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현 Dec 21. 2017

암환우 3년 차가 전하는 글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을 대한민국 광고인 동료, 후배들에게

1년 만에 찾은 강남 세브란스 병원 신경외과 홍창기 교수 진료실.

지난주 찍은 5번째 MRI 검사 확인 결과, 아주 좋다고 한다. 교수님께서 지금처럼 관리 잘하면 아무 이상 없을 것이라고 하셨다. 당연한 결과다. 지난 3년을 돌이켜보면 의도했던 의도치 않았던 자연 치유에 적합한 삶을 살았던 것이다. 한때는 약간 느릿느릿한 행동과 말투와 생각이 광고인으로서는 부적합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암환우로서는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보통 암 발병 시 부정, 분노, 좌절 등의 감정이 동반되는데 나는 무덤덤했었다. 군대도 알고 나면 더 힘들다고, 뇌종양에 대한 정보를 수술 후에야 알아보기 시작했으니까.


우리는 누구나 암세포를 갖고 있다.

암세포가 하나도 없다고 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손에 칼로 배었거나 벌레에 물렸을 때 빨갛게 부어오르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아무는 것 모두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정이다. 흔히 염증으로 불리는 이런 증상은 우리 몸속 암세포가 관여한다. 우리가 건강한 것은 매일매일 면역 세포가 암세포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때문이다.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약한 사람은 암세포와의 싸움에서 지기 때문에 암세포는 기하급수적으로 변하게 된다. 암세포 1개가 1번 분열하면 2개가 되고 10번 분열하면 1000개가 되고 20번 분열하면 100만 개가 되고 30번 분열하면 10억 개가 되고 40번 분열하면 1조 가량 된다. 댐에 작은 구멍 하나로 홍수 나듯이 방심하면 암세포가 급속도로 활개 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100명의 명의를 지니고 있다
- 히포크라테스


우리 몸은 완벽하게 설계되어 있다. 완벽한 설계대로 자연스럽게 살면 되는데 우리 삶은 그렇지 못하다. 잘못된 식습관, 부족한 수면, 운동 부족, 만성 스트레스 등으로 우리 몸을 스스로 망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스스로 망치는 것을 본인이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암세포 30번 분열해서 10억 개 되는 시간은 5~20년 걸리는데 이 암세포 크기는 고작 1cm 정도다. 대부분 이 단계에서 암이 발견된다. 다시 말하면 5~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 몸에 정상 세포가 변형되고 암세포가 기하급수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고 있는 것이다. 자도자도 피곤하고 온 몸이 천근만근이고 불규칙한 식사에 인스턴트, 패스트푸드. 매일 술 담배에 쪄들어있는 삶은 우리 몸속 암세포를 무럭무럭 잘 자라라고 키울 뿐이다.


우리는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거나 인식하지 못한다. 인식하더라도 그때뿐이다. 병원이라도 가야 하는데 병원 갈 시간이 없다. 신호를 행동으로 변하기에는 계기가 부족하다. 흔히 아파야 정신 차린 다고. 나 역시 그랬다. 크게 아파보니 삶의 기준이 바뀌었다. 아프기 전까지는 내가 아닌 남의 얘기로만 들린다. 나 먹고살기도 바쁜데 남의 얘기 들어줄 시간이 있을까? 남 얘기 공감해줄 여력이 있을까? 남 얘기로 내 생활을 바꿀 용기가 있을까? 시간, 공감, 여력, 용기 문제가 아니다. 죽고 사는 문제다. 죽으면 다 필요 없지 않은가?


암은 잘못된 습관으로 생긴 병이다.
내 습관을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2014년 뇌종양 수술 후 종양이 제거됐고 완치됐지만, 나 스스로 예전 생활 습관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주 맥주는 끊었지만 기름진 고기 먹는 횟수가 점점 늘고 운동 횟수는 점점 줄어드는 나 자신이 보였다. 사실 암이란 병이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진 않았지만 잘못된 내 습관으로 생긴 병이지 않나? 점점 나태해지거나 나한테 관대해지면 재발이나 또 다른 암이 발병할 것은 분명하다. 2주간 <주마니아 자연치유 캠프>를 아내와 다녀온 이유가 있다. 나 스스로를 재정비하는 차원에서. 아내에게는 세 아이와 떨어져 있는 온전한 개인 시간 차원에서. 그리고 결혼 13년을 자축하는 두 번째 신혼여행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다녀왔다.


주마니아 자연치유 캠프 목적은 제대로 된 자연 치유 개념과 우리 몸의 이해를 통해 관념과 생각을 바꾸고 치유 적합적 생각 습관과 생활습관을 스스로 관리하고 개선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치유 청사진 수립을 통해 암 치유 전체 조건인 암의 공포와 불안, 초조함을 극복하고 자연 치유의 핵심인 지속성을 담보하여 종국에 치유를 이룰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함에 있다. (출처 : 주마니아 카페)


대부분 캠프 참가하신 분들은 올해 암 발병했거나 재발하신 분들이다. 그분들에 비해 우리 부부는 상대적으로 편한 마음으로 참가했지만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았다. 한분 한분 사연을 들어보면 평생을 열심히 착하게 살아오신 분들인데 암이라는 병을 얻게 되었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고무적인 것은 11박 12일 캠프를 통해서 모든 분들이 자연치유에 대한 확신이 들었고 '나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는 것이다. 지난 월요일부터 시작된 3차 캠프에 연속으로 참가하신 분들도 많다고 들었다.


암은 아무나 걸리진 않지만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다.
아침에 눈 뜨고 해지면 자고 삼시 세끼 잘 먹고 잘 싸고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고. 우리는 건강하게 사는 법을 알고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실천하지 못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지인들한테 5번째 MRI 결과를 알리고 많은 축하 회신을 받았다. 솔직히 내 건강보다 내 지인 건강이 더 걱정된다. 지금도 본인 몸 망가지면서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 후배들이 태반이다.  <태초 먹거리 학교> 로 유명하신 이계호 교수님은 자연스럽고 단순한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기본이 회복되어야한다. 부디 내 몸의 완벽함을 믿고 균형을 유지하자.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균형.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의 균형, 일과 휴식의 균형, 채움과 비움의 균형을 유지하자.


이 부족한 글을 읽고 단 한 명이라도 본인 습관을 관찰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이 글 의미는 충분하다.



p.s 삶의 계기. 뭔가의 변화, 정신 교육이 필요하신 분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제 1시간을 빌려드립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