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을 받고 부터 지금까지의 변화
제 12회 브런치북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중이다. 지난해 대상 수상자로써, 내가 대상을 받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던 작년 이맘때를 생각한다. 그리고 과거의 나처럼, 많은 이들이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을 받으면 어떤게 달라질지 궁금해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상을 받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지금부터 내 경험을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1. 12월, 연말의 아름다운 마무리와 함께 대상 수상의 기쁨을 누리다.
대상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진짜?'였다. 워낙 경쟁률이 높은데다 고대하고 또 고대했던 브런치북 대상이기에 처음에는 믿을 수 없다. 아니, 그만큼 기쁘다. 그리고 주변에 이 사실을 알리며 마음가득 뿌듯함과 행복을 느낀다.
2. 브런치 스토리에서 상금 500만원을 받는다.
출판사와 틈틈이 연락하는 가운데 상금 500만원을 받는다. 물론 세금을 떼고 주지만 생각보다 많이 떼진 않기 때문에 그 기쁨을 크게 만끽할 수 있다. 나는 500만원을 뜻깊게 쓰고 싶어 가족들과 나눴다. 적지 않은 돈이 들어와 기뻤고, 내가 너무나 꿈꿨던 영예와 함께여서 그 기쁨은 더 특별했다.
3. 출판사와 미팅
시간이 많지 않기에, 빠른 속도로 편집자님과 연락하며 미팅 날짜를 조율했다. 불행히도 내가 제주에 사는 터라 미팅 날짜를 잡는게 쉽지 않았지만, 어찌어찌 휴가를 내어 서울로 가 출판사 분들과 직접 미팅을 하며 구체적인 컨셉을 논의했다. 브런치북으로 쓴 원고는 잘 다듬어지지도, 분량이 충분하지도 않기 때문에 상세한 컨셉을 잡고 시작해야 한다. 다행히 미디어창비의 편집자님들과 물 흐르듯 잘 논의했고, 그렇게 확정된 컨셉으로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오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편집자를 만난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스스로 알고 있었다.
4. 원고 집필
당시 매일 글을 쓰는 업무를 했던 터라 원고를 쓰는게 어렵진 않았다. 다만 독자들이 어떤 내용에 더 흥미를 가질지, 어떤걸 궁금해 할지는 감을 잡기 어려웠다. 이 부분을 편집자님께서 잘 잡아주셨고, 그 덕분에 쭉쭉 원고를 써 나갈 수 있었다. 어쨌든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할 정도면 자신만의 경쟁력있는 컨셉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스스로 진실된 이야기를 풀어놓기만 한다면 어려울건 없다. 다만, 출판계약후 책이 나오기까지 6~8개월 정도의 시간 밖에 주어지지 않으므로, 게으름을 피우거나 완벽을 기하는건 곤란하다. 출판사도 브런치북에 쓰인 작가의 가능성, 컨셉을 믿고 함께하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작가를 충분히 믿어준다. 그러니 쓸데없는 걱정이나 완벽주의는 내려놓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과감하게 써내려가는 것을 권한다.
5. 표지와 제목선정
원고가 다 마무리되면 표지와 제목을 정한다. 나같은 경우 처음부터 끝까지 출판사와 단 한번도 충돌이 없었다.
(편집자님은 힘드셨을지도? 혹시 힘들었는데도 티를 안내주신거면 미안해요 ㅠ) 표지와 제목도 출판사와 의견이 같다보니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간혹 저자들 중 제목과 표지를 작가가 정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보통은 출판사 내부에서 회의를 거쳐 정한다. 물론 그 회의에서 작가의 의견도 반영 된다. 나는 책도 하나의 상품이기 때문에 고객인 독자의 눈에 드는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출판사, 특히 마케팅팀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작가는 글을 쓰는데 전문가지만, 출판사는 책을 만들고 파는데 전문가다. 전문가가 필요한 영역은 전문가에게 맡기자.
6. 출간
출간 후 책이 집으로 오기까지의 그 설렘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내 글에 대한 아쉬움과 별개로 책을 냈다는 사실만으로 뿌듯하다. 이때부터 출판사의 마케팅이 시작되고, 인터뷰나 독자와의 만남 행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 출판사의 마케팅에는 작가가 적극 협조하는 것이 좋다. 이 즈음에 맞춰 브런치 스토리에서 프로필 촬영도 진행한다. (참고로 브런치 스토리 담당자님들도 선정됐을때부터 북토크할때까지 너무나 친절하셨다.)
7. 브런치가 주최하는 북토크 강연
7월 말, 판교 현대백화점에서 열리는 북토크를 진행했다. 브런치북 대상 작가들 모두에게 주어진 기회였고, 내가 첫번째였다. 보통 신인작가의 북토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사람을 모집하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기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을 보며 깜짝 놀랐다. 내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끄덕끄덕해주시는 독자들 한 분 한 분이 너무나 소중하다는걸, 그날 현장에서 느꼈다. 태어나 처음으로 해본 북토크는 꽤나 만족스러웠고 잊지 못할 굉장한 경험이었다.
