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전 Word 097 : 간판

by 또 다른세상

간판은 명찰이다. 길을 걷다 눈길을 붙드는 간판 하나에 발걸음이 멈춘다. 색감과 글씨, 작은 그림 하나까지도 그곳의 분위기를 먼저 건넨다. 그렇게 끌려 들어간 공간이 처음 떠올렸던 느낌과 닮아 있을 때, 마음은 조용히 안심한다. 기대와 현실이 어긋나지 않는 순간, 우리는 그곳을 다시 찾고 싶어진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슬며시 그 이름을 건네고 싶어진다. 사람도 그렇다. 이름을 듣고, 말을 나누며 그 사람을 상상한다. 눈빛과 말투, 작은 표정들이 처음의 느낌과 닮아 있을 때, 우리는 그를 믿고 마음을 연다. 간판이 가게의 얼굴이라면, 사람의 말과 태도는 그 사람의 간판이다. 결국 오래 기억되는 것은 화려함이 아니라, 처음 마주한 인상과 그 이후의 모습이 다르지 않았던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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