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캠퍼스 파동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16화를 듣고 위키가 쓰다.

by 백윤호


팟빵: http://www.podbbang.com/ch/13432?e=22266747




학생들의 시흥캠퍼스 투쟁: 암울한 전망


시흥캠퍼스 파동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총학생회는 지난 4월 4일 학생총회 결의를 통해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전면철회 기조를 재확인하고 성낙인 총장의 퇴진까지 추가로 내걸었습니다. 부총학생회장은 항의단식을 하다 응급실에 실려갔습니다. 대학당국의 제명 등 중징계 압박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4월 말부터 총장실 앞에서 행정관 1층에서 또 2층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투쟁의 성실성과 별개로 현실적으로 판단했을 때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물리기는 어려운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방송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실시협약의 핵심은 토지·건물·현금의 증여계약인데, 민법 제555조의 반대해석에 따라서 서면(書面) 증여계약은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각 당사자가 이를 일방적으로 해제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대법원 1989. 5. 9. 선고 88다카2271 판결 등)


다만 당사자 전부가 합의하여 해제할 수는 있는데, 계약의 명목상 주체인 특수목적법인 배곧신도시특성화타운 그리고 배후에 있는 실질상 주체인 시흥시와 주식회사 한라가 합의를 해줄리가 없습니다. 시흥시 입장에서 시흥캠퍼스는 주요 공약사업이요 배곧신도시의 핵심이었기 때문이고, 그리고 주식회사 한라 입장에서는 시흥캠퍼스가 들어온다고 홍보하여 아파트를 팔아치웠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배곧신도시를 추진한 시흥시장과 시흥을 국회의원은 이제 여당입니다.


학생들의 우군도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법인 정규직들은 지난해 12월부터 학생들에게 점거 해제를 종용하였고 이제는 수 차례 점거 진압에 동원되어 학생들과 충돌하는 바람에 감정적으로 상당히 격앙되어있습니다.


이제 교수사회를 살펴봅시다. 보직교수들이야 대학당국을 대변하는 사람이니까 애초에 우군이 될 수 없다 쳐도, 평교수들조차 시흥캠퍼스 건설을 묵인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까닭은 알 수 없지마는 몇 가지 추론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이 체결된 이상 대외신인도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득된 면이 크지 않을까 합니다. 두 번째, 시흥캠퍼스에 교수아파트 등이 추가로 건설되면 덕을 볼 수 있음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세 번째, 교수 대다수의 봉급은 사실상 국고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시흥캠퍼스가 만들어지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신의 삶에 중대한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것도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봅니다. 네 번째, 시흥에서 강의를 만약 한다면 해당 문제는 새롭게 임용될 젊은 교수나 시간강사로써 해결하든지 그도 아니면 나중에 결정하자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학생사회가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협상에 전면적으로 나서는 것입니다. 물론 협상의 최적기는 지난 겨울이었을 것입니다. 당시에는 학생들이 행정관 전체를 점거하고 있었으므로 협상력이 높았을 뿐만 아니라, 대학당국과 학생사회 간에 간헐적인 물리적 충돌이 있기는 하였으나 그것은 ‘부분적’이어서 서로의 감정이 크게 격앙되어있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학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았습니다. 4월 4일 학생총회를 통해 성낙인 퇴진의 깃발이 올라왔고, 5월 1일 이후로 부분적으로나마 행정관을 점거함으로써 최소한의 협상력을 확보하였기 때문입니다. 성낙인 총장을 위시한 대학당국에 파동의 근본적 책임이 있고 그것은 자체로서 총장의 퇴진감임을 널리 설득할 수만 있다면, 대학당국의 중징계나 형사고발 압박 또한 역으로 ‘야만성’ 내지 ‘적반하장’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 내의 분규가 시흥캠퍼스 뿐이 아니라는 것도 학생들에게 호재로 작용합니다. 법인직원들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을 포함한 비롯한 각종 처우에 있어서 차별을 받는 비정규직 비학생조교들은 개선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습니다. 이들과 대학당국 간의 단체교섭은 결렬되었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또한 중지되어 오는 15일 월요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갑니다. 서울대학교의 연관기구—독립법인이지만 사실상 부속기구입니다—인 서울대학교생활협동조합의 현장노동자들 또한 만성적인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수십 년 시달리다가 본격적으로 투쟁에 나섰습니다. 이곳은 단체협상이 사실상 결렬되었기 때문에 조만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에 돌입하며, 만약 여기에서도 해결을 보지 못한다면 파업에 돌입할 수 있습니다. 식당과 매점이 운영을 멈출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교수 성낙인은 국가의 정치제도와 인민의 공권을 논하는 헌법학을 근대정치혁명의 상징 프랑스에서 전공했습니다. 또한 총장후보 성낙인은 2014년 총장선거 당시 대학의회의 설치를 비롯한 대학의사결정구조의 개혁을 약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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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의원회를 대학의회로 확대 개편:

교수·학생·직원·동문·주민·정부인사 등이 참여하는 대학의회의 구성.

