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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수 Sep 30. 2015

또다시 동물의 겨울​

촌PD가 바라본세상 여덟번째 이야기

  올 겨울은 날씨가 예년보다 따뜻할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겨울은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에 추운 입김이 흩어져야 낭만이 있는 법이다. 그런 겨울과 크리스마스 그리고 새해를 기다리며 한해를 마무리 해야겠다. 

 겨울이 되면 찾아오는 불청객도 있다. 항상 아름다울 수는 없는 법, 빛과 그림자의 관계처럼 추위와 함께 찾아오는 것이 바로 ‘바이러스’ 이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동물에게 찾아오는 바이러스를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작년 3월 충북 진천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 사태에 대해 취재했다. 당시 한국의 거의 모든 국도는 분무 소독약으로 넘쳐났고 수백만 마리의 닭과 오리들이 영문도 모른채 죽어나갔다. 농가에는 동물들이 남긴 깃털만 무거운 느낌을 남긴 채 흩어져 있었다. 당시 메인 촬영장은 충북 음성의 한 동물 복지농장, 아침의 고요함 속에 퍼지던 한 사람의 절규를 잊을 수 없다. 그 절규의 주인공은 바로 동물자유연대의 조희경 대표의 목소리였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살아있는 동물을 죽여서 처분하는 도살처분 반대였다.     

 실제 살처분 현장에 가본 느낌은 “지옥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하는 느낌이었다. 그곳의 동물들은 모두 슬픈 눈빛 이였으며 방역 공무원들은 부르르 떨리는 손으로 그 슬픈 눈빛을 잡아내고 있었다. 그들의 손을 피해 이리 저리 뛰는 닭들은 서로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또 수많은 죽음을 눈앞에서 본 사람들은 또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 현장에서 필자는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는 왜 이런 수많은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사실 동물의 사육환경은 처참하다. 계란을 주로 생산하는 닭은 감옥같은 케이지에 갇혀 움직이지도 못한다. 게다가 계란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이들에게 잠자는 시간도 허락되지 않는다. 밤에도 불을 켜놓으면 더 많은 계란을 낳기 때문이라고 한다. 꼼짝없이 갇혀서 주어진 모이를 먹고 알만 낳다가 죽는다. 육용 닭과 오리의 삶은 어떤가? 우리 4인가족이 사는 아파트의 크기의 사육장에 수백 마리의 닭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이들이 대규모로 움직이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먼지가 빽빽하게 들어선다. 자기가 싼 대·소변 위에서 잠을 자며 사료와 물을 먹다가 어느 정도 크면 그 사육시설에 있던 닭과 오리는 ‘상품’으로서 모두 도살장으로 직행한다. 이것이 우리가 열광하는 치킨의 현실이다. 

 예전에는 동물이 인간의 반려동물로 한 집안에서 식구와 같은 역할을 했다. 동물은 자유로웠으며 잔칫날, 명절과 같은 시기가 아니면 쉽게 잡아먹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동물은 인간의 먹이로 전락했다. 이는 바로 도시화에 따른 ‘비 가시성’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동물보호 운동가 멜라니 조이는 자신이 쓴 책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에서 이런 비가시성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미국의 밀집사육 실태를 고발하고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육환경과 도축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런 도시와 농촌의 분화로 인한 동물 사육과 도축의 비 가시성 문제는 우리가 불편해 할 진실을 교묘하게 아름다운 것으로 꾸미고 살아있는 동물과 우리가 흔히 마트에서 접할 수 있는 고기 식품간의 연결고리를 끊어 놓았다. 즉 우리가 먹는 고기가 TV나 시골에서 보는 동물과 같은 존재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시 조류인플루엔자 이야기로 돌아오면 이 동물의 전염병을 다루는 방식도 이런 비 가시서의 이데올로기가 작용한다. 뉴스에서 수백만 마리의 동물이 살처분 되었다고 방송을 해도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는 그 죽음의 무거움을 몸소 느끼지 못한다. 그냥 하나의 이슈거리로 지나가는 것뿐이다. 실제 치킨 가격이 올라간다는 뉴스가 나오면 이렇게 무관심 할 수 있을까? 살처분 정책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할지라도 그 죽음에서 슬픔을 느낄 수 없다면 그것 또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다시 겨울이다.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질병은 주로 겨울에 많이 발생한다. 우리의 올해 겨울은 따뜻할지 모르겠지만 동물은 추위가 아닌 공포에 떨고 있다. 겨울은 추운계절이지만 또한 기부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훈훈한 계절이기도 하다. 그 훈훈한 마음을 조금만 나눠 동물의 무사안녕을 위해 기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설명 : 필자가 대만 예류에서 포착한 작은 새, 이렇게 작은 새가 아프면 우리도 맘이 아프지 않은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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