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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무 Sep 17. 2024

비정상 귀농(2)

부동산 구하기

우리 땅은 맹지다. 

생산관리지역이고, 지목은 밭이었다. 마을에서 3km 정도 산길은 제대로 된 길이지만, 그 길에서 우리 땅으로 이어지는 약 70미터 정도의 길은 동네 주민이 소유한 사유지다.

맹지인만큼 땅의 가격은 좀 저렴했지만, 맹지라는 점은 큰 단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입을 결정한 건 맹지임에도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 땅과 붙어있는 다른 두필지의 땅에 다른 두 집이 살고 있었다는 점이다.

즉, 맹지임에도 이미 그 사유지를 거쳐서 와야 하는 땅에 이미 두 채의 집이 있었기 때문에 건축이 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에 구입을 결정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건축은 가능했지만, 솔직히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 땅을 구입할지는 모르겠다. 해당 사유지인 통행로를 관청에서 포장을 해주겠다고 했으나 땅주인이 거절하는 바람에 여전히 우리 집은 70여 미터의 비포장길을 달려야 올 수 있고, 그 비포장도로에서 작년 겨울에 전복사고가 나서 우리 차를 폐차했으니까.     

어쨌든 결론은 땅이 맹지인 경우, 확실히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방법이 있다면 구입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무리 준비를 잘하더라도 현실은 이론과 다르다. 이곳 사유지의 주인은 불필요한 텃세를 부리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는 없었지만, 세상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으니까. 땅주인이 길의 포장을 반대한 건 그 사람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부분이니 그 또한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땅의 면적은 300평 이상으로 하면 이점이 있다.

일단 집을 짓는 면적을 빼고, 농지 면적이 300평 이상이 돼야 농지원부 등록과 농업경영체 등록이 가능하고, 그에 따른 경제적인 이점이 몇 가지 있다.

우리는 경영체 등록은 하지 못했는데 – 이 부분은 관행농을 하지 않고 밭을 듬성듬성 자연농에 가깝게 사용하기 때문에 심사를 통과할 수가 없었다. - 농지원부만 등록하더라도 건강보험 할인 등 장점이 있다.

농업경영체까지 등록을 하면 비료를 싸게 살 수 있는 등 굉장히 많은 혜택이 있는데 그쪽은 우리 집의 관심사가 아니라 더 이상은 알지 못한다.

어쨌든 농지의 면적이 300평이 되는 편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토지를 구입할 때 방향 역시 잘 고려해야 한다.

우리 땅은 정동향이다. 해발 600미터 산의 정상에 가까운 땅이라 새벽이 되면 햇볕이 온 땅을 다 비춘다. 겨울에는 좋지만 여름에는 고역이다. 그래도 해가 들지 않는 땅보다는 낫지만.

동향이면 해가 일찍 뜨는데, 문제는 우리 땅 뒤에는 더 높은 산이 있어서, 해가 일찍 진다. 겨울에는 오후 3시가 되면 이미 땅에 그늘이 생기기 시작한다.

시골에서 해가 잘 들고 안 들고는 단순히 농사가 잘 된다 안된다의 문제를 넘어 여러 가지 자잘한 문제들을 가져온다.

해가 잘 들지 않으면 겨울에 굉장히 추운데, 겨울에 추우면 보일러가 얼고, 지하수 모터가 얼어버린다. 

강원도 우리 땅은 겨울에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데, 해마다 보일러가 얼고 있다. 아무리 대책을 세워도 집을 며칠 비우기라도 하면 여지없이 보일러가 얼어버린다. 하필 보일러실이 집의 뒤쪽이라 해가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집을 지을 때 고려했어야 할 부분이다. 물론 고려하지 못했다.

그러니, 최소한 볕이 잘 드는 땅을 골라야 한다. 햇볕이 잘 드는 거야 그늘막이라도 치면 막을 수 있지만, 볕이 안 드는 걸 잘 들게 할 수는 없으니까.     


땅의 경사도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 땅은 면적이 700여 평인데 경사가 심한 땅이다. 맹지인 데다가 경사도 심했으니 가격이 저렴할 수밖에 없었는데, 땅의 경사도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집을 짓든, 농사를 짓든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집을 짓기 위해 평탄화작업을 해야 하는 건 당연한데, 농사를 짓더라도 경사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우리나라처럼 집중호우가 있는 곳에서는 장마철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데, 이럴 때 경사가 있는 땅은 무섭게 깎여나간다. 설사 나무와 풀들이 있으면 흙의 쓸려 내림은 막을 수 있지만, 땅의 양분이 씻겨 내려간다.

매년 봄이 될 때마다 땅을 갈고(로터리 작업), 막대한 양의 비료를 투입하는 관행농을 할 생각이라면 상관없지만, 그렇게 매년 비료를 때려 넣을 생각이 아니라면 경사를 해결해야 한다.     

중장비의 힘을 빌어 축대를 쌓고 땅을 평탄화해야 하는데, 경사를 몇 단으로 할지. 한단의 면적은 어느 정도로 할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한번 공사를 하고 농사를 시작한 뒤, 이걸 바꾸려면 다시 모든 밭을 갈아엎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이걸 고려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곳으로 이사를 하고 나서 3년이 지난 즈음, 밭을 갈아엎고, 30여 그루의 나무를 다 뽑고 다시 심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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