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독 같이 하실래요?
제가 하고싶은 이야기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아이에게서 본연의 천진난만함과 에너지를 빼앗지 않으면서 아이를 키우는 방법을 깨달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는 원래 에너지가 넘치는 존재입니다. 이 에너지만 있다면 아이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갑니다.
둘째, 육아는 그 자체가 목적이나 수단이 아니므로, 아이와 함께하는 매 순간이 행복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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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질은 아이가 익혀야 할 습관이지만, 하기 싫다고 울부짖는 아이를 힘으로 제압하면서까지 시켜야 할 정도로 절실한 일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초등학생이 되면 아이 스스로 이를 닦게 돼 있습니다. 좀 더 자라 사춘기가 되고 좋아하는 이성친구가 생기면 구강청결제나 민트 껌이니 하는 각종 구강 용품을 챙기며 치아 상태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요. 그러므로 양치질이라는 습관은 아이가 자연스럽게 할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도 괜찮습니다... 아이가 양치질을 안 한다면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아이의 조금 더딘 성장을 지켜볼 여유가 없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기를 바랍니다(29페이지)
아이와 함께 외출하면 신경 쓸 일이 많고 더불어 화를 내고 싶은 순간도 생깁니다. 그렇다고 버럭 짜증이나 화를 내면 기분 좋게 시작한 외출이 불행한 외출이 되기 쉽습니다. 챙길 물건도 많고 아이는 말을 잘 듣지 않아서 감정이 훅 올라오려고 하면 이렇게 해보세요. '피곤하고 힘들 걸 예상했음에도 외출할 목적'을 얼른 되새기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가 진심으로 '재밌겠떠요!'를 체험하게 하는 것, 아이의 웃음을 지켜주는 것이 아이와 외출을 하는 첫 번째 목적임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34페이지)
<아이니까 흘리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식탁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컵이 놓여 있거나 팔꿈치가 닿을 듯한 자리에 그릇이 있어도 조심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이런 '부주의해 보이는'행동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직 공간과 몸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컵을 치면 바닥으로 떨어지고 그 안에 들어있던 음식물도 쏟아질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손을 뻗을 때 컵이나 그릇을 피할 만큼 아직 손의 움직임이 정교하지 못합니다... 일부러 '안'하거나 '부주의'해서 그런 게 아니라 아직 그런 능력을 습득하지 못해서 '못'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아이의 미숙함을 꾸짖지 마세요. 아이의 미숙함을 인정하지 않은 채 버릇을 고쳐주겠다면서 흘리고 쏟을 때마다 잔소리를 하는 것은 아이의 행동을 고치기는커녕 오히려 아이를 기죽이고 자존감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게다가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고 싶은 마음과 뭐든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은 마음까지 접게 만듭니다(37페이지)
사실 아이들도 제대로 해내고 싶어 하거든요. 그 마음이 부모에게 전해지지 않을 뿐이지요(38페이지)
<부모의 애정 어린 선행을 아이들은 잊지 않습니다>
음식을 흘리는 것과 비슷한 행동이 '자다가 오줌싸기'입니다.
