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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사색가 Jan 08. 2023

이직을 하면 다 좋아질 줄 알았다.

이직 3개월차에 느끼는 솔직한 감정들

이직을 한 지 어느 덧 3개월차.

이 시점에서 느낀 점을 말하자면 한마디로 '이직은 생각했던 것만큼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직이 힘들 것이라는 예상은 했고 주변의 경험담도 듣기는 했지만, 막상 내가 당사자가 되고 나니 모든 것들이 새롭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역시 이래서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경험하는 게 낫다는 건가.


전 직장을 떠날 때 생각했던 모습과 지금의 내 상황은 꽤 다르다.

이직을 하면, 물론 어려운 점도 많겠지만 2~3개월정도 지나면 충분히 적응해서 나의 역량을 발휘하고,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발전시켜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 그러한 모습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회사 내 공채 출신들은 경력직을 경계하고, 너희가 얼마나 잘 하는지 지켜보겠다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모양새다. 

경력으로 들어온 직원들은 그 시선을 불편하게 생각하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일부 직원들은 번거롭고 티가 나지 않는 업무는 밀어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물론 그 와중에 정치를 하려는 세력들도 있다. 


게다가 업무 프로세스는 체계적이지 않고, 담당자간 역할분담도 불분명하다. 

어떤 일을 시작하려면 프로세스를 파악하고 역할을 나누는 데에만 며칠이 지나가버린다. 이 정도 규모의 회사에서 이런 식으로 업무가 돌아가는 게 이해가 안 갈 정도이다. 그저 답답할 뿐이다. 


결국 옮긴 회사도 기존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리게 될 듯 싶다. 

아니, 오히려 더 안 좋은 면도 꽤 있어 보인다. 

게다가 이 회사에서 나는 경력직이기에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다. 회사에 대해 아는 것도 없다.

모든 것을 맨 땅에 헤딩하듯이 헤쳐나가야 한다. 나의 터전이 만들어져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쯤 되니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


' 이럴 거면 왜 이직을 한 거지?'




물론 기존 회사에 있을 때보다 연봉을 올렸고, 야근시간도 줄었으니 장점도 있다.

처우가 좋아진 것은 명백했다. 요즘 말로 '금융치료'라고 하더라. 

회사생활이 힘들고 고달프더라도 두둑한 월급 통장을 보면서 위안을 받고 또 한 달을 버텨내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회사에서 싫어하고 지쳤던 장면들이 이 곳에서도 보인다는 점에서 힘이 빠진다.

이직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회사는 조금 더 좋은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결국 회사는 어디를 가도 크게 다르지 않은가 보다

직장인이라는 큰 틀을 벗어나지 못 하는 이상 직장인이 겪어야 하는 근본적인 속성과 고충(?)은 크게 다르지 않구나 하는생각을 한다.


이직을 할 때, 나도 남들처럼 다른 회사에서 새롭게 도전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마음껏 펼쳐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컸다. 

전 직장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던 점이 이직의 이유이기도 했다. 


전 직장에 다닐 때 난 불만이 많은 직원이었다. (물론 그랬으니 이직을 했겠지...?)

일하는만큼 인정받지 못 하고, 보상도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다. 게다가 선배들은 정치적인 이해관계 속에 쌓여 있었고, 말로만 고객중심을 외칠 뿐 사실 본인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모양새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 번 삐딱하게 보기 시작하면 안 좋은 점만 보이는 법. 

불만이 쌓이기 시작하니 모든 것이 나와 맞지 않다고 느껴지게 되었다.
'그래 이럴 때 이직해서 새롭게 시작하는 거야!'

그래서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이직을 준비하게 된 것이다. 


전 직장에는 이직을 한 선후배들이 많지 않았다. 

나름 안정적인 회사였고, 워라밸도 나쁘지 않았기에 그 생활에 안주하기 쉬웠기 때문이리라.

만약 이직을 한 선후배들이 많았고, 그 사람들에게 이직 후에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그래도 전 직장이 낫다고 생각되는 점이 무엇인지 들어봤으면 이직에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직 후의 삶은 생각보다 많은 변화가 있었고, 나의 에너지를 상당히 고갈시켰다

단 며칠 만에 내 주위의 너무 많은 것들이 변해버렸다.

그 변화 속에서 이직한 회사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이 있다.


1. 인적 네트워크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 한꺼번에 사라졌고, 주변에서 온통 처음보는 사람들뿐이다.

업무를 제대로,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무리 자동화 시스템화가 진행되었다고 하더라도 한계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직한 회사에서는 막히는 것이 있을 때,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 지부터가 내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다. 담당자를 찾더라도 그 사람이 나의 고충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본인의 업무를 다 처리하고, 시간이 남을 때 잊어버리지 않았다면 검토해 주지 않을까.

업무를 받은 후, 프로세스를 몰라서 업무가 늦어진다거나 유관부서의 담당자가 답변을 늦게 줘서 업무처리를 못 하고 있다는 변명(?)도 언제까지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다.  


2. 회사의 조직문화에 적응해야 한다. 

새로운 문화를 체득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며칠 만에 이뤄질 수 없다. 

그 문화가 왜 정착되었는지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문화에 나의 생각을 맞춰야 한다. 그 이후에 생활 습관 속에 그 문화를 녹여내어야 비로소 그 조직문화에 적응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때까지 많은 혼돈이 발생할 것이고,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남을 것이며 이는 일상의 어색함과 불편함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조직문화는 일하는 방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유연한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 회사라면, 간단한 업무요청은 메신저나 전화로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경직되고 보수적인 회사일 경우, 매번 공문을 보내거나 품의를 통해 근거를 남겨야 할 수도 있다. 

전 직장에서 겪어왔던 조직문화와의 간극이 크다면 스트레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3. 업무지식과 프로세스를 습득해야 한다. 

이직한 회사의 산업군이 기존 회사와 다르다면 그 산업군에서만 사용하는 용어와 지식부터 공부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회의에 들어가서 논의되는 용어와 내용을 이해할 수 없고, 그만큼 뒤쳐지게 된다. 

이는 업무 성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자괴감 등으로 인해 동기부여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파악도 필수적이다. 

정확한 가이드를 숙지하지 못 한 상태로 업무를 진행하게 되면 비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또는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게 되어 불필요한 과정(예를 들어, 기한을 놓쳐 추가로 품의를 진행)을 거치게 되는 경험을 할 수도 있겠다. 




참고로 기존 직장은 IT서비스 회사였고, 이직하는 회사는 금융사였다. 

금융사의 보수적인 분위기와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해 환경상 어려움이 많겠지만, 그래도 나의 경험과 역량으로 분명히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고 이직을 하게 된 것인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난관을 거치며, 흔히 말하는 이직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이직한 회사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기존 회사에서의 경험을 빠르게 내려놓고 잊어야 한다

'전 직장에서는 이랬는데 이 회사는 왜 다를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록 적응이 힘든 법.


믈론 그런 의문을 가져서 그것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면 괜찮다. 

하지만 적응하기에도 급급한, 그리고 회사 내부에서 인정받을 만한 성과를 내지 못 한 경력직원이 단시간 내에 그런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렇기에 생각을 바꾸는 편이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전 직장과 이직한 회사는 다른 회사이다. 기존 경험이 당연하다는 인식을 버리는 것이 맞지 않을까.


이렇듯, 이직 후의 삶은 쉽지않은 과정이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적응이 되겠지만 그 시간을 잘 버티고 지내는 것은 이직한 사람들의 숙명인가 보다. 


이직을 한 후 힘든 시간을 보내는 직장인 모두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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