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유튜브가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지금은 세계 최대 규모의 동영상 플랫폼으로 성장했지만, 시작은 조그만 벤처기업이었다. 창립자 중 한 사람인 자베드 카림이 미국 여가수 자넷 잭슨의 가슴 노출 영상 니플 게이트(Nipple gate)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동영상 검색 전용 플랫폼을 구상했다. 그는 이 아이디어를 스티브 천과 채드 헐리에게 제안했고 세 사람은 공동 창업자가 되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브루노에서 작은 사무실을 열었다. 이들이 만든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 흥미로운 영상이 계속 업로드되면서 조회수가 늘기 시작했고 2006년 10월 구글에 인수되었다.
현재 유튜브 월간 사용자는 약 38억 명으로 추정된다. 유튜브 서버에 저장된 영상의 수는 2024년 중반 기준 약 148억 개로 추산된다. 사실상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지역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이 유튜브에 접속해 무한대의 영상을 즐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통계는 국내에서도 확인된다. 언론재단의 의뢰를 받아 (주)메트릭스가 지난해 10∼11월 만 19세 이상 3천 명을 면접 설문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 연령에 걸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는 카카오톡과 유튜브로 나타났다. 카카오톡이 98.9%로 가장 높았고, 유튜브(84.9%)와 인스타그램(38.6%)이 뒤를 잇고 있다.
유튜브 콘텐츠(CG) [연합뉴스TV 제공]
카카오톡이 대화에 특화된 폐쇄적 SNS라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로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SNS는 유튜브라고 할 수 있다. 유튜브는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과 달리 플랫폼 형태의 개방형 SNS로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들어와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유튜브에는 개인의 일상에서부터 진지한 뉴스까지 모든 콘텐츠가 있어 굳이 다른 미디어 플랫폼에 접속할 까닭이 없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큰 이유가 있다. 유튜브는 SNS인 동시에 미디어라서 사람들은 유튜브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이전에 매스 미디어가 하던 역할을 이제 유튜브가 대신하고 있다.
유튜브가 주도적 SNS가 된 이유 중 기술적 요인을 제외하면, 콘텐츠 생산의 주체가 변했다는 사실과 깊은 관계가 있다. 이전 매스 미디어는 전문가 중심의 생산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유튜브는 누구나 콘텐츠를 업로드할 수 있어 콘텐츠 크리에이터 또는 인플루언서를 탄생시켰다. 인플루언서들은 자신이 올린 동영상의 조회수가 많아질수록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고 광고 등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동영상 업로드를 계획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올린 콘텐츠는 요리, 여행 등 일상에서부터 시사 뉴스, 국제 동향, 주식, 부동산 등 모든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여기에 기존 미디어와 달리 실시간 스트리밍과 댓글, 라이브 채팅 기능을 통해 직접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사람들을 집중시켰다. 유튜브 영향력과 확장성에 놀란 기존 매스 미디어가 자사 플랫폼과 별도로 유튜브 내에 채널을 운영하면서 이제 세상의 모든 영상은 유튜브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유튜브가 메인 플랫폼이 되면서 미디어와 민주주의의 관계 역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권위주의 시절 매스 미디어에서 볼 수 있었던 권력에 의한 미디어 통제는 급속도로 약화되었거나 사실상 소멸됐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 자체를 폐쇄시키지 않는 한 미디어 통제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권력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개방적 미디어 플랫폼의 확장은 긍정적이지만 그 반대로 '자발적 포퓰리즘'의 출현은 부정적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 사례를 보면, 미디어에 의한 포퓰리즘은 나치 치하의 독일 사회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의도적으로 조작된 정보를 지속적으로 송출할 때 발생한다. 반복적으로 뉴스를 접하면서 대중은 집단적 세뇌가 된다. 그러나 네트워크 시대에 포퓰리즘은 자발적 또는 자발적으로 보이는 개인의 판단이 모아져서 발생한다. 유튜브 안에서 유튜브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계속 소비하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보는 것이 진리 또는 사실이라고 믿게 되면서 따르게 된다.
유튜브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튜브 또는 유튜브와 같은 상업적 영상 플랫폼이 있는 한 이런 현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다. 유튜브의 등장이 장기적으로 보면 긍정적일 수 있다. 미디어를 통해 얻은 정보에 기초해 주권을 행사하고 정치적 입장을 나타낸다면 미디어의 개방성은 필요하다. 문제는 포퓰리즘에 빠지지 않게 디지털 리터러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튜브는 권력에 통제받는 미디어를 해방시켰지만, 자본에 종속되는 미디어 환경을 구축했다. 지난 20년 우리는 이런 현상을 지켜봤고 그 문제점을 충분히 알고 있다. 유튜브 20주년이 주는 교훈이 여기에 있다. 민주주의 리터러시는 늘 필요하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