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디자이너 모시기

스타트업과 디자인하기

by 류동석

필자는 D.Camp에서 스타트업 멤버들을 위한 UX멘토링을 하고 있습니다. 한 1년 반 정도 되었나? 이래 저래 다른 지인과 소개로 한 달에 10~20 팀 정도의 새로운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신기하게도 오가다 만나는 많은 분들이 있는데, 겹치는 질문이 있습니다. 스타트업 UX멘토링 중에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좋은 디자이너는 어디서 찾나요?'입니다. 사실 제가 제일 듣고 싶은 말은 '저희 일을 해주세요. 비용을 깍지도 않을 거고요, 믿고 맡기겠습니다~!'이지만, 그런 경우는 별로 못 봤습니다. (좌절.. 간혹 그런 분들이 있는데, 일이 훨씬 더 잘되고 결과에 대한 만족도도 서로 좋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현실에서는 잘 일어나지는 않구요.)하여간 '좋은'이라는 말 자체가 중의적이고, 기대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어려운 경우가 많게 됩니다. 필자가 좋아하는 '좋은 디자이너'는 '모든 면에서 균형감 있게 갖추어진 디자이너'인데, 본인도 그 기준에 맞는지 모르겠고, 정말 찾아보기 어렵더군요.


국내에서 대략 2만 명의 디자이너가 매년 대학에서 졸업한다고 합니다. 그중 UX 관련 지식을 습득하고, 이와 관련한 업무를 하는 사람은 대략 10~20% 정도가 되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이렇게 많은 학생이 졸업하지만, 졸업한 디자이너가 현업에서 '무리 없이' 혼자 일을 다 한다는 것은 쉽지 않죠. 프로젝트 성격 규명, 시장분석, 경쟁 현황 분석, 사용자 경험 관점 정리, 디자인 전략 수립, Branding, IA*, 아이콘, Visual Design, Guideline, Motion, Publishing, Communication, Video Chooting & Editing, 개발 진행, QA 대응 등 층층이 단계별로 많은 분야가 있는데, 몇 가지 분야는 수준급으로 할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분야를 커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멘티의 팀에 따라서 질문의 의도는 항상 다릅니다. 현재 개발하는 서비스의 그림을 잘 풀어낼 IA를 잘 만들어주는 사람을 원하는 경우도 있고, 어느 정도 기획적인 내용은 만들었는데, 서비스 품질이 전문적인 손길이 닿은 것처럼 좋게 보이도록 GUI**를 완성해 줄 사람을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현재 브랜딩이 엉망이라 회사 브랜딩을 개선해 줄 사람을 찾는 경우도 있고, Motion Effect를 완성해야 하는데, 잘 안되어서 마무리해 줄 사람을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가 많은 건 인지하는데, 좋은 그림이 필요한지, 촬영 영상을 기획하고 잘 찍어줄 사진작가가 필요한지, 또 어떤 경우는 자신이 어떠한 디자이너가 필요한지 몰라, 그냥 무엇이든 일임하고 싶으니, 어떤 일이든 잘 해결해 줄 수 있는 슈퍼 디자이너를 찾아 달라는 경우도 있네요.


디자인의 세부 분야는 너무 많아, 선뜻 한 명의 디자이너가 모든 것을 다 잘하기 어려워, 요즘에는 팀, 또는 에이전시를 찾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근본적으로 디자이너를 찾는다는 것은 사람을 찾는 것이고, 마음이 맞는 누군가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에는 분명하죠? 무슨 분야들 안 그렇겠습니까?


하지만, 정말 스타트업에서 열정을 같이할 디자이너를 찾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까요? 스타트업에서의 MVP***정도의 내용만 완성하려 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구구 절절히 세세한 조건들을 늘어놓으면, 너무나 많겠지만, 권하는 경력이나 자질을 하나만 참고하라고 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의식을 가지고 진행한 실제 상업화된 디자인 프로젝트가 5건 이상 된 사람과 일해 보세요."라고 이야기할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의 개수가 2개 미만으로 적은 경우, 어떤 경우는 운이 좋았을 경우도 있고, 멘토가 좋았을 수도 있습니다. 지속적인 여러 건의 프로젝트에서 좋은 경험과 결과를 내놓는 것은 외부적인 것보다는 스스로의 선택과 집중, 균형감이 있지 않고는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몇 건의 지속적인 프로젝트를 했던 경험은 중요하다. 한두 번은 운 일지 몰라도 지속적이면 실력이지 않을까요?


또, 결과물에 대해서 상업적인 피드백을 받아서 소비자에게 평을 받고, 돌아볼 시간과 경험을 가지는 것도 필요합니다. 프로젝트의 개수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사용자로부터 받은 피드백의 경험은 차후 새로운 프로젝트 진행하는 중 디자인 의사 결정하는 과정에서 좀 더 신중하게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경험의 토대가 됩니다.


이외에도 적극성, 상황 판단, 회의 참여, 학습에 대한 열정, 빠른 학습력, 협업 정신, 타고난 미적 감각, 훈련된 상업적 미적 감각, 헌신 등 일반적으로 말하는 다양한 필수 조건이 있긴 하나, 빠르 건 느리 건 여러 번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본 경험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참, 그리고 다른 면에서 아셔야 할 것은, 디자이너도 사람이고 디자인 서비스업을 하면서 수입을 얻고 생활을 합니다. 능력이 좋은 사람은 그에 합당한 생활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러려면 당연히 적절한 비용이나 다른 보상이 있어야 하는데, 스타트업 그리고 심지어 중견 기업까지 이러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자금이 없으니, 싼 비용으로 좋은 결과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무조건 깎는 것에 익숙해지신 분들이 많습니다.


디자이너와 일하는데 비용 협상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터무니없는 가격이 아니라면, 그냥 하시는 것이 나중에 훨씬 더 많은 사항을 요구할 수 있고, 결과물도 책임감 있게, 좋게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