"자기 전에 물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래!'라든가 "화장실 다녀온 뒤에 자라고 했잖아!"라고 책망합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아이의 오줌 싸는 습관을 고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가 자다가 오줌을 쌌다면 "괜찮아, 그럴 수 있어"라고 자상하게 말해준 다음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젖은 이불을 정리해 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배설의 느낌을 알아채고 화장실에 가는 것도 아이가 자라면서 배워나가는 일 중의 하나입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장황하게 잔소리를 하는 대신 자상하게 잠자리를 다시 정리해준다면 아이는 부모의 애정을 느끼면서 '엄마 아빠는 언제나 나를 사랑하신다'는 신뢰를 쌓아갑니다... 만약 부모 중 한 명이 피곤해서 자상하게 처리해줄 여유가 없다면 다른 한 명이 해주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꾸중하지 않고 애정으로 감싸는 것은 아이의 미래에 행복을 더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40페이지)
생각한 대로 되지 않을 때 아이들이 느끼는 충격과 슬픔은 말도 못 하게 큽니다. 그리고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은 부모에 대한 분노가 엄청나게 일어납니다. 그래서 말도 안 되게 떼를 부리지요... 이럴 때 부모들의 반응은 비슷합니다. 어르고 달래다가 꾸짖거나, 무서운 표정을 짓거나, 혹은 얼음처럼 무표정하게 서있습니다. 결코 긍정적이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제 방법은 간단합니다. 울고 떼쓰는 아이의 슬픔에 공감하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미안하다'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미리 알아채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뜻입니다. 일부러 부모를 난처하게 하려고 떼를 쓰는 게 아닙니다. 그저 세상일이 자기 뜻대로 안 되는 현실을 인지하고 그 충격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중요한 단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가 떼를 쓰는 건 바로잡아야 할 난처한 상황이 아니라 아이가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며, 부모 입장에서는 육아를 통해 얻게 되는 즐거운 발견일 수 있습니다(44페이지)
저는 부모들에게 육아를 즐기라고 제안하는 것입니다... 공부를 시키거나 운동신경을 키워주려고 아이에게 정색하고 달려들지 않아도 됩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웃게 할까, 어떻게 하면 기쁘게 해 줄까만 생각하며 여유를 가지고 육아를 즐겨도 됩니다. 그런 부모의 모습에서 아이는 애정과 행복을 느끼고 '부모는 내가 어떤 아이이든 나를 사랑한다'는 신뢰를 쌓을 것입니다(49페이지)
편식습관을 꼭 당장 고쳐야 할까요? 음식에 대한 선호도는 자연스럽게 변화할 수 있으니 아이 스스로 '한번 먹어볼까'하는 마음이 생겨서 도전할 때까지 기다리는 건 어떨까요? 음식을 먹는 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 중 하나이자 활동에 필요한 영양을 섭취하는 수단입니다. 여기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자 살아가는 힘이 되는, 인생에서 무척 중요한 요소도 되지요. 그런 점에서 편식을 고쳐주겠다며 먹기 싫어하는 음식을 먹으라고 강요하는 건 아이에게서 식사의 여러 가지 즐거움을 빼앗는 것과 같습니다(53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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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태어나면서 종종 큰아이들은 아기처럼 행동합니다. 이때의 아기 같은 행동은 '나에겐 지금 엄마 아빠의 사랑이 필요해요'라는 건전한 SOS 신호입니다... 그러니 어른스러워지라고 다그치지 말고 자상하게 대해주세요
"네가 있어서 행복하단다"
"네가 태어났을 때 엄마랑 아빠는 무척 행복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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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가 어리광을 부리는 건 나쁜 일이 아니며, 부모가 어리광을 받아주면 지우 스스로 지금의 문제를 극복할 것이라고 알려드렸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어리광을 받아주는 것이 아이가 앞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무척 중요합니다. '뭐든 원하는 대로 하고 싶다. 그걸 엄마가 수용해준다'는 느낌은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신뢰의 근간이 되어 '나는 이 세상에서 살아가도 된다', '이 세상은 안전한 곳이다'라는 확신을 갖게 합니다. 퇴행한 아이는 아기처럼 보살핌을 받거나 생각대로 안된다고 울부짖고 화를 내도 거부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체험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금 나의 모습 그대로 충분하다'라는 확신을 얻습니다. 가르쳐줘서 배우는 게 아니라 몸소 느껴야 하지요(64페이지)
많은 부모가 칭찬을 수용이라 생각하는데, 사실 칭찬은 '그거 괜찮네'라는 평가입니다... 부모의 칭찬에 의해 행동하다 보면 아이는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과 부모에게 칭찬받기 위해 하는 행동을 구분할 수 없게 됩니다.
