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독 같이 하실래요?
에리히 프롬이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했던가.
건강하고 행복한 가족이 되기 위해서도 배워야 한다
"처음 본 교수님께 나름 용기를 내어 커피를 권하였는데 거절하셨잖아요. 무아하게 종이컵을 들고 있던 그 순간 갑자기 명치 깊은 곳에서 오래된 아픔이 도지는 것을 느꼈어요. 여러 가지 감정이 한꺼번에 올라왔어요. 과거 부모님한테 받았던 상처였죠"
비교적 냉담한 부모 아래서 자란 그는 어린 시절부터 무언가 요구할 때마다 대부분 거절을 당하곤 했다는 것이다. 그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던 거절의 상처는 부모에게 느꼈던 실망과 분노 그리고 억울함을 그대로 나에게 투사하게 만들었다. 내가 거절한 커피 한잔이 이 학생에게는 과거의 상처를 덧나게 하는 기폭제가 된 셈이다(15페이지)
"당신은 어렸을 때 상처받거나 좌절하면 누구에게 먼저 달려갔습니까?
내가 내담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 대개 눈이 동그래진다.... 잠시 머뭇거리던 내담자들이 내놓는 가장 많은 대답은 "아무한테도 안 갔어요"라는 것이다... 부모님에게 말하려고 했지만 그분들이 없어서 또는 너무 바빠 보여서 말할 수 없었다는 대답도 많다. 사람들은 힘들거나 괴로울 때 가장 가깝고 믿을 만한 사람에게 의지한다. 그 사람을 통해 위로와 확신을 얻는 것이다. 의지하는 대상이 꼭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에게 속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29페이지)
때론 '접촉'이 어떤 해결방법보다 나을 때가 있다. 상처받은 개인과 가족을 상담할 때 가족치료사인 사티어는 신체 접촉을 권한다. 이유 없이 동생을 괴롭히던 아이의 부모에게 사티어는 몸으로 놀아주고 마사지를 해주라고 하였다. 3주 후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서로 다투던 부부에게도 하루에 20분씩 손과 발을 마사지해주고 5분간 손을 잡은 채 서로의 눈을 바라보게 하였다. 그 부부 또한 서로를 원수 보듯 하던 관계가 달라졌다. 우리에게도 따뜻한 신체 접촉이 필요한 건 아닐까(37페이지)
신체 접촉은 뇌의 접촉이고 뇌의 접촉은 결국 마음의 접촉이다. 마음과 소통하게 해주는 몸의 접촉은 우리 몸에 각인된 트라우마의 기억을 해체시키고, 치유해 주며 회복력을 돋우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온다(41페이지)
박 씨는 늘 아내로부터 '가족에 대해 무관심하고 자기 세계에만 빠져있다'는 타박을 들었다. 박 씨는 어린 시절 가족 가운데 어머니와 유독 친밀했던 사람이 자신이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어머니와 본인 사이가 어떻게 깊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했을 때 박 씨는 눈만 끔뻑거릴 뿐 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박 씨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대답해다.
"비록 어머니는 사랑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저를 사랑하셨어요"
박 씨에게 사랑의 환상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나는 다시 현실의 문제를 물어봤다.
"그럼 당신은 아내나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나요?"
"표현하지 않아도 알 수 있지요. 저는 결혼 전이나 지금이나 아내를 믿고 사랑해요. 우리 사이에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깊은 애정이 있어요. 그런 걸 꼭 말로 표현한다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요?"
