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를 듣고 안똔이 쓰다.
바람을 피우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과) 한 이성에만 만족하지 않고 몰래 다른 이성과 관계를 가지다.
-표준국어대사전
바람의 역사는 연애의 역사보다 깁니다. 최소한 위의 정의대로라면 말이죠. 연애란 근대에 태어난 애정의 한 양식이고, 그것이 동아시아에 소개된 것은 모단뽀이와 모단걸들의 시대, 20세기 초에 이르러서였습니다. 반면 모세는 시나이 산에서 간음하지 말라는 십계명을 받았고, 처용은 동경 달 밝은 밤에 잠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었죠. 또 역신하고도 바람이 나는 판에 굳이 바람을 이성 관계에만 국한시킬 이유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바람의 세계란 유장하고도 심원한 법이지요, 관세음보살.
아직도 인터넷은 홍상수와 김민희의 이야기가 한 번 나왔다 하면 시끄러워집니다. 왈가왈부는 차치하고, 어쨌든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사랑은 일대일의 독점적이고 공인된 관계여야만 한다고 믿는 형국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도, 사랑이 반드시 타인의 인정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제 연애에 있어서는 일대일의 독점적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상호 독점하는 것이 로맨틱하고 정신적인 것이든, 섹슈얼하고 육체적인 것이든 말이죠.
다만 저는 일대일의 상호 독점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것이 반드시 비도덕적인 일이라 보지는 않아요. 비유하자면, 이것은 차라리 코스 요리와 뷔페 식단 사이에서 개인이 선호하는 것이 어느 편인지에 관한 기호와 취미의 문제입니다. 사랑을 특정한 낭만적 일대일 관계에만 못박아두고 그 틀을 벗어나는 모든 관계들을 힐난하는 일은, 글쎄요, 논의를 극단적으로 밀고 나가자면 15년간 최민식을 가두어두고 군만두만 먹이는 것과 비슷한 면이 없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자기 취향따라 사랑하고 살겠다는데,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한 이성에만 만족하지 않"는다는 형식적인 지점이 아닐 거예요. 무엇이 바람을 바람이게 만드느냐 물으신다면, 저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코스 요리 좋다는 사람을 합의도 구하지 않고 뷔페로 데려가면 그게 바람인 거 아닐까요. 사실 합의만 된다면 뷔페 그 이상은 또 뭐 안 될 게 있겠습니까. (저는 뷔페는 감당이 안 돼서 웬만하면 그냥 일품정식 먹겠습니다, 아멘.)
붉은입들의 아무말 대잔치, 레드립은 이번 팟캐스트에서 바람을 다뤘습니다. 사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몰래 진행된다는 점이 바람의 묘미이긴 합니다. 관계에서의 미적 쾌감 자체를 뭐라 할 생각은 없어요. 다만 걸렸을 때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질 심정적 대비는 하고 계시는 편이 좋을 거예요. 어쨌든 인간에 대한 예의의 문제 아니겠습니까.
수,금 늦은 10시에는 '붉은 입들의 아무말 대잔치! 레드립!'
팟빵: http://www.podbbang.com/ch/13432?e=22238378
유튜브: https://youtu.be/iK7wn0VBb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