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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현 Jul 07. 2017

공유경제와 일자리 혁명

글로벌 ICT 포럼을 다녀와서 느낀 점

연세대 정보대학원 ITMS 과정은 개인적인 사유로 중도 이탈했지만 아직까지 인연은 닿고 있다. 
ITMS 10기 입학 동기이자 라이프 스타일 편집샵 어바니썸 운영하고 있는 안치성 대표가 글로벌 ICT 포럼 사무국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ICT 포럼은 지능정보기술과 다양한 서비스 분야의 유연한 접목을 위한 정책을 발굴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공유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연세대 이봉규 정보대학원장이 2016년 6월 K-ICT 투어 포럼으로 창립했고, 올해 4월 글로벌 ICT 포럼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번 포럼 주제는 공유경제나 온라인·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 같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새로운 사업이 일자리 감소 문제를 해소할 것이란 내용으로 5개 기업(UBER/우아한형제들/오쉐어/KT경제경영연구소/에어비앤비) 사례발표가 있었다. 나 또한 에어비앤비를 호스트로 운영하고 있기에  관심이 가는 주제였다.


자기 경제 하는 사람들이 시장 경제에 편입된다.
-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 -

밤 11시 넘은 강남역 택시들을 떠올려보자. 장거리 손님 콜이 뜨면 순식간에 잡아야 한다. 마치 과거 네이버 타임보드를 잡아야만 하는 렙사 담당자처럼. 얼마나 장거리 손님 콜을 받냐에 따라 그날 수입이 결정된다. 전 세계 많은 국가, 도시들이 서비스 중인 우버는 국내에는 2013년 도입되었으나 기존 택시업계에 거센 반발에 부딪혀 현재 고급 택시 호출서비스 우버 블랙만 운영되고 있다. 

난 아직 우버를 사용해본 적은 없으나 우버 앱 기반 기술 장점은 개인(수요자)과 개인(공급자)의 거래를 매칭 시켜주는 점에 있다. 퇴직 후 개인택시 운전을 하려면 시간/택시운전자격시험/돈이 필요한데 우버 기사는 풀타임이 아니어도 드라이버가 가능한 시간만큼만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내가 일하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지수와 비례하고 업무 만족도와도 비례할 수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 김희수 부소장에 따르면 급성장하는 공유경제에는 두 가지 성장 배경이 있다고 한다.

첫째. 사용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성장하는 네트워크 외부효과이다. 특정 상품에 대한 누군가의 수요가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영향을 받는다.  과거 쌍팔년도 시절에는 TV광고만 잘 만들어서 예산 빵빵 틀어대면 되는 시기였다. 배달의 민족 사용자가 많을수록, 에어비앤비 게스트가 많아질수록, 쏘카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점점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이다. 

공유경제 기반은 수요자와 공급자의 거래를 매칭 시켜주는 Two side Platform 이기 때문이다. (2014년 대학원 첫 과목이 플랫폼 비즈니스 수업이었는데, 그 당시 수업 내용으로만 겪어본 넷플릭스가 한국에 론칭해서 옥자를 개봉하다니. 시간은 참 빠르고 세상이 급변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둘째. 온라인 평판 시스템이다. 공유 경제 서비스는 수요자와 공급자를 서로 평가할 수 있다. 파워 블로거 파워가 예전만 못 한 것은 포스팅 말미에 "본 포스팅은 OO 기업에 후원을 받고 작성한 글입니다" 일 것이다. 수요자는 순수 사용후기를 보고 싶은데 기업의 후원을 받고 작성된 글에 배신감을 느끼고 아무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온라인 평판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기업은 순식간에 맛이 간다. 배달의 민족은 아무리 맛없고 가맹점 불만이 있는 글이라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한다.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게스트가 체크아웃하면 공개 평가/비공개 평가를 남길 수 있다. 비공개 평가는 게스트는 볼 수 없고 호스트에게만 공유되기 때문에 악성 게스트가 내 숙소에 방문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호식이 회장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호식이 두 마리 치킨 매출이 40% 감소되고 오뚜기 함영준 명예 회장의 파도파도 끝이 없는 선행으로  지난해 매출 2조 원을 달성했다는 소식이다. 신규 업체나 기존 기업들이나 모두 온라인 평판에 따라 흥망성쇠가 이루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육지 사람이 제주도 여행하려면 짐 한 보따리를 싸야 한다. 카메라, 놀이용품, 등산용품, 골프용품 등 기존 갖고 있는 용품을 제주도까지 가져가야 한다거나 고프로, 360 카메라 등 특별한 영상을 담고 싶은데 한 번 이용하려고 구매하기에는 가격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내 경우도 2015년 한라산 겨울 산행을 했었는데 입구에서 아이젠, 스틱 성인 3명분을 구매하니 10만 원 훌쩍 넘었었었다) 

