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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Mar 27. 2023

3월 넷째 주, 해외 숨은 신보를 찾아서

해외 뮤직 트렌드

'춘분'(春分)을 지나며 이제, 밤 보다 낮이 긴 시간들이 찾아왔습니다. 그처럼 우리의 일상에도 더 많은 빛이 깃들길 바라보면서! 그럼, 한 주의 끝, 3월 넷째 주의 숨겨진 명곡은 어떤 곡일지, 히든트랙 시작합니다!


Eaves Wilder [Hookey]

런던 싱어송라이터 Eaves Wilder는 올 초 NME가 주목해야 할 신예 리스트에 선정한 100명 중 한 명이자, 그 부모님은 저명한 음악 평론가라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있는데요.


그래서 음악적 자산은 남들보다 풍부했겠지만, Eaves Wilder는 남들과 다를 것 없는 인터넷 환경에 노출되면서 더 격렬한 유년~청소년 시절을 보낸 듯합니다. 이를테면, 그는 어린 시절, (텀블러로 상징되는) 인터넷 블로그 세상을 지배하고 있던 정신질환을 미화하는 문화들을 접하면서 자랐다고 하지요. (덧붙여 설명하자면, '마르고 예쁘고 그러나 우울하고 슬픈' '새드 걸' 이미지들이라고 할까요?)


고립된 방 안에서 그러한 미디어 환경에 노출된 것은 섭식장애를 비롯 정신건강을 악화하는 데 영향을 줬고 그래서 10대 초반부터 아동과 청소년 정신 건강 서비스(CAMHS)에 다녔다고 그는 고백합니다. 


음악은 바로 그가 병을 자각하고 회복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그를 도와준 매개 중 하나입니다. 치료와 함께 의식적으로 (질병에서 멀어져) 음악적 목표를 세워나갔으며, 그래서 그는 당시 음악을 자신의 '북극성'(North Star)이었다고 설명하기도 하지요.

24일 공개된 데뷔 EP [Hookey]는 바로 그 시절의 경험과 감정, 사회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과 패기가 담겨있는 EP입니다. 네 개의 트랙 모두


14살~15살 사이에 쓰여진 곡들로, 'Are You Diagnosed?'와 'Connect The Rooms'는 차례로 정신건강 관리에 대한 문제의식과 나름의 해결법(소녀들의 침실을 연결할 것.)을 제안하고 있는 듯하고, 실화인지는 알 수 없지만 'I Stole Your Jumper'에서는 통제적인 전 남자친구를 향한 나름의 복수를 꿈꾸고 있지요.


또한, 의무교육에 대한 반감을 녹인 'Morning Rain'도 돋보이는 트랙입니다. 음악적으로는 몽환적인 슈게이즈부터 그런지한 무드와 유니크한 목소리를 한번에 만날 수 있는 EP이고요. 사춘기 이후 시절이 녹아있는 EP를 소개하기 위해 그의 정신건강과의 투쟁에 관해 길게 설명드렸지만, 한 명의 개인이자 뮤지션은 단편적인 일화로 설명될 수 없겠지요.


패기 있는 신예 Eaves Wilder의 음악 세계는 아래 링크로 직접 만나보는 것이 더 빠를 겁니다.


Eaves Wilder / I Stole Your Jumper


Alex Vaughn [The Hurtbook (Homegirl Pack)]

Alex Vaughn는 R&B 신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신선한 바람'이라거나 '주가를 올린다'는 표현이 그냥 하는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Alex Vaughn의 경우, 이를 증명할 근거가 이번 신보의 참여리스트부터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이번 신보 [The Hurtbook (Homegirl Pack)]은 지난해 가을 발표한 [The Hurtbook]의 업데이트된 디럭스 버전 앨범입니다. 혼자서 8개의 트랙을 이끌던 전작과 달리 이번 신보는 괄호 속 'Homegirl Pack'이라는 단어처럼, Summer Walker, Ari Lennox, 그리고 지난 그래미 어워드 BEST R&B PERFORMANCE 상에 빛나는 Muni Long 등 재능 있는 스타이자 여성 뮤지션들과 함께하고 있지요.

