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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광수 Apr 05. 2022

클래식 기타를 한 대 샀다

그랑기타 35호



개편으로 출연하던 방송 하나를 그만 하게 되고, 그날 퇴근길에 갑자기 현타가 찾아와 갖고있던 펜더 기타 두 대를 팔았다. (연관성 없음 주의) 


원래 방구석 기타리스트는 원래 '뮬질(mule.co.kr)'을 통해서 기타를 사 모으다가 갑자기 현타가 오면 팔고, 다시 새로운 기타를 사오는 비용이 드는 행동을 한다. 이제는 내 행동이 놀랍지도 않다...뮬저씨라는 것을 인정해야지.


모니터 스피커와 마이크를 제대로 된 제품을 사겠다는 마음으로 기타를 판 거였는데 그 와중에 이 기타가 눈에 들어왔다. 그랑기타 35호다. (클래식 기타는 이 숫자가 크면 클수록 좋다. 통상 가격이다. 100호면 100만원이다.) 


처음 보는 브랜드였는데, 국내에서 제작됐고 강남쪽에 공방이 있다는 것이 맘에 들었다. 저렴한 가격에 올라왔고 상태도 준수한 것으로 보여 샀다. 


이 기타는 클래식 기타를 배우는 한 어린이의 기타였다. 그 학생의 학부모께서 어린이용 클래식기타 교본과 발 받침대까지 주셨다. 


교본을 펴 보니 연필로 써놓은 계이름을 지우개로 지운 흔적이 있었다. 악보 읽는게 당장 쉽지 않아서 일단 우리말로 계이름을 써놓고, 익숙해지면 지우는 방식이다. 어릴때 피아노를 배웠던 나도 어릴 때 그렇게 했었다. 


자라나는 이 땅의 주인인 어린이가 쓰던 기타...아저씨가 잘 연주할게요. 사진에는 전반적으로 깨끗해보였는데 상판 이곳 저곳 찍힘과 눌림이 있었는데 갑자기 거슬리지 않았다. 열심히 배웠구나 녀석. 더 좋은 기타로 훌륭한 연주하고 있길. 


야마하나 콜트에서 나오는 나일론 기타는 소리는 기본 이상은 한다. 그런데 디자인이 기존 스틸현 기타를 개조한듯한 하이브리드 느낌이 많다. 개인적으로 뭔가 엉성하게 느껴진다. 물론 저가 기타여서 그럴것이다. 그랑기타 35호는 해당 브랜드에서 가장 저렴한 기타지만 일단 디자인 측면에서 준수하다. 


버징이 있어서 잘못샀나 했는데 오늘 사바레즈 현으로 싹 갈아주니 안정감 있다. 텐션이 내 생각보다 약해 낯설다. 코타로 오시오의 윈드송 앞부분(지겨운 내 레파토리 중 하나다)을 몇번 쳐보고 기타 스탠드에 세워놨다. 뿌듯하다. 원래 방구석 기타리스트는 이러려고 기타를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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