박 씨가 아내와 아이들이 원하는 따뜻한 말, 사랑스러운 포옹, 가끔씩 하는 소박한 외식 같은 간단한 실천을 하지 못하는 원인이 그의 지속된 환상 때문이었다(54페이지)
가족 문제의 세대 전수는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보웬은 문제에 직면한 사람들은 어린 시절의 가족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결혼생활이 어릴 적 부모의 생활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지, 화가 나면 침묵하고, 불같이 성질을 내고, 비꼬는 말투로 응수하고, 욕설을 하고, 남과 비교하고, 협박투로 말하는 등 부모가 했던 행동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지는 않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당시 아이로서 경험했던 공포, 수치심, 분노, 무력감 등을 직면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기도 모르게 나타나는 어린 시절 익숙했던 행동들이 자녀와 배우자에게도 자신이 아이 때 느꼈던 비참한 감정을 심어주고 있음을 깨닫고, 그런 경험을 누구에게도 물려주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야 한다(65페이지)
상처를 경험한 사람들은 자신의 상처를 떠오르게 하는 기폭제를 피하려고 한다. 상처를 부인하거나 억지로 만회하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불행이 반복된다. 어린 시절 상처를 직시하면 그 속에 상처 입은 내면 아이가 있다. 내 느낌, 내 분노를 직시해 보자. 내 안에 어떤 감정과 욕구가 있는지 인식하면서 공감을 하는 것이다(90페이지)
건강하고 행복한 가족이 탄생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결혼한 두 남녀가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독립하고 분리되는 것이다... 분리와 독립은 부모가 자녀를 떠나보낼 때 가능하다. 부모로부터 분리와 독립할 때 그 열쇠는 부모가 쥐고 있는 것이다(102페이지)
가족 시스템은 하나의 유기체와 같이 서로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가족의 위기와 갈등을 한 구성원에게서만 문제를 찾을 수는 없다. 문제가 심각해져서 상담실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대개 가족 문제의 원인으로 한 사람을 명확히 지목한다.
"우리 집은 아빠가 문제예요. 아빠만 변하면 다 돼요"
그러나 상담을 계속하다 보면 아빠와 더불어 갈등을 계속하고 있는, 즉 맞장구를 치고 있는 다른 식구의 존재가 드러난다(110페이지)
아기 머리맡에 걸어둔 모빌, 모빌 조각 하나를 손가락으로 툭 건드려 보자. 분명 한 조각을 건드렸을 뿐인데 모빌 전체가 흔들린다. 가족 또한 모빌처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살아간다. 가족의 문제와 갈등이 어느 하사람의 탓이라기보다 가족 환경에 기인했을 수도 있다(113페이지)
한국 축구가 4강까지 오른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나는 독일에 있었다. 라디오 방송에서 한국 축구의 성공요인을 분석한 한 스포츠 기자의 해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는 한국의 성공 원인을 히딩크의 리더십에서 찾았다. 히딩크에게 발탁된 대표적 선수가 박지성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오랜 관행을 끊고 히딩크는 오직 실력 중심으로 팀을 재편하였다. 월드컵 한국 4강 진출의 마법은 이처럼 시스템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가족의 변화도 마찬가지이다. 문제를 구성원 한 사람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닌 가족환경을 변화시키고 가족 전체를 체질 개선할 때 가족은 변화할 수 있다. 이런 체질 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관행적으로 유지해 오던 관계와 소통의 방식을 변화하는 것이다(115페이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의 안정과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아간다. 노력할 뿐만 아니라 그들은 자신의 삶이 안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착각인 경우가 종종 있다. 분명히 무언가 있고 그 때문에 불안과 긴장이 느껴지지만 함부로 표현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어떤 일이 가족 내에 존재할 때, 심리학에서는 그것을 '가족 비밀'이라고 말한다
가족 비밀이 존재하는 가정은 건강할 수가 없다. 자녀들은 가족의 비밀에 대해 어렴풋이 감지하는 바가 있지만 집안 분위기는 이를 부인하거나 모르는 체할 것을 암묵적으로 강요한다. 이것은 감정의 마비를 강요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작용한다... 가족 비밀로 인해 의심, 불안, 분노, 슬픔, 무기력 등 다양한 부정적 감정이 발생하지만 정작 이를 표현할 수 없다 보니, 이런 가정의 아이들은 정서적 한센병에 걸린다. 혼란스럽고 감당할 수 업슨 감정을 부인하도록 요구받으면서 차츰 감정의 감각이 마비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잊히는 것이 아니다. 가족들 안에 수치심과 죄책감의 모습으로 살아남는다(119페이지)
"왜 아빠가 여기서 주무시는 거죠"
아버지는 심한 알코올 중독자다. 그러나 어머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지 못한다.