8. 온오프라인 매거진의 인터뷰와 기고 요청
이후 기고 요청과 인터뷰 요청이 브런치스토리의 '제안하기'를 통해 전달됐다. 나의 경우 '좋은 생각'이라는 잡지에서 기고요청을, '디퍼'라는 온라인 매거진에서 인터뷰를 제안받았다. 내가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통해 책을 내지 않았다면 받지 못했을 제안이다.
9. 또 다른 단행본 출간 제의
브런치 스토리를 통해 또 다른 제안을 받았다. 바로 다른 출판사의 출간제안이다. 출간된 책을 보고 함께 만들어보고 싶은 에세이가 있다고 연락을 주셨다. 너무 감사한 제안이라 현재 긍정적으로 검토하며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
자, 브런치북 대상이 발표되고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들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느낀, 브런치북 대상을 받았을때의 장점은 뭘까?
첫째, 좋은 출판사와 책을 낼 수 있다.
브런치 스토리를 통해 글을 발간하는 작가들 중 책을 내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은것으로 알고 있다. 그 중에는 자비출판(작가가 돈을 지불해 출간하는 방식. 인스타그램에 나오는 책쓰기 광고도 자세히 보면 자비출판이 많다)으로 책을 내겠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자비출판은 개인의 만족은 될 수 있을지언정 시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대중에게 다가가는 작가의 꿈'과는 사실상 거리가 멀다. 그 외에 책을 내는 방법은 출판사에 투고를 하는 것인데, 이것도 쉽지 않다. 인지도 없는 예비저자의 글만 보고 한번 낼때마다 차 한대값이 날라가는 출간을 결심하는 출판사는 많지 않다. 하지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차지한다면 출판계에서 나름 규모 있고, 양서를 내는 출판사와 계약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케이스바이케이스지만, 규모있고 이름있는 출판사와 출간을 진행할때 상대적으로 답답한 일을 겪을 확률이 적다. 나의 경우 정산을 비롯해 모든 일이 깔끔하고 또 친절했다. 개인적으로는 경쟁력있는 신인저자가 데뷔하기에 브런치북 프로젝트만큼 좋은 무대는 없다고 생각한다. (일반 독자들은 잘 모르겠지만, 내가 함께 작업한 창비는 출판계에서는 상당히 권위있는 '좋은' 출판사고, 작가 지망생인 나로서는 '꿈의 출판사'였기 때문에 미디어창비에서 책을 낸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큰 영광이었다.)
둘째, 마케팅에 굉장히 유리하다.
출판사에서 마케터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나는,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으로 선정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마케팅에 상당히 유리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대상 작품들이 모두 띠지에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을 새겨넣는 이유다. 그도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8800개의 작품 중 단 10작품만이 대상을 차지할 정도로 아주 어려운 경쟁을 뚫은 콘텐츠니 독자들도 한번씩 눈이 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상으로 선정되어 출간하고 나면 브런치스토리에서 열심히 프로모션을 해준다. 카카오톡 채널 알림이라던지(이게 얼마나 큰 광고효과인지... 설명해도 여러분은 와닿지 않으시겠지요), 브런치 스토리 상단에 출간소식이 걸리는 것, 예스24에 이벤트 페이지를 띄우는 것, 릴레이 북토크 모두 저자입장에서는 굉장히 행운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노출이다.
셋째,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좋은 발판이 된다.
사실 책을 낸다고 해서 누구나 주목받는건 아니다. 특히 신인이라면 더더욱 책이 묻힐 확률이 높다. 하지만 브런치 스토리를 통해 홍보가 되고, 언제든 컨텍할 수 있는 계정을 갖고 있다보니 '제안하기'로 이런저런 제안이 들어온다. 브런치북 대상을 수상하기 전까지 내 브런치 스토리는 그저 나를 '기록'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었는데, 어느새 이런저런 작업을 의뢰받는 소통의 창구가 되었다. 브런치 스토리를 통해 협업할 창작자를 찾는 분들이 꽤 많다는걸 알게 됐다.
이 외에도 좋은 점이 더 있겠지만, 일단 생각나는 것들을 나열해보면 이렇다. 이 글을 읽은 분들 중 "되면 좋은걸 누가 모르냐, 안되니까 문제지."라고 말하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한다. 사실 나도 단박에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수상한 건 아니다. 응모하고 떨어질때마다 '역시 경쟁률이 너무 높다'며 까마득히 먼 목표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니 올해 수상하지 못했다고 내년에도 안된다거나, '글 실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스스로 한계를 짓진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콘텐츠는 언제든 빛나기 마련이니까. 올해 안된 작품이 내년에 수상할 수도 있고(실제로 트렌드가 바뀌어서 눈에 띄는 콘텐츠로 바뀔 수도 있다), 브런치북을 눈여겨보던 출판사에서 개인적인 제안이 들어올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살아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단순히 '책을 내는게 꿈이라서' 글을 쓰는게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걸 다른 사람들도 같이 알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썼으면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남들에게 멋지게 보일 의도없이, 조금 부끄럽더라도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할때 사람들은 공감해 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