack White가 그녀를 설득해 다시 음반을 녹음하게 되었죠. (Jack White는 Loretta Lynn의 엄청난 광팬입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앨범이 Jack White가 프로듀싱을 맡은 [Van Lear Rose]이며, 이 앨범은 그래미 어워드에서 베스트 컨트리 앨범 부문을 수상하며 컨트리 여왕의 타이틀을 다시 한번 실감케했습니다.
데뷔 후 50년이 지난 시간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해왔던 Loretta Lynn. 그가 향년 90세를 일기로 자택에서 편히 눈을 감았습니다. 이에 많은 이가 애도를 표했으며, 특히 Jack White 또한 Loretta Lynn의 죽음을 기렸는데요. 그는 '몇 년 전에 Loretta Lynn을 20세기 최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며, '그가 평안 속에서 잠들길 바란다'는 말로 Lynn을 추모했습니다.
해외 아티스트의 사망 소식이 지속해서 들려오는 가을입니다. 늘 우리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아티스트들의 음악이 유작이 되었다는 사실이 아직까지 실감나진 않다만, 올가을은 이 아티스트들이 남긴 음악을 계속해서 꺼내듣게 될 것만 같습니다. 음악으로 즐거움을, 또 위로를 주었던 세 뮤지션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평안 속에서 깊이 잠들길 바랍니다.
사진 출처 | Coolio, Loretta Lynn 인스타그램 (@coolio, @lorettalynn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