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의 위험한 결정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by 김홍열

지난 7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는 메타가 위험한 결정을 내렸다. 이날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는 5분 분량의 영상 성명을 통해 메타가 운영하는 SNS의 팩트체크 기능과 혐오 표현 규제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저커버그는 영상에서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은 실수를 했고, 검열은 지나친 수준이 되었다. 이제는 표현의 자유라는 뿌리로 돌아갈 시기”라며 자신의 결정이 합리적 판단에서 나온 것임을 주장하고 있다. 저커버그는 자신의 이번 판단이 트럼프의 대선 승리와 연관이 있다며 “지난 대선은 표현의 자유를 우선하도록 하는 문화적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얼핏 들으면 저커버그의 이 말은 그럴듯해 보인다. 사실 정권이 교체되면, 국가의 주요 정책이 많이 바뀐다. 특히 경제 정책의 경우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의 지향점이 달라 이념이 다른 진영으로 정권이 넘어갈 경우 기존 정책의 많은 부분이 폐지되거나 전면 수정되는 경우가 많다. 보수 정권은 시장 중심의 경제를 강조하며 규제 완화와 기업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반면에, 진보 정권은 소득 재분배와 경제적 형평성을 강조하며 복지와 공공재 투자 확대에 노력한다. 이런 차이는 안보와 국방, 사회 및 문화 정책 분야에서도 드러난다. 가치관이 달라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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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사회의 구성원들은 자신의 자유로운 투표로 선출된 정권의 정책들을 기꺼이 수용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믿음이 전제되어 있다. 하나는 어느 정권이든지 기본적으로 정권을 넘어 국가 차원의 통치 행위를 할 것이라는 신뢰와, 다른 하나는 만약 정권이 잘못하면 다음 선거에 교체할 수 있다는 민주적 프로세스가 그것이다. 후자가 가능한 이유는 당연히 표현의 자유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당이 정권을 획득하든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표현의 자유는 훼손당하지 않을 것이고 유통되는 정보와 데이터에 기초해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믿음이 존재한다.


표현의 자유가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어느 상황, 어느 정권에서도 지켜져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저커버그의 미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이런 원칙에 충실했다. 미국의 문화적 헤게모니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저커버그의 발언은 뜬금없이 들린다. 트럼프의 당선이 표현의 자유를 더 우선시하는 문화적 전환점이라는 그의 주장은 우선 트럼프 이전, 바이든 정권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는 이야기로 해석된다. 근거 없는 주장일 뿐이다. 저커버그의 주장은 표현의 자유와는 상관이 없는 친트럼프적 발언이고 사익을 위해 공익을 훼손하는 위험한 결정이다.


우리는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 시절부터 45대 대통령 재임 4년간 얼마나 많은 가짜뉴스를 퍼뜨렸는지 잘 알고 있다. 심지어 그는 46대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에게 패하자, 선거 결과가 조작됐다며 가짜뉴스를 퍼뜨려 지지자들을 선동해 의회 난입이라는 참담한 사태를 만든 주연이기도 하다. 트럼프가 가짜뉴스를 계속 만들어 유통하자 X(옛 트위터)는 그의 계정을 삭제했고 이에 반발해 트럼프는 자기가 직접 플랫폼을 만들기까지 했다. 주요 SNS들이 팩트체크 기능을 강화해 가짜뉴스, 혐오 발언 등을 찾아내 삭제하거나 계정을 정지시키는 정책 도입에는 트럼프의 가짜뉴스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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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시위대 점거 사태 빚어진 미 의사당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메타 입장에서는 팩트체크 없이 모든 콘텐츠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유통되길 원한다. 그만큼 영향력이 커지고 광고 수익이 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있는 내용이 가짜뉴스인지 혐오 내용인지 판단할 틈도 없이 ‘좋아요’를 누르고 공유한다. 메타가 말하는 표현의 자유는 이런 것이다. 모든 결정권은 개인에게 있으니, 간섭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표현의 내용이 사회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매스 미디어 시절에는 언론사 데스크의 게이트키핑을 통해 가짜뉴스와 혐오 발언이 걸러졌기에 유통되는 정보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 가능했다.


그러나 SNS가 레거시 미디어보다 영향력이 더 커진 디지털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모든 데이터가 동등하게 유통된다. 특정 콘텐츠에 관심을 보이면 알고리즘에 의해 유사 콘텐츠가 계속 노출된다. 여기에 확증편향이 더해져 선호하는 콘텐츠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되면서 비판의식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다. 사회적 제어장치가 없다면 트럼프 추종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팩트체크는 불행한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합의한 최소한의 제어장치다. 최소한의 방어막조차 폐지하겠다는 저커버그의 판단이 가져올 수 있는 후과는 생각보다 더 위험하고 더 치명적일 수 있다. 자본과 권력에 우호적인 그가 내린 결정 때문에 민주주의가 위험에 빠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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