"아빠가 너무 피곤하고 힘드어서 그런 거란다"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자란 아이는 부모가 요구하는 대로 생각하고 느끼는 법을 배운다. 현실을 왜곡하는 행위는 지성적으로 가해지는 학대다. 이렇게 지적으로 학대당한 경험이 있는 아이는 어른이 되어 자신의 판단으로 내리는 모든 결정에 대해 불안감을 갖기 쉽다. 늘 생각과 감정을 부정당해 왔기에 자신의 새각에 확신을 갖지 못한다(120페이지)
왜 이런 가족의 비밀이 존재하는가? 가족 비밀은 현재의 가족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즉자적 대응이다. 현실을 인정하는 순간 언제 닥칠지 모를 가정의 변화를 두려워하여 가족으로 하여금 고통스러운 사건이나 문제를 부인하게 만든다(123페이지)
가족의 비밀을 인정한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작업이지만 그 진실을 마주할 때에만 해결의 실마리가 풀린다(125페이지)
"어린 시절 생존하기 위해 부모의 사랑이 필요했다면, 성인에게는 주변의 인정이 필요하다"
캐나다 출신의 정신분석가로 현대 심리상담의 대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에릭 번의 빛나는 통찰이다(127페이지)
부무와 아이의 진실한 만남을 이어주는 '붙들어주기 요법'을 창시한 이리나 프레코프는 아이들과 사이가 좋은 아빠는 단순히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다정한 아빠가 아니란다. 무엇보다 아내와 사이가 좋은 아빠라고 말한다. 아이들의 영역은 엄마의 영역에 속한다. 아빠가 아이들과 사이가 좋으려면 이것을 암묵적으로 지지해 주는 엄마가 있어야 한다(129페이지)
부부는 여러 가지 이유로 수없이 다투지만 실제 다투는 숨은 동기는 누가 더 힘을 가질 것인가에 있다... 내가 잘 알고 지내는 한 부부는 결혼 후 지금까지 6년 동안 싸우지 않은 날이 거의 없었다... 이 부부가 자주 다투었던 근원적인 이유는 가정에서 누가 더 권력을 행사할 것인가 하는 파워게임에 있기 때문이다... 애정결핍보다 권력의 파워게임이 더 큰 위협요소라는 것이다(129페이지)
문화 연구가 르네 지라르는 인간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원초적인 수단이 바로 '희생양 메커니즘'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한 사회 안에 불안, 불만과 갈등이 일어났을 때 가장 적은 대가를 치르고, 일시적으로 가장 높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응책은 누군가 또는 일부 소수자들에게 문제의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이다... 인간의 가장 작은 사회 단위인 가족 안에도 이러한 메커니즘은 존재한다(138페이지)
가족 희생양은 가족 중 한 사람의 희생으로 가족 구성원 전체가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을 일컫는다. 가족 희생양의 원인은 대체로 부부 갈등이다. 부부갈등의 회피 수단으로 희생양이 만들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139,142페이지)
문제아로 지목된 자녀는 가족 안에 야기되는 긴장과 불안에 극도로 예민해져서 식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더욱 비난받을 짓을 하는 식으로 반응한다. 역설적이지만 문제아는 나쁜 짓을 함으로써 가족이 느끼는 고통과 분노를 자신에게 돌리게 만들어 가족의 결속을 이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족은 희생양의 역할을 통해 일시적인 평화와 안정을 갖지만 가족 희생양이 된 자녀는 죄책감과 열등감 그리고 높은 불안감을 피할 길이 없다... 희생양을 제외한 다른 자녀들은 전혀 방해받지 않고 어린 시절을 마음껏 누릴 수도 있다(139페이지)
희생양이 된 자녀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겁이 많은 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부모의 고통스러운 상태를 재빨리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하고, 죄책감을 과도하게 갖고,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만큼 겁이 많고 조화를 갈구하는 아이인 경우가 많다(140페이지)
어떻게 하면 가족 희생양의 역할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먼저 과감하게 등에 업고 있는 불안과 책임감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145페이지)
부모가 자녀에게 베푸는 사랑은 아무런 기대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이어야 한다(153페이지)
텔레비전 속에만 삼각관계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가족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삼각관계가 있다. 자녀나 타인을 끌어들여 부부관계를 안정시키고자 하는 유형을 가족 심리학자 보웬은 '삼각관계'라고 칭했다. 삼각관계에 낀 자녀는 자라서 가정을 꾸렸을 때 자신의 가족을 지긋지긋하게 생각하거나 가족을 떠나려는 경향이 있다. 가족이 힘이 아니라 짐이라고 느껴지면 삼각관계에 끼어 있었던 건 아닐까(167페이지)
