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신화란 무엇인가?
내겐 너무나 소중한 꿈과 가족.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선 반드시 다른 하나를 희생해야하는 걸까?
가족과 함께하면서 꿈을 키워갈 수는 없는 걸까?
시간에 쫒기는 거 질색이다. 아무리 즐거운 아이템도 넘어가는 초침 소리와 함께라면 끔찍한 고문이 될 뿐이다. 나는 나를 매우 사랑하는 편이다. 그래서 스스로를 고문하는 멍청한 짓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최상의 성과물을 얻으려면 마지막 순간까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야 한다는 걸 아는 몸으로 태어났지만, 최고를 얻기 위해 내 몸을 제물로 바치는 것까진 도저히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체로 쿨하게 좌판을 접고 자리를 떠나며 뒤도 안 돌아보는 편이다. 자기 보호를 위한 후천적 조기착수형이라는 말이다. 엄마는 이런 나를 ‘독한 년’이라고 한다. 기분 나쁜 욕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내게도 예외의 영역이 존재한다. 바로 아이들..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나서 자면서도 웃었다. 온 몸의 세포가 우주의 기운을 받기 위해 활짝 열려있는 느낌이었다. 35년만에 처음으로 뼛속까지 기뻤다. 이런 상태를 평생 유지할 수 있으면 된다는 거 아냐..아싸~!!
연구원이 될 수 있다면 승진쯤은 다시는 못한다고 해도 아쉬울 것 없었다. 남편도 행복해 하는 내 모습이 좋다며 아직 긴 밤잠을 잘 줄 모르는 여덟 달 박이 딸아이를 다른 방에서 데리고 자주기까지 했다. 여섯 살짜리 아들 녀석은 제법 말귀를 알아들어 ‘엄마 공부할 때는 혼자서 놀 줄도 알아야 형님이지!’하며 의젓하게 굴어줬다. 그렇게 완벽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난생 처음 써보는 서른 페이지짜리 개인사를 마감 일주일전에 끝낼 수 있었던 것도 다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
그런데..그렇게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딸아이는 할머니 품, 아빠 품에 안겨 있으면서도 엄마 얼굴에서 슬픈 눈을 떼지를 못한다. 게다가 어린 것이 감기기운까지 있어 숨 쉴 때마다 그르렁거리는데다 귀여운 얼굴은 누런 코딱지로 엉망이 되어 버렸다. 아들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엄마가 있는 걸 확인하고야 다시 잠이 든다. 서재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땐 제 이불을 질질 끌고 와 책상아래 잠자리를 만든다.
모진 엄마.. 눈물이 그렁그렁.. 순간 책상위에 놓여 있는 책과 컴퓨터가 흉물스럽게 느껴졌다. 이게 뭐야.. 내 인생의‘희열’을 찾았다고 했니? 그러면 내 희열을 위해 아이들의 ‘희열’을 빼앗아도 좋다는 말이니? 뭐야..뭐가 이렇게 어려운 거야.. 신화? 내게 신화란 뭐냐구? 나의 신화를 위해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욕망을 극복해야 한다는 거지? 아이들에게 엄마가 차가운 그리움의 이미지로 남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쳐내야 한다는 거지?
주루륵.. 이건 너무 가혹하잖아.. 이건 아냐.. 어떻게 찾은 건데.. 하지만 그 문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내게 제일 소중한 것을 제물로 바쳐야한다니.. 난 어쩌면 좋아..어떻게 하면 좋아?...그렇게 아이들을 꼭 껴안고 누운 베개는 젖어갔다.
엄마가 엄마보다 더 많이 사랑하는 훈이, 영이에게
엄마가 새벽마다 기쁨의 샘물에 발을 담그면
엄마의 가슴에선 행복의 카나리아가 여행을 준비한대..
그리고 엄마의 몸이 기쁨물방울 속에 흠뻑 잠기는 순간
카나리아는
우리 훈이, 영이 꿈속으로 날아가
너희들 곁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구나
그럼 새만 오고 엄마는 안 와?
아니..
정말 엄마가 오기 전에 엄마의 기쁨을 먼저 보낸거야..
기쁨이 노래하면
세상은 아름다운 빛으로 넘쳐난단다..
정말 예쁘겠지?
어..엄마. 정말 좋겠다!
엄마 그럼 창훈이랑 서영이는 카나리아랑 놀고 있을테니까
목욕끝나면 엄마도 빨리 와야해..
그럼..
기다려 줄 수 있지?
그럼..그러지..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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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고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여인이 아이들을 품에 안고 직접 지은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새벽빛에 꿈에서 깨자 어느새 눈물은 간 곳 없고 연두빛 카나리아의 노랫소리만 귓가를 맴돌고 있다.
여러분의 꿈을 글로 적어보라. 그것이 바로 여러분의 신화다.
- 조셉 캠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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