"칭찬하지 말고 대등하게 대해주세요"
사실 아이들은 어른이 칭찬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열매를 수확하고 자신이 그 열매에 만족하는지 안 하는지 맛을 볼 줄 압니다... 아이가 '솔직히 내 마음을 말하고 싶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아이와 마주해야 합니다. 부모와 대등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친구나 선생님 앞에서도 자기표현을 잘하는 아이가 될 것입니다(70페이지
민후의 부모님에게는 우선 손가락 빠는 행동에 신경 쓰기보다 아이 스스로 어떻게든 극복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그 마음을 이해하고 가만히 지켜봐 주라고 권유했습니다. 그리고 집에서만큼은 '이제 곧 초등학생이 되는데'라는 말은 하지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이미 민후는 유치원 선생님이나 친구들을 통해 새로운 학교생활에 대한 부담을 과도하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부모가 할 일은 민후가 느끼는 부담감과 압박감을 알아주고 응원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별생각 없는 어린 아기 같아 보이지만, 아이들도 눈앞의 현실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72페이지)
막내가 초등학교에 입학 가고 첫 참관수업 날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수업을 시작하자 진지한 표정으로 모두 앞을 응시했습니다. 그때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반 아이들 중 절반 이상이 엄지손가락을 입에 물거나 손으로 입을 만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직 병아리 같은 아이들의 진지한 태도에 감동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시간 어딘가의 초등학교에서 열심히 긴장감과 불안감을 극복하고 있을 민후를 떠올렸습니다(73페이지)
<아이의 행동 이면을 바라보세요>
- 눈에 보이는 '아이의 문제행동'을 당장 없애버려야 하는 귀찮은 것으로 여기지 말 것
- 그 대신 그 '문제행동'은 아이가 열심히 생각해낸, 소중한 대처법일지 모른다고 여길 것
- 그 행동의 이면을 살필 것
문제행동을 전부 받아주라는 말이 아닙니다. '이 행동은 아이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라고 생각하고 아이와 대화를 하라는 것입니다. 그 행동이 아이에겐 간절한 SOS일수 있기 때문입니다(74페이지)
학교생활이 시작되면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관계를 맺고 공부도 해야 합니다. 부모의 관점에선 그게 뭐 그리 힘든 일이냐 싶지만, 아이는 첫 사회생활에서 자기 자리를 찾으려고 무던히 애를 씁니다. 능력을 키우려는 부모의 채찍질을 받을 때보다 부모에게 마음 편히 돌봄을 받을 때 아이는 스스로 성장합니다. 학교에서 긴장했던 마음을 집에서 충분히 풀고 쉴 수 있도록 안정감을 키워주는 말로 아이에게 말을 걸어주세요(77페이지)
<지금은 TV에 집중하지만, 나중에는>
집중력은 관심 있거나 좋아하는 것을 접하면서 키워지기 마련입니다... 일단 한 대상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집중력과 지구력은 제법 커지면 서서히 다른 분야로 옮아갑니다. 이런 특성을 '범용성이 있다'라고 말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운동입니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과정에서 집중력과 강인한 끈기가 키워지고 협동심이 생기는데, 이렇게 다져진 집중력과 끈기, 협동심이 다른 대상으로 옮아가면 살아가다 난관에 부딪혔을 때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지금은 TV에 폭 빠져있어도 언젠가는 지루하다며 더 이상 TV를 보지 않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때까지 기다려 주는 건 어떨까요? 지금은 아이가 TV를 보면서 즐기는 능력,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능력, 무언가를 좋아하는 능력을 키워가는 과정이며 자연스럽게 집중력과 지구력을 연마하고 있습니다(79페이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면 부모의 고민은 깊어집니다... 학교 문제로 찾아오시는 부모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두 아이 A와 B가 있다고 합시다
A:학교에 가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기 싫어
B:학교에 가고 싶은데 일어나는 게 힘들어
어느 쪽이 문제가 더 오래 지속될까요?
A의 경우라면 아이에게 활기가 아직 남아있거나, 부모에게 '힘들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말할 수 있을 만큼 아이가 부모를 신뢰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이런 경우엔 자녀를 대하는 방법을 살짝 바꿔보면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됩니다.