보웬은 부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자녀를 끌어들이는 부부는 자아 분화가 낮은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삼각관계는 직접적인 대결을 일시적으로 회피하려는 심리에서 만들어진다(168페이지)
삼각관계 속에서 자녀는 부모의 대리 배우자 역할을 맡게 되기도 한다. 부부간에 갈등이 발생하고 분노, 원망, 우울 등을 느끼면서 부부는 자녀를 배우자의 자리에 세우고 배우자를 대신해서 위로를 받으려 한다. 자녀를 통해서 일시적인 위로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나 그 대신 자녀는 다시 돌아오기 힘든 강을 건널 수도 있다. 삼각관계에 편입되면 자녀는 더 이상 자녀로서 존재하기보다 부부 갈등을 담당하는 한 축이 되고 정서적 불안상태에 놓인다(171페이지)
건강한 가족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삼각관계를 지양해야 한다. 삼각관계는 부부갈등을 터뜨려서 풀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여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족 구성원 사이에 희생양을 양산할 뿐이다(173페이지)
독일을 대표하는 가족상담사로 '트라우마 가족치료'모델을 만든 버트 헬링거는 멋지고 매력적인 남성들에게는 일정한 공통점이 있다고 밝힌다. 매력남들은 대개 아버지와 좋은 과계를 유지하며 아버지를 존경하면서 한편으로는 무의식적으로 이런 아버지를 뛰어넘고 싶은 열망을 지닌다. 이런 존경과 열망은 아들에게 사회적 성취동기를 제공하며 유연하고 풍부한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을 길러준다. 아버지와 좋은 관계를 맺음으로써 얻은 신뢰와 안정감이 아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이런 매력남들은 또 가까운 사람들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깊이 있는 우정을 쌓는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며 관계를 소중히 여길 줄 안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진실하며 주변의 기대에 맞추려고 거짓이나 허세로 포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남자는 특히 성장기에 아버지와 맺는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런데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맺기에서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아들이 아니라 아버지다(176페이지)
언젠가 때가 되면 아들은 아버지를 넘어서는 법을 터득하므로 당장 가르치려 하기보다 공감하고 지켜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들과의 게임에서 내가 마음속으로 정한 규칙이 하나 있다. 팽이놀이, 축구놀이, 레슬링 등 온갖 놀이를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항상 아빠가 져준다는 것이다... 적당히 리드하거나 팽팽한 접전인 것처럼 게임을 운영하다가 마침내 결정적 순간에 져 주어야 한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져 주는 것은 무능하고 부족해서가 아니다. 언젠가 다가올, 아들이 진짜로 아버지를 넘어설 순간을 위해 적극적으로 아들을 돕는 것이다(181페이지)
현재의 감정이나 행동은 과거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받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나 결핍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192페이지)
모든 인간에게는 건강한 나르시시즘, 즉 자기애가 필요하다. 자기애는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기분 좋은 느낌을 갖는 상태를 뜻한다. 자기애는 유아기 부모에 의해, 특히 어머니를 통해 형성된다... 엄마가 웃으면 아기는 자신이 사랑스러운 존재라고 여긴다. 엄마가 안아주고 달래주면 아기는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낀다. 엄마가 아기의 욕구에 반응을 보여주면 아기는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고 인식한다. 그러나 엄마가 웃지도, 안아주지도 않고 달래주지도 않고 사랑해 주지도 않는다면 아기는 자신을 무가치한 존재로 느낀다(205페이지)
1995년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건물 잔해 사이에서 17일 만에 구조된 박승현 씨의 사례는 자기애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당시 열아홉 나이의 앳된 승현 씨였다. 그 충격의 현장에서 몸조차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갇혀 17일 동안 빗물로 목을 축이며 연명하다가 기적적으로 구조된 것이다. 한 기자가 승현 씨에게 어떻게 그 힘든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는지 물었다... 그렇게 버티게 한 힘은 어린 시절 행복했던 추억들이었다고 대답했다. 가족들과 떠난 여행, 함께한 행복한 시간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어 죽음의 공포를 이겨냈다고 말했다. 어릴 적 부모에게 받은 따뜻한 사랑과 함께한 즐거웠던 순간은 살아가면서 겪을 두려움과 슬픔을 이기게 하는 소중한 힘이다. 그리고 이것이 자기애를 형성하는 근원이기도 하다(206페이지)