다양한 의견수렴 문호의 개방:

총장과 직접 연결되는 핫라인 구축. 고충처리를 위한 대학옴부즈만의 설치. 신진교수 의견수렴기구 설치 등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행정에 적극 반영.

성낙인 당시 총장후보의 선거응모서류 중 발전계획서(2014. 3. 1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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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에서도 수차례 이를 공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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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위원: …지금 학생대표가 모든 각급 기구에서 다 빠져 있다고 하는 것은 법인화 이후에 서울대학교가 더욱더 폐쇄화됐고 민주성이 후퇴됐다 이것을 말해 주고 있는 거잖아요. … 학생대표 바로 넣을 수 있도록 정관 개정이랑 이것 관련된 각 규정들을 개정하시겠습니까?

성낙인 총장: 예, 노력하겠습니다.

김태년 위원: 그것은 개정하신다는 얘기인가요?

성낙인 총장: 예.

김태년 위원: 언제까지 하실 건지 계획서를 주시고요.

대한민국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2014년 국정감사 회의록(2014.10.23., 132면)

주무열 회장: 2014년 국정감사에서 여기 계신 위원님들께서 서울대학교의 구조, 협치, 거버넌스 구조에 대해서 많은 질의를 해 주셨습니다. 평의원회에 학생이 참여하는 것, 그리고 총장 선출 과정에 있어서 학생들이 그곳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기서 많은 질의를 해 주셨는데요.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어느 하나도 변한 것이 없고 그저 추진 중이라는 말만 듣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그것은 국회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을 합니다.서울대학교, 국가의 예산을 받고 운영하는 기관이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또 지금 이 순간에 지적을 받는다 하더라도 저희는 마찬가지로 그것이 이행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여기 계신 위원님들께서 더 강하게, 더 혹독하게 질책해 주셔서 서울대뿐만이 아니라 모든 고등교육기관의 거버넌스에 힘을 보태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도종환 위원: … 협치 문제를 학생이 얘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약속 이행.

성낙인 총장: 그 문제 저희들 미흡한 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 그러나 평의원회 같은 경우에 학생들이 지금 참관하고 있고 이런 실정인데 좀 더 강화돼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2015년 국정감사 회의록

(2015.10.06., 70-7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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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고 서울대학교의 민주적 운영은 오히려 후퇴하는 모양새입니다.


민주적 대학사회를 위한 초석으로서 학생들의 투쟁


시흥캠퍼스 파동을 둘러싼 대차대조표를 지금까지 학생의 관점에서 살폈습니다. 시흥캠퍼스로만 학생들의 투쟁을 국한하자면 암울합니다. 시흥캠퍼스는 현실적으로 내줄 수 밖에 없고, 학생들이 다할 수 있는 최선은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투쟁이 시간을 끌어오면서 역설적으로 서울대학교의 적폐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만약 투쟁의 범위를 서울대학교의 민주적 운영으로 확대한다면 분명 승산이 있을 것입니다.


대학당국에 맞서는 주요 투쟁주체로서 학생이 앞으로 제시할 수 있는 목표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대학의사결정구조의 개혁이 있을 것입니다. 성낙인 총장의 비밀리 실시협약 추진은 학내 인사가 완전히 배제되어있는 이사회 구조와 학생이 전면 배제 되어있는 학내 각종 심의기구 구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의 당면목표는 주요 의사결정기구―이사회·평의원회·학사위원회·재경위원회―등에 의결권자로 적어도 참관권자로 들어가는 것으로, 최종목표는 학내구성원을 중심으로 하는 ‘대학의회’가 이사회를 대체하는 것으로 설정하면 적절할 것입니다.


두 번째, 총장선출구조의 개혁이 있을 것입니다. 이 또한 중간목표는 간선제에의 학생 개입을 최종목표로는 직선제 개혁을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 번째, 서울대학교 내 노동문제의 해결입니다. 즉 서울대학교의 노동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총장이 직접 발령하고 노동강도에 맞게 호봉제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성낙인 총장 체제의 조기종결은 전술한 세 가지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전술 차원의 카드로 쓸 수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는 대학을 운영하는 전국의 관계자들에게 목표로 작용한다고들 합니다. 일단 서울대학교의 기준을 따라가고 보자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목표가 되는 기준이 참으로 처참합니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투쟁이 성공하여 한국 대학의 민주적 운영에 있어서 전기를 열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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