B의 경우 문제가 간단치 않습니다. '가고 싶지 않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아이와 달리 '가고 싶은 데 갈 수 없는'이유가 분명 있지만,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 또는 그 이유를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는 이유를 대는 것입니다. 어쩌면 '가고 싶은 데 갈 수 없는' 상태에 이르기까지 아이는 꽤 오랜 기간 힘을 쥐어짜가며 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이미 몸과 마음이 완전히 지쳐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아이의 활기 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여기고 집에서 편히 지낼 수 있게 배려해야 합니다... 아이가 학교에 가기 힘들어할 때 눈앞의 문제를 없었던 일로 덮어버리고 어떻게든 다시 학교에 가게 하는 건 옳은 방법이 아닙니다. 그저 따뜻하게 품어주고, 아이가 활기를 되찾을 때까지 '즐겁게 기다린다면' 아이도 부모도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89페이지)
아이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부모가 내편이라는 확신은 아이들이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가장 큰 자원이 됩니다(95페이지)
아이가 뭔가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려고 할 땐 '지금 아이가 이 새로운 체험과 어떻게 마주하고 어떻게 느끼는지'를 공감하면서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 아이의 관심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비결입니다. 이때 필요한 말은 "이거 엄청 재미있다!"정도입니다. 아이가 좀 더 잘하게 될 것 같은 부분이 눈에 띄더라도 아이가 직접 그것을 발견하는 기쁨을 빼앗지 말아야 합니다... 물론 아이가 가르쳐달라고 하면 그때는 가르쳐줍니다. 너무 집요하지 않게. 강도를 조절하면서요(97페이지)
근거 없는 자신감은 예감이나 신념 같은 것입니다. 이유는 없지만 왠지 잘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마음입니다. 아이들에게도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훨씬 낙관적입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이의 마음에 뿌리내리게 하려면 있는 그대로 아이를 받아들이는, 어떤 의미에선 간단하지만 사실은 용기와 끈기가 필요한 방법으로 아이를 대해야 합니다. 근거 없는 낙관성과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무력감이나 우울증 등 마음의 질병으로부터 아이를 지켜줄, 매우 중요한 예방약입니다(101페이지)
자기주장만 해서도 안되지만, 꼭 해야 할 말이 있으면 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려면 부모가 신경 쓸 일은 간단합니다. 아이가 자기 생각을 말했을 때 '네 의견을 말했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정해 주는 겁니다. 즉 아이가 말한 내용이 아니라 아이가 의견을 표현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주라는 뜻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구나" "너는 그런 식으로 생각했구나" 등 표현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아이가 마음속에 떠오른 것을 언어로 표현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모로서 지지해 주는 것이지요(104페이지)
중학생이 되면 아이도 부모만큼 현명해지는데, 아직까지는 부모가 더 세상일에 훤하기 때문에 현명해진 자신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현명함을 알아달라는 제스처로 부모와 다른 의견을 말하거나 반대의견을 내세우며 항의하곤 합니다. 정확하게는 '대립각'을 세우지요. 부모의 눈엔 반항하는 행동으로 비칠 수 있지만 이것은 아이 입장에서 매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니 아이가 용기를 내서 의견을 말하면 무모하거나 근거가 빈약하더라도 '이때가 기회야'라고 마음에 새기며 의견을 표현한 아이의 행동을 인정해주어야 합니다(105페이지)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른말을 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잘못된 판단이더라도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입니다. 잘못된 판단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입 밖으로 꺼내는 것과 마음에만 담아두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입 밖으로 꺼내면 상대가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아줄 수 있지만, 마음에만 담아두면 자신의 판단이 옳은지 그른지조차 알 수 없지요. 그런 점에서 부모는 가장 좋은 연습 상대입니다. 아이를 위해서는 '지는 게 이기는' 겁니다. 토론의 결말에 도달하기 위해 아이의 주장을 속속들이 파헤치고 평가할 것이 아니라, 빈약한 근거라도 열심히 의견을 말하는 아이의 용기를 인정하고 환영해 주는 것, 그게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커다란 선물입니다(106페이지)
<착한 아이는 욕구가 억눌려 있는지 살피세요>
