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부자42-②아무튼, 피아노(필사)

1일 1독 같이 하실래요?

by 다움코치

<1일 1독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매일 1권을 읽었을 때 나의 변화를 알고 싶어 시작한 프로젝트!

2022.2.9부터 시작!!


어쨌든, 피아노

- 모든 것은 건반으로부터 시작된다 -


1. 읽은 날짜 : 2022.4.7(목) *22년 42권째

2. 작가/출판사/분야 : 김겨울/제철소/문학(by한국십진분류표)

3. 내가 뽑은 키워드(3가지) : 각자의 방식, 숨소리, 연주

4. 내가 뽑은 문장 : 연주자는 자신에게 묻는다. 내가 이 소리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필사>

2017년 여름 내내 상담을 받았다. 상담 선생님에게 내 인생은 실패라고 이야기했다. 오랜 시간 이를 악물고 버텼는데 돌아보니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내가 성취한 것 중 내가 성취하고 싶었던 것은 없었다. 내가 성취하지 못한 것은 온통 성취하고 싶었던 것들뿐이었다. 잃어버린 시간, 잃어버린 열정, 잃어버린 감정 앞에서 나는 속수무책이었다(29페이지)

2017년 8월에 이렇게 썼다.

"내가 뭘 할 수 있었을까. 조금 일찍, 그것보다 더 일찍, 결심해야 했던 순간들을 계속 앞으로 돌려본다. 하지만 나는 매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 그 결과로 나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선생님은 집요하게 질문했다. 지금 시작하면 의미가 없을까요? 꼭 성취를 해야 하나요?(29페이지)


출처:아무튼 피아노(39페이지)

조성진이 처음 돈을 주고 산 앨범은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쇼팽 발라드 앨범이라고 한다. 지메르만의 연주에 충격을 받았다고. 하지만 시간이 흘러 조성진은 자신의 첫 앨범에서 지메르만과 다른 고유한 해석을 가지고 나타난다. 발라드 2번을 들어보자. 지메르만의 레코딩은 앞부분에서 음량의 대조가 더 극대화되어 있지만 코다(한 악곡이나 악장, 또는 악곡 가운데 큰 단락의 끝에 끝맺는 느낌을 강조하기 위하여 덧붙이는 악구) 부분에서는 페달 사용을 절제해 감정이 과잉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반면, 조성진의 레코딩에서는 앞부분의 다이내믹 변화는 비교적 작지만 코다 부분의 드라마성이 도드라진다. 둘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근사하다

(55페이지)


같은 곡을 어떻게 다르게 쳤는지, 나는 어떤 버전이 좋은지 탐험하는 것은 클래식 피아노 듣기의 재미 중 하나다(57페이지)


2020년에는 정말이지 <Les Tendres Plaintes>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과장 없이 100번 이상 들었다. 라벨의 <La Valse>는 거의 모든 피아노 버전을 들었고 오케스트라 버전도 꽤 찾아들었다. 극적인 기분에 빠지고 싶을 때는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피아노 환상곡>이 제격이다(59페이지)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쇼팽의 발라드 4번을 꺼내 듣는다. 먼 곳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바다의 등대가 점멸하는 것 같은 도입부에서부터 마음을 사로잡힌다. 선선한 날,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이 곡을-머릿곡으로든 실제로든- 틀어둘 때면 어떤 삶의 진실이 찾아오는 것만 같다. 아, 삶은 이렇게 넘실대다가 끝나는 거야. 비통하게, 그러나 고요하게. 모든 게 멈춘 것 같은 왈츠의 시간이 지나고 마지막의 격렬한 코다까지 마무리되고 나면 곡이 끝났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야 마는 것이다. 영원히 그 시간에 멈춰 있고 싶지만 음악이 흐르려면 시간 또한 흘러야만 한다는 아이러니에 아쉬워하면서(62페이지)


공연장에서 연주를 들을 때 또 하나의 재미는 연주자의 숨소리와 허밍을 듣는 일이다. 피아노 연주는 몸의 언어를 사용하는 일이므로 자연스럽게 숨과 함께 간다. 연주자는 들숨을 크게 마시면서 음악을 고조시키기도 하고-혹은 음악이 고조되면서 숨을 들이마시게 되기도 하고-짧게 숨을 들이켜 새로운 박자로 들어갈 채비를 하기도 한다(66페이지)


음악과 함께 흐르는 숨소리를 듣고 있으면 음악이 곧 호흡임을, 박동임을, 몸의 흐름임을 실감하게 된다. 노래하듯이 멜로디를 이어가야 할 때는 연주자가 허밍을 하기도 한다(67페이지)


쇼팽 스케르초 2번은 정말 지겹게 들은 레퍼토리지만 여전히 새롭다. 어떻게 하면 저런 터치를 가질 수 있을까? 따라라란, 따라라란, 하는 소리가 명확하게 들리면서도 후루룩 이어지는, 탱글탱글한 호흡의 터치, 공연장 위쪽에서 들어서 더 그렇게 들린 걸까?(68페이지)


일단 곳을 선택한 뒤에 연주자를 선택하는 기능과, 모르는 곡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 함께 제공되는, 책을 쓰고 있는 2021년을 기준으로 이걸 구현하고 있는 유일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IDAGIO다(77페이지)


피아니스트여, 당신을 간절히 부르나이다. 연습은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 일단 치고 싶은 곡의 악보를 천천히 연습하며 손에 붙이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곡이 어떻게 들리길 원하는지 고민한다. 어떤 소리가 나야 할까? 어디를 강조하고 어디에서 숨을 쉬어야 할까? 모르는 작곡가라면 시대를, 아는 작곡가라면 그곳을 쓴 시기를 찾아본다(124페이지)


성장과정에서 사람은 놀라울 정도로 변화한다. 몸도 정신도 타고난 것과 주어진 것 사이에서 요동치며 길을 찾는다. 어설펐던 일에 능숙해지고 능숙했던 것이 떠나간다(127페이지)


연주에는 멜로디만 있지 않다. 리듬에는 정적도 포함된다. 소리에는 크고 작음만 있지 않다(157페이지)


연주는 듣기의 연속이다. 오로지 들음으로써만 창조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연주자를 끝없는 경청과 인내의 세계로 데려간다. 연주자는 자신에게 묻는다. 내가 이 소리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흐르는 음악을 붙잡아 세상에 존재하게끔 만드는 것, 공기에 매 순간 새로운 파장을 만드는 것, 각각의 음이 내야 할 소리를 내게 하는 것, 마음속의 소리와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소리와 공기, 소리와 손끝, 소리와 귀, 소리와 몸, 결국 그는 소리를 듣고 만들면서 소리 그 자체가 되어야만 한다(162페이지)




# 책에 소개되었던 작품 중, 듣고 좋았던 작품!


장 필리프 라모 <Les Tendres Plaintes> by 올라프손


슈베르트 <네 손을 위한 피아노 환상곡> by 유센형제


쇼팽 <스케르초 2번> by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쇼팽 <스케르초 2번> by 마우리치오 폴리니


바흐-부조니 코랄 <주여, 당신을 간절히 부르나이다(Ich ruf dir Herr Jesu Christ)> by 미켈레 노블러


키스 자렛 <The Köln Concert part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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