좋은 엄마 아빠란 '자기 자리'를 충실히 지키면서 최선을 다하는 괜찮은 엄마 아빠를 말한다. 완벽하기보다는 때로 실수하지만 잘못을 수정할 수 있는 부모이다(209페이지)
프랑스의 신경정신의학자이며 대표적인 트라우마 연구가 보리스 시륄니크는 어린 시절 자기애와 자존감이 상처 입었다고 하더라도 때로 따뜻한 사람을 만나 회복되기도 한다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 주장한다. 그는 어린 시절 유태인 강제수용소에서 부모를 잃고 고아로 힘들게 살았지만 주변의 따뜻한 시선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쓴 <불행의 놀라운 치유력>에서 근거를 통해 이 사실을 밝히고 있다(212페이지)
성인이 된다고 하는 것은 '내가 이 세상에 혼자 있다'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부모마저도 '내가 아닌 남'이라는 인식이 그 출발점이다. 이 사실을 깨달은 사람은 자기 스스로를 책임지기 시작한다(216페이지)
인간의 뇌가 가장 기쁨을 느낄 때는 다른 사람과 소통을 나눌 때라고 한다. 특히 상대방과 눈을 마주 보면서 소통을 할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 역으로, 인간이 불행을 느끼는 것은 소통이 단절되고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고 소통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하물며 가족 안에서조차 소통이 단절되면 이는 마음의 병까지 야기한다(224페이지)
부모와 자녀 사이에 깨어진 소통을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은 경청이다. 내 생각을 잘 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소통의 출발이다. 우리는 평소 얼마나 자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과연 자녀가 이야기할 때 하던 일을 멈추고 눈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쓸데없는 말을 한다고 묵살하지는 않았는가. 언제나 내 말을 하려고, 내 생각을 전하려고 하지는 않았는가.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훈계하고 소리치지 않았는가. 아이들에게는 훈계하는 부모보다 경청하고 성찰하는 부모가 필요하다(227페이지)
하지만 나는 너무나 오랫동안 아버지가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한 번도 표현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내가 경험한 아픔은 사랑과 애정의 결핍이 아닌 소통의 문제였다... 사랑은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포옹을 통해 전달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229페이지)
진실한 소통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것이다. 내가 사랑한다는 것을, 화가 났다는 것을, 부끄럽다는 것을, 외롭다는 것을, 힘들다는 것을 다른 부정적인 감정으로 덧칠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230페이지)
"얘야, 내가 저녁을 준비할게. 너는 좀 쉬어라"
"아냐 엄마, 나 피곤하지 않아요. 제가 할게요"
"아니다. 직장 일이라는 게 좀 신경 쓰이니. 텔레비전이라도 보고 있어라"
그렇게 대화가 오고 가다 엄마는 저녁을 준비하고 딸은 텔레비전을 보았다. 시간이 지나 엄마가 준비한 식탁에 마주 앉는다. 그런데 식사가 끝나갈 무렵 엄마는 작게 혼잣말을 한다. 예기치 않은 엄마의 푸념이 딸의 가슴을 후벼 판다
"에고, 내 팔자야. 내가 이 나이가 되도록 언제 가지 집안일을 해야 하니! 아이고 나도 참 지지리 복도 없지"
"......."
엄마가 해준다고 해서 쉬고 있던 딸은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한 대상에 대해 애정과 증오, 독립과 의존, 존경과 경멸 등 상반되는 감정을 동시에 갖는 양가감정이 드러나는 소통을 이중 메시지 또는 이중 구속이라고 한다(232페이지)
그레고리 베이트슨은 가족의 혼란된 소통방식이 정신분열증을 발생시키는 한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화를 할 때 상대방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보통 한 개여야 하는데 두 개 이상, 그것도 상반된 메시지를 보내면 상대방은 혼란에 빠지게 되고 더 나아가 정신분열증까지 유발할 수 있음을 규명한 것이다(233페이지)
이중 구속에서 벗어나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려면 가장 먼저 자기감정을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용기는 자신의 내면 상태에 대한 긍정에서 출발한다(238페이지)