자기 생각을 고집하고 부모의 조언을 듣지 않는 것은 자기주장의 힘이 있다는 뜻입니다.. 반면 아이가 부모 눈치를 보며 '착한 아이'로 키워졌다면 이런 욕구가 과도하게 억눌릴 수 있습니다. 그런 아이는 부모가 지켜줄 수 있는 환경에선 별 문제없지만, 학교나 친구관계에서 자신을 지키는 걸 어려워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자립이 시작된 친구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습니다. 저학년 때는 친구들 사이에서 리더 역할을 하던 아이가 5학년쯤 되면 특유의 성실성 때문에 놀림을 받거나 따돌림을 당합니다. 그런 아이들은 아이다운 교활함, 씩씩함, 어른에 대한 반항심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건방진' 모습도 성장과정에서 중요하다고 의식하며 아이를 대해야 합니다. 그러며 아이가 커가면서 맞닥뜨리는 문제들을 헤쳐나갈 강인함을 키우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108페이지)
늘 품 안에 있을 것 같던 아이인데, 어느 순간 무럭무럭 자라 '나의 가치관은 부모님과 다르다'라고 느끼기 시작하고 부모보다 친구의 말과 생각에 더 귀 기울이는 시기가 옵니다. 이 시기에는 아이를 '보호해 주고 보호를 받는 관계가 아닌 서로 대등한 관계로 바라봐야 합니다. 아이가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대화할 때 주눅 들지 않고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부모가 연습 상대가 되어주세요(115페이지)
"잔소리가 생각의 기회를 막습니다"
부모로서 화를 내거나 윽박지르지 않으면서 아이의 행동을 변화시키려면 부정적인 말투를 가능한 배제한 채 아이에게 그렇게 말하는 의도를 담백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부모가 왜 그렇게 말하는지를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엄마 아빠의 말을 무조건 잔소리로 듣는 자신의 감정적인 태도를 서서히 고쳐나갑니다. 이 과정에서 앞으로 학교나 직장, 가정에서 상대방과 의견이 맞지 않을 때 어떻게 조율해야 하는지를 체득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부모의 잔소리에 묵묵히 따르거나 숙제를 억지로 하는 아이보다 얻는 게 훨씬 많은 것입니다. 게다가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니 이전처럼 분위기가 어색해지지도, 냉랭해지지도 않습니다. 아이가 자라서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면서 자신을 지키는 대화법이 중요해집니다. 그런 점에서 부모와의 대화는 나와 의견이 맞지 않는 사람과 어떻게 의견을 나눠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기회입니다(119페이지)
말 걸기의 방식은 조작적 대화와 교류적 대화로 구분됩니다.
"이 닦아라" " 숙제는 다했니?"처럼 행동을 지시하거나 확인하는 대화가 조작적 대화이고, "오늘 재미있었어""새로 산 자전거, 타기 편할 거 같다"처럼 생각이나 마음을 전달하는 대화과 교류적 대화입니다. 등교거부, 비행 행동, 섭식장애 등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아이들의 문제행동은 다양하지만, 부모들과 상담하다 보니 그 아이들의 거의 모든 부모에게 공통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아이와 대화를 할 때 주로 조작적 대화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의 문제행동을 해결해달라며 상담을 요청하는 부모들에게 가급적 조작적 대화는 하지 말고 교류적 대화를 늘리라고 조언합니다. 아이에게 집은 어디에서도 느끼지 못한 안정감이 느껴지는 곳이어야 하며, 학교에서 그리고 학원에서 공부나 운동을 열심히 하고 왔으니 집에서 편히 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122페이지)
<아이가 내미는 손을 기쁘게 잡아주세요>
아이가 제안하는 소소한 '놀이'는 특별한 준비가 필요 없습니다... 예를 들면 전차를 타본다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문구점에서 함께 장난감을 고르는 일은 그다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지 않아도 아이는 기뻐합니다. 이때의 만족감은 '나의 제안을 엄마 아빠가 받아줬다' '엄마 아빠도 무척 즐거워했다'는 데서 온 것입니다(128페이지)
"이 집에서 나가"라는 부모의 말은 아이 입장에서 정말 심한 말입니다. 아이는 그 말이 부모의 진심이 아니라는 것쯤은 이해합니다. '엄마가 화가 많이 나서 한말이지'라고 알아줍니다. 그럼에도 "나가"라는 말을 들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마음 깊은 곳에 상처로 남습니다. 저는 언제부턴가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있잖아. 이것만은 말해둘게. 네가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아빠는 네 편이야! 너는 엄마 아빠의 보물이고, 이 집은 네가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장소야!"(135페이지)
"놀러 가는 날엔 잔소리를 멈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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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면 좋은 점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 자기 마음에 민감해지고 말 걸기 능력이 향상됩니다.
