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맛은 샤인 머스캣
이별을 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을 사는 동안
몇 번째의 이별인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조금 익숙한 기분이 든다.
며칠 전, 아파서 오후 반차를 내고 집에서 자다가 미리 시켜둔 죽을 먹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일하던 중에 잠시 틈을 내어 이온 음료와 샤인 머스캣을 사왔었다.
그의 직장은 내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였다.
고맙고 감동이었지만,
좀 전까지 땀 흘리며 자서 땀 냄새가 걱정됐고
마찬가지의 이유로 입 냄새가 날까 걱정스러워서
‘고마워’ 라고 밍숭맹숭 말하며 몇 번 안기는게 끝이었다.
창가 자리 간이 식탁에서 죽을 먹고 있으니
맞은 편에 앉아 잠시 지켜보며 얘기를 하다가
별안간 온 김에 샤워를 한다고 하더니
정말로 샤워를 하고 몇 번 안아준 뒤 다시 돌아갔다.
나는 잠시라도 조금 더 나를 봐주기를 바랐고
대화를 조금이라도 더 했으면 했다.
나로서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매번, 감동을 주면서도 이해 되지 않는 행동을 했다.
마치 균형이라도 맞추고 싶어하는 사람처럼
그 날 이후, 다다음날
쓰잘데기 없는 다툼을 하고
여기까지 하자는 그의 말에 그러자 했다.
오늘, 내가 좋아하는 창가 자리 간이 식탁에서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그가 준 샤인머스캣을 처음으로 꺼냈다.
냉장 보관해서 그런지 여전히 예쁜 연두색깔에 탱글한 모양이었는데
씻으려고 뒤집어보니 한 알이 까맣게 썩어 있었다.
그렇다. 이미 썩어 있었는데
평화롭고 잘 지내는 모습으로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생겨야 할 일이 생겼다.
그를 원망하진 않는다.
서로 너무 다름에서 왔던 일들이기 때문.
다만, 원래도 그러진 않았지만
앞으로 더더욱 샤인 머스캣은 내가 사먹을 일은 없을 것 같다.
그에게 하지 못한 많은 말들 중에 이 말로 이 글을 마무리 하려고 한다.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