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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콩약사 Jun 26. 2020

날라리 워킹맘의 수상한 비법

#워킹맘생존기 하지만 #현재휴직 #30대 #찌질함주의

현실적으로 영유아를 키우는 워킹맘은 절대적인 '시간빈곤자' 입니다. 회사에서는 회사의 일을 하고, 집에서는 엄마의 일을 하기 때문에 '나의 시간' 이라는 것은 생기기가 어렵죠. 아니, 그냥 나의 시간 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 환상입니다. 일과 육아 두 가지만 놓고 보더라도 한쪽의 비율이 커지면 자연스레 다른 쪽의 비율이 줄어들게 마련이라, 어느 쪽에든 틈이 생기면 잘 쪼개어 다른 쪽을 메우는 것이 현실이거든요.

회사원으로, 어느 쪽이 더 취약할까요? 일의 강도와 업무 성격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저의 경우만 두고 보면 아이와 보내는 절대적인 시간이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었습니다. 업무의 양도 많았고, 본사와 시차도 컸고, 그리고 첫 아이를 낳고 복직할 당시에는 회사도 멀어 출퇴근 거리가 왕복 3시간에 육박하였으니까요. 결론적으로 평일에 아이와 눈 맞출 시간은 "0" 이었습니다. 제가 출근할 때 아이는 자고 있고, 야근을 밥 먹듯 하던 때라 퇴근하면 이미 잠들어 있었거든요. 이러한 와중에 제가 선택했던 몇 가지 방법들이 있었고, 아이가 하나일 때는 그럭저럭 잘 통하였답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시는 분들께 찌질하고도 솔직한 비법을 공개해봅니다.


1. 돈으로 시간을 산다.

트렌드코리아 2020에 보니, "편리미엄"이 대세라고 해요. 사실 저는 첫 아이를 임신 하면서부터 이 원칙을 고수해왔습니다. 애 엄마가 살림은 하나도 모른다는 손가락질도 아랑곳하지 않았어요. (실제로 이런 말씀을 대놓고 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평일에 아이와 보낼 시간이 없으므로, 주말에는 온전히 아이에게만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그 귀한 주말에 집안일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간단한 반찬은 배달로 주문하고, 어른 식단은 일품요리 위주로 변경하고,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주말 근처로 잡아두면 주말 동안 깨끗한 집에서 아이와 집중하여 놀아줄 수 있습니다. 더욱 더 중요한 건, 남편과 실랑이 할 일이 정말 없어집니다. 남편도 주말엔 쉬고 싶겠지요. 그렇다보니 주변 사람들에게도 강권하는 방법입니다. 단, 청소의 질에는 눈을 감는 요령도 필요합니다. 


2. 육아 동지를 만든다.

회사에서 절친은 만들지 않는다, 이것이 저의 원칙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며 조금 느슨해 진 원칙이 되었습니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 함께하는 '아줌마' 동료들은 저에게 제가 모르던 신세계 정보의 원천이자 튼튼한 공감과 지지대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어렵기만 했던 팀장님도 그저 아들 둘 키우는 엄마가 되더군요. 어느 날엔, 책장을 선사하시며 어느 회사 무슨 전집을 잘 보더라, 추천하셔서 슬쩍 웃음이 나던 기억도 있어요. 무엇보다 '나만' 못하는 것 같은 자책감에서 '우리 다' 못하고 있는 일이 되는 것이 짜릿한 위안이었음을 고백합니다.


"00님도? 저도 예방접종 두 달이나 밀렸잖아요."


어디서 이런 말 하면 칠칠치 못한 엄마가 될 것이 뻔한데, 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답니다.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내가 속한 어디에서든 만들 수 있는 육아 동지는 마음의 짐이나마 덜어주는 소중한 존재랍니다. 


3.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

한계가 100인 인간이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아이를 낳으면 갑자기 200으로 뿅, 업그레이드가 될까요? 아니요. 아무리 최선의 노력을 다해도 120정도일까요. 둘로 나누면 하나에 60씩. 늘 어느 만큼은 빈틈이 있더라... 하는 것을 인정해버리면 마음이라도 편안해집니다. 네, 맞아요.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빈틈 있는 '나'를 온전히 칭찬하지는 않습니다. 나 혼자 의식적으로 'Slow down'하고, 끊임없이 마음을 다스려야합니다. 아이가 어린 동안에는 천천히 가고, 대신에 함께 가려는 노력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 어미가 조금 자신 없지요? 제가 못했던 것이거든요. 한쪽에 온전히 몰두하면 기우는 쪽이 있다는 것을 너무 몰랐습니다. 언젠가는 기울어진 무게만큼 제 마음의 짐이 될 것이라는 것도요. 그렇지만 그 또한 '완벽하지 못했던 나' 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그 순간 만큼은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믿으면서요. 


"나는 최선을 다해 동동거리며 살아왔는데...!" 그런데도 아이들을 생각하면 늘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저는 그저 평범한 '일하는 엄마' 였습니다. 버티는 방법도 찌질하고,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사실 별로 없습니다. 육아도우미를 고용해버리면 더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꽤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집안일도 모두 컨트롤 하고싶은 욕심이 없다면 더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때는 좋은 선택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지나고 돌아보니 후회스러운, 그런 일들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늘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우리 아이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고, 그런 엄마로서 나의 결정은 무엇이든 옳다고요. 오늘도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육아와 일,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고자 고군분투 하시는 분들을 마음으로 응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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