Alex Vaughn이 투어에 참여하기도 했던 Ari Lennox와의 트랙, 'Demon Time'에서는 Lennox의 파트가 새롭게 보태어지면서 두 여성 뮤지션들이 섹슈얼한 순간에 대해 솔직한 언어로 풀어내고, 앨범의 첫 트랙이자 [The Hurtbook]의 상징적인 트랙이던 'So Be It'의 리믹스 버전은 Summer Walker의 목소리가 함께 흐르며 더 입체적인 감정의 결을 빚어냅니다.


Muni Long과의 'IYKYK'는 기존 앨범엔 없던 곡이기도 하지요. R&B를 좋아한다면 이번 신보 [The Hurtbook (Homegirl Pack)]로 Alex Vaughn과, 그의 든든한 'Homegirl'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봐도 좋겠습니다. 아래, 1번 트랙부터 말이지요.


Alex Vaughn, Summer Walker / So Be It (Remix)


Chilli Jesson 'Thick Skin'

런던 램베스 출신의 영국 인디 록 밴드 palma violets를 아시나요? 프론트맨 Samuel Fryer와 Chilli Jesson을 주축으로 2011년 결성된 4인조 밴드로, 사이키델릭, 개러지 록에 영향을 받은 인디 록을 들려주면서 두터운 팬층을 형성했었지요.


단순히 팬들로부터의 인기가 아니라 매체에서의 인정도 다수 받았는데요. 2011년 결성된 이듬해, 첫 데뷔 싱글 'Best of Friends'가 NME 2012년 올해의 노래에 선정, 그즈음 대성할 신예를 점치는 BBC Sound of 2013에도 노미네이트되며 크게 기대 받았습니다. 하지만 2016년을 끝으로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다른 길을 가게 되면서 해체 수순을 밟아 아쉬움을 자아냈는데요.

오늘 소개할 'Thick Skin'은 바로 그 palma violets의 멤버 Chilli Jesson이 이번 봄 발매를 예고한 새 EP의 세 번째 싱글입니다. 'Thick Skin'은 Chilli Jesson의 매우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에서 출발하는 곡입니다. 


보도자료를 정리하자면, 그가 학창 시절 동급생들 사이에서 느끼던 압도적인 소외감과 관련된 곡으로, 초입 가사부터 그가 학교 첫 날 교실로 들어가는 동안 학생들의 시선을 어떻게 느꼈는지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Is there a problem with the way that I’ve walked in? I just want to live inside the cover of a thick skin coz all the eyes have turned and wonder where I’ve been.')


창작 의도는 밝다고 할 수 없지만 음악은 캐치한 멜로디가 이어지고, 고조되는 허스키한 목소리가 종국에는 카타르시스를 줍니다. 스스로 표준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이들을 위한 당당한 도피처가 될 'Thick Skin'이었습니다.


Chilli Jesson /  Thick Skin


Sir Chloe 'Salivate'

Sir Chloe는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 Dana Foote의 프로젝트인 미국의 인디록 밴드입니다. 'Michelle'라는 곡이 틱톡 바이럴을 타면서 특히 더 알려진 Sir Chloe는, 매혹적인 목소리와 리버브에 잠긴 기타 소리, 그리고 진중한 음악들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그런 밴드의 신곡은 어떤 곡일까요?

이번 신곡 'Salivate'는 오는 5월 발표될 데뷔 앨범 [I Am The Dog]에 들어갈 두 번째 싱글로, 도입부부터 보컬의 독특한 목소리로 문을 열고, 광폭한 밴드 사운드와 나른한 목소리가 교차하면서 귀를 집중하게 만듭니다.


Sir Chloe에 따르면, 이 곡은 수치심과 욕망에 대한 곡입니다. 한편, 다가오는 앨범 [I Am The Dog]는 프로듀서 John Congleton (Lana Del Rey, St. Vincent 등과 협업)을 비롯해, Caroline Polachek, Lizzo 등과 함께했던 Teddy Geiger, 그리고 Weyes Blood와 협업했던 Sarah Tudzin 등 참여진도 기대 포인트입니다.


인디의 새로운 목소리를 찾고 있었다면 Sir Chloe를 따라가보세요.


Sir Chloe /  Salivate


이렇게 'Salivate'까지 만나봤습니다. 엔데믹이 본격화됐지만 미세먼지가 많다고 하니 모두 마스크 꼭꼭 챙겨다니시길 바라면서 그럼 저는 또 다른 신곡으로 돌아올게요!



사진 출처| Alex Vaughn, Chilli Jesson, Sir Chloe, Eaves Wilder 공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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