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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witter Dec 08. 2023

마치 캐모마일 같이

퇴근 후, 가장 먼저하는 것은 우선 차를 우리는 것이었다.

페퍼민트, 라벤더, 히비스커스, 레몬그라스,,,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캐모마일이었다.

국화향과 함께 약간의 상큼함, 그리고 은은하게 여운이 남는 달콤함이 좋았다.


한 창, 차에 빠져있을 때에는 처음보는 종류의 차를 발견하면, 일단 맛보기 일쑤였다.

갖가지 특이한 향들을 느껴보았으나 결국 종착지는 캐모마일이었다.


일에 찌들어 있을 때에는, 조금이라도 정신을 차려보려 커피만,

그것도 향도 뭣도 없는 차갑기만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셔대지만,

조금이라도 안정을 취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어서 빨리 돌아가 따듯한 차를 마시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와 몸을 씻고 의자에 눕듯이 앉아,

그 은은한 향을 맡고 있자면, 온갖 쓸데없는 생각들이 씻겨 나가는 듯 했었다.


본가를 떠난 지금, 그 캐모마일 한 잔이 그립다.

커피로 속을 쓸어내려도 씁쓸한 맛만 입에 남을 뿐, 그 온화함을 찾을 수가 없다.


빈 자리가 이리 크게 느껴질 줄은 몰랐는데…

그게 캐모마일 탓인지, 아니면

마치 캐모마일 같이 은은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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