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전 Word 055 : 키보드

십나오

by 또 다른세상

키보드는 오늘도 내 손끝을 붙잡고 있는 작은 운동기구다. 형형색색으로 변해가던 손톱은 어느새 두꺼워졌고, 탁, 탁, 조심스레 눌러지는 소리마다 나는 나를 다독인다. “괜찮아, 잘 버티고 있어.” 어느 날은 손톱 끝이 들려 너덜거렸고, 그 통증에 잠시 멈칫하기도 했다. 그래도 다시 손을 올려 글자를 눌렀다. 빠져버린 손톱에도, 스며드는 아픔에도, 다시 자라나는 여린 끝에도 조용히 고마움을 건넸다. 손톱은 결국 다시 자란다. 아픔을 지나온 자리일수록 더 단단해진다. 그 시간을, 그 버팀을, 이 키보드는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내 앞에 놓여 있다. 이 작은 기계가, 내 손끝의 아픔과 지나온 시간을 함께 기억하고 있다. 손끝 운동을 시작한다.


image.png



매거진의 이전글키보드는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