사람의 관계란 묘한 것이어서 한쪽이 지나치게 주기만 해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받기만 한쪽은 고마움은 알지만, 관계를 청산함으로써 마음의 부담을 털어내고픈 유혹에 시달린다. 사랑에도 요령이 있다는 것은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조건 없이, 아낌없이 베풀어 주되 상대가 부담을 갖지 않아도 다시 내게 돌려줄 수 있는 범위를 생각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245페이지)
힘든 결혼생활과 잘못된 싸움 방식을 가진 부부들에게는 일정한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자아 분화가 발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신분석적 개념인 자아 분화는 자녀가 얼마나 엄마로부터 분리와 독립을 할 수 있는가를 의미한다.... 자아 분화가 발달한 사람은 감정을 이성적으로 잘 통제하고 조절한다. 가족은 감정의 덩어리다. 가족 구성원들은 가족 밖에서보다 가족 안에서 더 감정 반사적으로 행동한다.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화를 내고, 이유도 없이 아내와 남편에게 분노를 느끼는 경우가 생기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가족 간 감정 반사적인 행동이 자주 일어나기에 이런 감정으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247페이지)
자아 분화는 감정, 특히 그중에서 불안을 통제하고 조정하는 능력과 밀접한 관계를 이룬다. 때문에 가족 안에서 서로 상처를 주지 않으려면 먼저 자신의 지적 능력, 즉 이성의 힘을 사용해야 한다. 이성의 힘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자아 분화 능력이다(248페이지)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스트레스와 불안을 건강하게 해소하는 사람이다... 결국 자아 분화라는 것은 외부 환경이 아닌 자기 내면 상태이다(248페이지)
우연히 길에서 전화를 받고 있는 선배를 본 후배가 반갑게 다가가서 아는 척을 하지만 선배는 전화에 열중해서 모르는 척 지나쳐갔다. 당연히 후배로서는 마음이 상하는 상황이다. 이때 후배의 자아 분화 정도에 따라 대응방식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먼저 자아 분화 상태가 낮은 후배이다. 그는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느끼고 선배에게 화를 낸다... 이런 마음으로 후배가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기 대문에 영문도 모르는 선배와 갈등을 빚는다.
자아 분화가 중간 정도인 경우 후배는 마음이 상한 것을 선배 탓을 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돌린다. 무언가 자신이 잘못해서 선배가 외면했다고 생각하여 전전긍긍한다. 첫 번째 경우와는 달리 갈등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역시 불편한 상황이 연출된다.
자아 분화가 높은 경우는 어떨까. 후배는 선배에게 다가가서 조금 전에 자신이 아는 척을 했다고 자연스럽게 말한다.
"선배, 인사를 해도 못 알아보고 무슨 통화를 그리 열심히 하는 거예요"
여기에는 네 탓 또는 내 탓이라는 책임 추궁은 없다(249페이지)
자아 분화가 높은 사람은 사고와 감정이 균형을 이룬다. 즉각적으로 흥분하고 화를 내기보다 감정적 충돌을 이길 수 있는 자제력과 객관성을 갖고 행동한다... 자아 분화가 잘된 사람들이 만나 부부가 되었을 경우 스트레스와 위기 상황에서 배우자나 자녀에게 화를 내거나 신경질을 부리지 않고 술이나 일 등에 의존하지 않는다. 다른 가족에게 자신의 스트레스를 떠넘기지 않고 건강한 방식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거나 해소한다(250페이지)
인간의 성장과정에서 '욕구 충족의 유예'를 매우 중요한 과제로 평가한다. 눈앞의 욕구를 당장 충족하는데 급급하지 않고 다음에 얻을 보상과 결과를 위해 미룰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를 잘 돕기 위해서 부모는 서로 모순된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어떤 때는 아이의 욕구를 즉각적으로 충족시켜주어야 하지만 동시에 아이의 자아기능의 발달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바로 들어주지 않아도 잠시 연기한다거나 때로는 단호하게 거절하는 일도 포함된다. 거부의 경험은 아이에게 몹시 고통스러운 아픔이다. 때문에 부모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거부할 때는 평소보다 사랑과 관심을 더 많이 주어야 한다. 그러면 아이는 자기 자신이 아니라 단지 자기가 원한 어떤 대상이 거부당했을 뿐임을 깨닫는다. 이를 통해 아이는 당장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지만 조금 참고 기다리면 다른 형태로 더 크게 충족될 수 있음을 배운다(259페이지)
건강한 가족을 꾸려가기 위해서는 욕구의 유예, 고통과 불편함의 인내 모두가 필요하다. 가정은 단지 서로를 보듬어 주는 최후의 보루이자 따뜻한 둥지이기만 해서는 안된다. 언젠가 둥지를 떠나 세상을 향해 날갯짓할 힘을 길러주는 곳 역시 우리의 가정이다. 그리고 그런 관계가 가족이다(261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