상대방이 해준일을 인지한다→마음이 움직인다→감정 변화를 인지한다→감정을 언어로 표현한다. 감사함을 표현하는 말로는 "많은 도움이 되었어""항상 고마워""기뻐"등이 있습니다.
둘째, 보는 눈이 생깁니다. 가족이 무언가를 해주었다는 걸 알아차리고는 것은 물론, 가족에게 뭔가 좋은 일이 생겼거나 긍정적인 말을 해줄 만한 장면을 잘 포착하게 됩니다.
셋째, 이러한 소통 과정을 아이가 간접경험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감사의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하는지를 다양한 장면에서 보고 자라기 때문에 아이는 저절로 익힙니다(151페이지)
"하루가 무사히 지나간 것으로 충분합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로 잔소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밖에서 있었던 일로 집에서까지 다그치거나 혼내면 아이는 물론 부모 마음까지 평온함이 깨져서 집안 분위기가 엉망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154페이지)
"너무 강한 훈육은 아이를 폭력적으로 만듭니다"
화를 내는 것은 행동 개선에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폭언과 폭력에 굴복하는 성향을 키울 수 있습니다(159페이지)
<화내는 것보다 꾸중하는 게 더 낫습니다>
화내는 것은 자제력을 잃은 상황으로,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거부의 표시입니다. 반면 꾸중하는 것은 감정이 개입되지 않은 상태로, "네가 한 일 중에서 이 부분이 이렇게 되는 건 옳지 않아.
<화를 내는 건 폭력입니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아이의 경우 교실에서 선생님이 다른 아이에게 호통치는 모습을 보고, 상처받는 일도 빈번합니다. 아이가 옳지 않은 일을 했을 때는 부모가 혼란에 빠져 감정을 분출할 게 아니라, 용기를 내 현실을 직시한 다음 제대로 문제를 파악하고 냉정하게 꾸중해야 합니다(163페이지)
아이는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세상의 일이나 자기 자신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합니다. 그리고 부모가 언제나 '마음의 안식처'로 곁에 있어주길 기대합니다. 부모로부터 떨어지고 싶으면서도 부모에게 의지하고 싶어 하고, '부모님은 언제나 나를 믿고 생각해준다'는 확신을 갖고 싶어 합니다. 성인이 되기 전에, 완전히 부모 곁을 떠나기 전에 '너는 나의 소중한 보물이야'라는 표현을 많이 해준다면 아이의 마음속에 계속 나아서 평생 아이를 지켜줄 것입니다(165페이지)
아이들이 집에서만큼은 편히 쉬면서 에너지를 회복하고, 그 에너지로 집 밖의 냉혹산 사회에서 살아남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집에서 편히 지내다 보면 마음에 여유가 생깁니다. 그러면 살아가는 걸 즐기고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아이로 자랄 가능성 또한 높아질 것입니다. 시련을 견딜 수 있는 힘, 거부하고 싶은 상황에서 얼른 박차고 나오는 힘도 키워질 것입니다(168페이지)
<실패도 아이에겐 기회입니다>
정말 아이를 위하고 싶다면 입바른 조언을 해서 사이가 냉랭해지는 것보다, 부적절하고 미숙해 보이는 선택을 하는 아이의 모습을 지켜봐 주는 게 좋습니다. 올바름을 강요하는 것이 언제나 아이를 위한 최선의 길은 아니니까요
"엄마는 자식을 떠나보내기 위해 존재한다"
이것은 에르나 퍼먼이라는 심리학자의 유명한 논문 제목입니다. 이 논문에는 부모가 도와주거나 이끌어주지 않아도, 아니 오히려 돕지 않고 이끌어주지 않을 때 아이가 확실하게 자립할 수 있다고 적혀있습니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가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도록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퍼먼은 주장합니다.... 부모가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고, 필요할 땐 언제든 안전한 부모의 품으로 돌아와도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존재하는 것, 즉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은 '무엇을 한다'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172페이지)