제주도 여행 물품 대여 서비스, 오쉐어 석용우 이사 사례 발표 중에서

글로벌 ICT 포럼 세 번째 사례발표는 오쉐어 석용우 이사였다. 오쉐어는 제주도 여행 물품 대여 서비스로 신생 스타트업이다. 제휴된 물품을 공항에서 수령하고 묶고 있는 숙소에서 반납하면 된다. 렌터카처럼 비행기 출발시간 전에 허겁지겁 차를 반납해야 하는 일이 없다. 일상용품들을 대여해주는 서비스로 말고도 다른 대행 서비스로 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 나처럼 포럼 청중자 대부분은 '오쉐어 서비스 괜찮다'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포럼 청중자도 비슷한 상황으로 불편했거나 제주도 여행할 때 어떤 물건이 필요했을 것이다. 

기존 물리 세계에 정보를 더하면 가치가 생긴다.


오쉐어 같은 서비스들이 많이 알려지게 되면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만 실으면 되니 제주 여행의 잠재고객들도 늘어날 것이다. 배민 리프레시나 우버 잇트와 같은 공유경제 서비스는 지역 상권 내 음식 서비스를 가정에서도 이용하게 됨으로써 해당 가맹점 매출이 확대될 것이다. 기존 시장에서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시장 자체의 파이가 커지는 효과인 것이다. 현재 공유경제 서비스들은 집, 자동차, 물건 등 대부분 실체가 있는 재화들이다. 개인이 보유한 재능, 시간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재화를 공유하는 서비스들도 점점 발전될 것이다. 


현지인과 함께 여행하는 my real trip, 호스트가 계획하고 게스트와 함께하는 에어비앤비 트립, 내 전문 분야를 강의할 수 있는 Udemy처럼 우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재능과 시간만큼 일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 덕분에 1인 기업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직업이 아닌 창직을 해서도 살 수 있다. 회사에서 지시하는 업무, 클라이언트가 내주는 숙제만 할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재능, 강점, 차별화 포인트가 무엇인지 곰곰이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이모작 삼모작 시대에 80까지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면서 살 수 있지 않은가?

KT경제경영연구소 김희수 부소장님 발표 중에서


OECD는 ICT 활용하여 중장년 층이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Active Aging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구로구청에서는 중장년 리스타트 취업지원 프로젝트 한 달간 운영되고 있고 지인이 부탁으로 2회 강의가 예정되어 있다. 강의 의뢰를 받고 '아 이 분들한테 총 16시간 동안 디지털 마케팅 실무 얘기를 해야 되나?' 염려했지만 포럼을 들으면서 강의 계획이 변경됐다. 요즘 세상이 바뀌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디지털 마케팅을 해왔던 나도 따라가는 게 쉽지 않다. 어렵고 불가능에 가깝다. 하물며 중장년 선배들은 변하는 세상에 미래가 두려울 수밖에 없다. 그분들한테는 자신감을 심어 주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 중장년 층에는 오랜 경험이라는 콘텐츠가 있고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 그걸 찾아가는 워크숍 형태로 진행하고 싶다.

이 하나만 전달되어도 성공이지 않을까?

일자리 창출이라는 키워드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와 발맞춰 글로벌 ICT 포럼 주제도 바뀐 부분은 환영할만하다. 포럼 격려사뿐만 아니라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시고 맺음말까지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님 말씀에도 공감한다. 공유경제와 O2O 서비스들이 사회적 약자에게 일자리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신규 사업자들에 반발하는 기존 사업자들도 어찌 보면 사회적 약자로 봐야 한다는 의원님 말씀이 인상적이다. 세상이 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유경제 서비스를 통한 수입은 주업보다는 부업에 가까운 수준이다. 하지만 개인 시간을 조정할 수 있으면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다. 


집, 자동차, 물건처럼 눈에 보이는 재화 말고도 재능, 시간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재화도 공유하는 시대이다. 내 재능과 내 시간을 널리 널리 알려라. 이 세상 누군가는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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