도와달라는 요청을 말로 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다른 형태도 도움 요청 신호를 보냅니다.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친구들을 괴롭히거나, 숙제를 하지 않거나, 아침에 일어나지 않거나, 손톱을 물어뜯거나, 틱 증상을 보이거나, 등교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닙니다. '지금 너무 힘들고 괴로워'라고 직접 말하지 못해서 행동으로 부모나 선생님 등 신뢰하는 주변 어른들에게 무의식적으로 SOS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자해행위도 아이가 참다 참다 필사적으로 보내는 SOS 신호일 수 있습니다. 자기 손으로 머리카락을 뜯는 '발모증'은 머리카락을 뽑음으로써 '나는 지금 무척 힘들다'는 마음을 부모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발모증 아이들은 머리카락을 책상 위처럼 부모가 발견하기 쉬운 곳에 버리는데, 이는 무의식적으로 부모를 향한 메시지임을 드러내는 행동입니다. 반면, 뽑은 머리카락을 찾기 어려운 곳에 꽁꽁 감추는 경우는 발견하기 쉬운 곳에 버리는 것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어떤 형태로 SOS를 봬는 건 부모를 믿고 있다는 뜻입니다(180페이지)
"엄마 아빠 때문이야!"라면서 부모에게 화를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땐 "많이 힘들었구나.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네 편이야"라고 반복적으로 전해야 합니다. 당장은 아이가 부모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겠지만, 결국 아이는 치유의 길로 반드시 들어설 것입니다(180페이지)
아이가 진로 때문에 고민을 할 땐 일단 부모의 희망이나 욕심을 멈추고 아이가 자신의 마음과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차분히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 더 큰 불행을 막는 올바른 대처법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마음을 잡을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아이가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할애하는 시간을 아까워할지 마세요. 멈춰 서거나 다시 시작하는데 너무 늦을 때란 없습니다(187페이지)
"아이의 성장을 늘 즐겁게 바라본다는 것"
철규 씨의 육아 철학은 '아이와 지내는 건 즐겁다'였던 것 같습니다. 운 좋게도 저는 철규 씨를 통해 '육아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아니라 그 자체가 최고의 체험이며 사치라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배운 것입니다.(196페이지)
<어느 순간부터는 따뜻한 부모에서 지켜보는 부모로 변화해야 합니다>
"아이에게는 모든 순간이 성장의 기회입니다"
<엄마는 자식을 떠나보내기 위해 존재한다>는 논문의 핵심은 '떠나보낸다'와 '존재한다'입니다. 부모는 아이를 책망하거나 어려워하는 일을 대신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아이가 손을 뻗으면 닿는 그 자리에 있는 존재입니다. 아이를 지켜보기만 하는 것이 힘들고 안타깝겠지만, 아이는 부모가 그런 기분인 것도, '나를 신뢰하고 있다'는 것도 틀림없이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일상 속의 섬세하고 애틋한 이별이 쌓이고 쌓이면 아이의 인생을 존중하는 마음이 부모의 마음에 자리를 잡습니다(199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